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YTN 사이언스

검색

[한 길 사람 속은?] 지친 인간관계…여러 유형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법

2023년 11월 07일 오전 09:00
■ 이혜진 / 상담심리학자

[앵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그중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은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요. 그럴 때마다 회피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합니다.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인간관계 속 여러 유형들을 만나보고 대처법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이혜진 상담심리학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우리가 살다 보면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참 많잖아요? 그럴 때 '스트레스받지 마'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는 말들을 들어도 도무지 위로가 되지 않는데, 저만 그런 게 아니겠죠?

[인터뷰]
그렇습니다. 스트레스는 누구나 받지요. 전혀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산다고 생각하는 분조차 실은 내재 된 스트레스는 있습니다. 그런 스트레스를 외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분조차 외면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바로 인간관계 스트레스입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으신지 생각해보시면 좋겠어요. 생각만 해도 싫은 사람, 떠올리기조차 불편한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는 누구나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살다 보면 싫어도 봐야 하는 인간관계는 어디든 존재하죠. 그 자체가 스트레스입니다.

[앵커]
어쩔 땐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 '내가 좀 예민하고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건가' 이렇게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이게 예민해서만은 아니겠죠?

[인터뷰]
그럼요. 누군가가 싫다는 것은 내 마음이 반응하는 건데요.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겁니다. 이유가 없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것일 가능성이 커요. 상담실에 찾아오는 분들은 많은 경우 '타인'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시간을 많이 들이세요. 그만큼 괴로운 '누군가'가 내 삶에 있어서 괴롭기 때문에 오시거든요.

이를테면 인간관계 스트레스에서 이렇게 다양한 얘기들을 하세요. "저 사람만 안 봤으면 좋겠어요. 너무 거슬려요." "상사가 너무 말을 험하게 해요. 한두 번이 아니에요. 어떻게 사람 면전에 대고 그럴 수 있어요?" "제가 뭔 말만 하면 '왜 그런 소릴 해요?'라면서 내 말을 딱 끊어 버리는 거예요. 사람 무안하게 만드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에요." 이럴 땐 내가 '예민하다'고 결론 낼 것이 아니죠. 일단 저 사람의 험한 말투나 언행, 무례함, 싫은 감정 등등이 나에게 느껴지고 있음을 자각하고 '그래서 내가 저 사람이 싫구나!' 내가 인정해주는 것부터가 스트레스 관리의 시작입니다.

[앵커]
저는 인간관계로 갈등이 생길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나도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도 그럴 텐데, 왜 이런 사람들끼리 만나서 이렇게 다툼이 생기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인간관계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인터뷰]
많은 분들이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또 한 가지의 문제에 당면합니다. 바로, 괴로운 관계는 반복된다는 것이에요. 바꿔 말하면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이 반복됩니다. a가 가면 a'가 오는 식이에요. a가 너무 싫어서 멀리했는데, a보다 더 강력한 a'가 찾아오는 겁니다. 그래서 '손절'만이 답이 아니라는 말씀을 오늘 드리고 싶어요.

일단 너무 힘든 a와의 거리 두기는 필요하겠죠. 당장에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서요. 그렇지만 앞으로 만날 잠재적인 a'와의 관계를 위해서 a의 무엇이 그토록 싫었는지? a와 나의 관계는 왜 그렇게 진행됐는지? 우리 둘 다 정상일 텐데 왜 그러지? 이런 생각들을 분석하고 알고 있을 필요가 있어요. 힘든 관계는 나의 어떤 성격 특성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런데 말씀하신 a 같은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거 같더라고요? 특별히 또 미움을 받는 유형이 있을 거 같은데, 어떤 사람이 있을까요?

[인터뷰]
네, 있습니다. 최근 많이 얘기가 나오고 있는 나르시시스트 유형이 가장 대표적이죠. 타인을 착취하고 이용해서 자신을 빛나게 해줄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외에도 여러 유형이 있는데요. 오늘은 3가지 흔한 유형의 대표적인 특징을 함께 볼게요. 보시면서 나를 유독 힘들게 했던 사람의 유형을 체크 해보세요.

첫 번째는 의존형입니다. 언제나 자신과 함께하길 바라는 유형 함께 있을 때 자꾸 힘든 얘기를 해서 내가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매일 나의 연락을 기다리고, 연락이 뜸할 시 서운함을 비춘다면, 매일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물어보면서 기댄다면 의존형일 수 있고요.

두 번째 회피형은 불편하면 연락 두절, 차갑고 관계에서 벽을 친다는 느낌이 드는 유형인데요. 비난이나 거절에 집착하고 분노 감을 심하게 느낍니다. 집단에 있을 때 혼자인 것 같은 소외감을 자주 느끼고요,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자주 느끼지만 나를 좋아한다는 확신 없이는 사람들과 관계하길 피하는 유형입니다.

마지막으로 나르시시스트 유형은 '내 말이 다 맞아! 내가 가장 잘 났어'라고 생각하는데요.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못하면 기분 나빠하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을 보면 시기를 하고요. 같이 있다 보면 내가 그 사람을 비춰주는 도구로 쓰이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됩니다.

