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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기후 위기 가속화…재난으로 빼앗긴 삶 '기후 난민'

2023년 11월 07일 오전 09:00
■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기후변화로 대홍수나 슈퍼허리케인 등 대형 재난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살던 곳에서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후위기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 다른 곳으로 이주해 나가는 '기후 난민'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기후 난민, 기후 때문에 난민이 되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 같은데 정확한 의미부터 설명해주실까요?

[인터뷰]
기후 난민은 기후 변화의 직간접적인 결과로 인해 집을 포기해야 하는 개인과 공동체인데요. 해수면 상승으로 생계 지가 잠식되는 해안지역, 반복적인 가뭄으로 식량 생산이 어려운 지역, 대홍수로 모든 것을 잃은 사람, 극한적인 폭염으로 인해 거주가 어려운 사람들은 그들이 살고 있던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도록 강요받는 기후 난민이 됩니다. 현재, 기후 난민이 주로 발생하는 지역은 대부분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개발도상국과 최빈국들인데요. 이들 나라들의 공통점은 자연재난에 대한 취약성이 높고 회복력이 낮은 국가들이지요. 돈이 없다 보니 기후재난을 선제 적으로 막기 위한 인프라 구축도 어려운 나라들이기도 합니다.

기후변화의 희생자들이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점에 대해 방글라데시의 기후과학자 '아티크 라만'은 '기후 종족학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국제 NGO 자국 내 난민감시센터(IDMC)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자국 내 기후 난민 현황'을 발표했는데요. 그림은 2022년의 기후 난민은 지난 10여 년간 평균적인 수치보다 41%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요. 기후 난민의 98%가 홍수, 가뭄, 산불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로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기후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실향민은 약 3,184만 명, 지진과 화산 등 지질학적 재해로 발생한 실향민은 약 71만 명이라고 합니다.

[앵커]
굉장히 많은 난민의 숫자인데요.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기후 난민이 되고 있을까요?

[인터뷰]
국제 NGO 자국 내 난민감시센터(IDMC)는 보고서 'GRID 2023'에서 2022년 말 기준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자국 내 다른 지역으로 간 난민이 약 7,11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는데요. 2021년에 비해 20%가 증가한 숫자인데요. 이 중에서 기후재난으로 고향을 떠난 기후 난민이 약 3,260만 명으로 전쟁 난민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림을 보시면 파란색이 기후재난이며 주황색이 전쟁난민으로 원이 클수록 난민 숫자가 많음을 보여주는데요. 기후 난민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 파키스탄과 남태평양국가이고요. 전쟁난민이 가장 많은 나라가 우크라이나이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기후재난 중에서 홍수로 인해 발생한 난민은 약 1,922만 명으로, 기후 난민 10명 중 6명꼴이라고 밝혔는데요. 2022년 파키스탄 대홍수로 836만 명 이상이 고향에서 떠났습니다.

[앵커]
그런데 기후 난민 중에서도 어린이들이 생존확률이 떨어지는 문제가 심각하다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유니세프(UN 아동기금) 조사 결과 2016년~2021년까지 기후재난으로 인한 홍수, 강풍 등으로 집을 잃은 기후 난민이 1억 3,400만 명에 달하고 있는데요, 이 중에서 어린이 난민은 약 4,300만 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기상이변이 더 잦아지면서 '기후 난민'은 급증할 거라는 점입니다. 유니세프 보고서는 앞으로 30년간 기후변화로 인해 1억 천300만 명의 어린이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로라 힐리 유니세프 난민 문제 전문가는 "기상이변으로 아이들은 보호자와 떨어져 인신매매, 착취, 학대, 폭력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요. 따라서 시급한 것은 지역사회가 난민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을 보호해주고,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주거와 의료, 교육기반 확대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앵커]
그런데 심각한 기후재난으로 난민이 된 사람들이 다른 국가로 이주해 갈 때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기후 난민은 생명에 즉각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화산 폭발 또는 홍수와 같은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고, 사막화 또는 해수면 상승과 같이 느리게 진행되는 재난으로 인해 결국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되기에 고향을 떠나는 것이지요. 그런데 국제법은 기후 재해로 실향민이 된 사람들이 박해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난민이 누구인지를 규정하는 UN 다자 조약인 1951년 제네바 난민협약에서는 '기근이나 자연재해의 피해자'인 사람들도 '박해에 대한 근거 있는 두려움'이 없는 한 난민이 되지 못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후재난만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일시적인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지만, 난민 지위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난민 지위가 없다면 생존권과 노동권, 보건이나 교육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 자유로운 이동권 등의 지원을 받을 수가 없게 됩니다. 기후 난민이 되면 정말 비참해지는 것이지요.