이 중에서 내가 주로 만나게 되는 관계가 있다면, 나는 왜 그 사람과 자꾸 엮이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형 3가지는 누구나 한 번이라도 만나면 쉽지 않은 유형이지만,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된다면 나에게도 특정 유형에 끌리거나 거부하지 못하는 성격 특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예를 들어, 첫 번째 유형인 의존형과 자주 엮이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의존해주는 상대방이 처음에는 좋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이 나를 믿고 의지하는 느낌'이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죠. 그 느낌이 필요한 사람에겐 그만의 역사가 있고, 그래서 서로에게 끌리게 됩니다.

두 번째 유형의 경우는 벽을 치는 회피 형에게 자주 끌리는 불안 형에게도 사정이 있어요. '저 사람이 저렇게 거리를 둔다는 건 그만큼 자기에게 자신이 있어서일 거야' 불안하지만, 왠지 멋진 것 같아. 더 가까워지고 싶어. 자신의 불안을 호감으로 착각합니다. 세 번째 유형인 나르시시스트가 관계 초반에 보여주는 매력적이고 강렬한 인상에 현혹될 수 있어요. 이를테면 나도 저렇게 자신감 있고 싶은데 저 사람에겐 뭔가 있나 봐! 이런 환상이 자극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난 왜 그것에 현혹되는지? 내면을 성찰해 보면, 다음엔 비슷한 유형과 조금 더 안전하게 거리를 둘 수 있겠죠.

[앵커]
한 번쯤 살면서 다 만나본 거 같다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유형의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한 길일까요??

[인터뷰]
만약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을 만나서 힘들다면 이렇게 대처해보세요. 인간관계에는 만능공식은 없지만, 어느 정도 균형감을 유지하며 관계 맺기 위한 tip 정도로 보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의존형이 나에게 과하게 의지한다면, 일단 나에게 의지하는 순간에 드는 기분 좋은 느낌에 지나치게 빠지지 마세요. '저 사람이 나를 너무 신뢰 하나 봐!'에서 너무 기분이 좋기보다는 '저 사람이 나를 신뢰하는 건 좋은데, 좀 과한 건 부담스럽다.’로 조금 더 차분히 상황을 짚어보세요. 그리곤 그 사람에게 필요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계에서의 규칙을 세워보세요. 나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반사해서 물어보세요.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전화를 시작하면 4시간 동안 힘든 얘기를 하느라 감정 쓰레기통이 된다면 이렇게 말해보세요. '내가 10분 뒤엔 전화를 끊어야겠어. 너의 힘든 감정은 알겠는데, 나도 듣느라 좀 지친다.'

회피 형에게는 과하게 끌려가고 있다면, 우선 나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세요. 저 사람이 나에게 멀어질수록 내가 그 사람에게 끌려가고 있지는 않은지? 저 사람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나의 불안에 집중하세요. 예를 들어, 많은 불안 형들이 회피형의 감정에 대응하느라 자신의 불안을 방치 합니다. 회피형이 이렇게 말해요. '난 이 집단에서 소외되는 것 같아. 기분 나빠'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불안 형에게 토로하면, 불안형은 회피형의 기분이 좋아지는 데 에너지를 씁니다. 그것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보세요. 관계에 대한 불안이 자꾸만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에게 끌어당기고 있을 수 있어요.

마지막, 나르시시스트 유형과 함께 있어 숨이 막힌다면, 우선, 탈출 가능성을 점검하세요. 그런데 만약 직장처럼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럴 땐 일단 그와의 관계에서 분노할 수밖에 없는 내 마음을 헤아려주세요. 그리고 그와 절대 경쟁하지 마세요. 그의 시기심을 위협하면 더 나를 괴롭힐 겁니다. 그리곤 맞서 대응할 준비를 차근차근 하시는 게 중요해요. 경쟁이 아니라 대응이요. 그러기 위해선 나를 지켜줄 인간관계를 만드는 내공을 들여보세요. 어디서든 내 편이 필요하니까요.

3가지 유형으로 말씀드렸지만, 세상의 모든 성격은 딱 한 가지의 유형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 유형이 섞여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말씀드립니다. 유형 3가지가 같이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관계가 더 어려운 것 같다는 점도요.

[앵커]
유형 3가지가 같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라운데요. 마지막으로 관계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추가 적으로 더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인터뷰]
많은 분들이 관계에서 힘들지만 '잘 지내고 싶어서'애를 쓰다 더 힘들어집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그대로라면 '잘 지내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리고 잘 지내려 괴롭기보다는, 조금 덜 잘 지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겉보기에 싸우지 않는 관계"는 어떨까요? 무례한 상사라면 잘 지낼 순 없고, 겉보기에 싸우지 않는 관계로 지내는 것이 최선입니다. 마무리로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대응을 할 땐 필연적으로 감수할 것이 발생합니다. 싫은 소리도 해야 하고, 거리 두기도 해야 하고요. 그런데 그렇게 새로움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고통스러운 관계는 반복됩니다. 나 또한 변해야 관계도 변화한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또 어떤 때에 편안함을 느끼는지 정확하게 인지하는 게 건강한 인간관계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이혜진 상담심리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