[앵커]
그런가 하면 난민이 떠나는 나라, 난민을 받는 나라 모두 경제적인 문제도 크다고 하던데요?

[인터뷰]
기후 난민이 발생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가면 그 지역의 노동력 감소가 문제가 됩니다. 노동력감소로 인해 농업과 제조업은 타격을 받게 되는데요, 농업인력이 부족하게 되면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고 산업체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인구가 빠져나간 지역의 경제성장이 제한되지요. 또한, 이들이 만들어내는 물품이 부족해지면서 공급망도 붕괴될 수 있게 되고 어쩔 수 없이 공장을 이전해야 하는 등 경제적 손실이 매우 커질 수 있습니다. 또 난민을 받는 나라는 난민으로 인한 직접금융비용으로 재정적 부담이 증가하는데요. 즉각적인 재정적 부담 중 하나는 긴급 구호 및 인도적 지원 비용입니다.

기후 관련 재난이 발생하면 영향을 받는 지역 사회는 식량, 깨끗한 물, 주거지 및 의료와 같은 즉각적인 필수 요소를 필요로 하지요. 기본적인 필요를 제공하기 위한 자원의 동원은 정부 및 국제 인도주의 단체 모두에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줍니다. 또한, 난민은 간접적인 비용을 발생시키는데요. 바로 경제, 사회 기반 시설 및 사회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기후 난민을 받는 나라는 자기 나라의 자원 및 인프라를 제한하면서 난민에게 교육, 의료 및 주거와 같은 필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에 간접비용도 엄청납니다.

[앵커]
앞으로 계속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 기후 난민도 많이 증가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럼 이런 기후 난민들을 받는 나라는 어떤 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인터뷰]
전문가들은 기후 난민 확대를 억제하려면 방재와 난민 대책에 있어서 세계적인 협력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1월 보고서에서 "기후 난민을 보호하는 국제적인 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요. 올해 6월 20일에 열렸던 '세계난민의 날'회의에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었는데요. 국제기후변화개발센터는 각국 정부가 기후 난민의 법적 지위를 마련하고 난민에 대한 대중의 태도를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밝혔고요. 기후이주포럼은 모든 국가들이 난민들이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고, 사회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요.

또 다른 주장 중 하나는 유엔이 난민들에게 '세계 시민권'을 제공하여 각 국가의 시민권과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도 있습니다. 국제이주기구(IOM) 사무총장인 안토니오 비토리노는 "국제사회는 난민들이 무사히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유럽국가들처럼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나라는 난민이 경제적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앵커]
'전 세계적인 합의가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나라는 난민에 대해서 어떤 입장입니까?

[인터뷰]
먼저 우리나라의 난민현황을 보면, 한국은 난민법에 '인도적 체류 허가' 규정을 두어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의 체류를 허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체류 기간 상한이 1년 이내인 자격이 부여되어, 체류자격을 계속 연장해야 하고요. 또 임시적인 체류자격으로 인해 통신사 가입, 보험가입, 카드 발급 등을 거절당하며, 취업도 허가를 받은 후 사업주의 협조가 있어야 하기에 어려운 형편이다 보니 생계 곤란으로 이어지는 현실이지요.

그럼 우리 국민들의 난민에 관한 인식은 어떨까요? 엄격한 심사에 따라 제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게 나왔는데요.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기후 난민과 이민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진행하였는데 59%가 제한적 수용에 동의했고요. 직접 보호보다는 간접 지원을 더 선호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난민신청에 대한 국민적 저항도 만만치 않은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과 함께 우리가 기후 난민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의 터전도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정부나 국민들이 기후 난민에 대해 전향적인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현재 이 세태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들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기후 난민 문제 아닐까 싶습니다. 기후 난민에 대한 시스템적인, 제도적인 시스템이 빨리 마련돼야 할 거 같습니다. K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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