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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배우자와 계속 부딪힌다면?…부부간 소통의 원칙 알기

2023년 11월 21일 오후 5:00
■ 임지숙 / 상담심리학자

[앵커]
부부 사이에 있어서 원활한 소통은 행복의 첫걸음인데요. 하지만 가끔은 부부 사이가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로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합니다. 서로 사랑해서 함께 살겠다고 결정했지만, 자주 부딪힌다면 서로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부부간의 원활한 소통방법에 대해 임지숙 상담심리학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서로 너무 사랑하고 함께 있고 싶어서 결혼을 했는데 막상 보니까 소통이 잘 안 된다, 이거 참 아이러니한 거 같아요.

[인터뷰]
네.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시겠습니까?' 결혼하신 분들, 마음속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긍정적인 답을 하시는 분들은 분명 배우자와 무엇보다 소통이 잘 되시는 분들이시라 생각이 들어요. 나를 잘 알고 가까운 누군가와 온전히 원활한 소통을 한다고 느낄 때, 우리는 참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거든요.

그렇지만 부부 사이는 가깝기 때문에 그만큼 서로 기대도 많이 하게 되고 또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그만큼 좌절하고 실망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까운 만큼 서로 상처와 실망을 주게 되기도 쉬운 참 어려운 관계죠.

[앵커]
보통 부부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뭐가 있을까요?

[인터뷰]
인간은 보통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면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요. 친밀감에 대한 욕구가 좌절되면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근원적인 공포가 자극되고 이것이 매달리거나 위축되게 하는 2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부부 사이에 감정이 틀어졌을 때, 가장 흔하게 드러나는 양상은 싸우는 쪽을 선택하는 '추적자'와 도망가는 쪽을 선택하는 '위축자'로 나뉘게 됩니다. 추적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요구하고 비판하고 불평과 분노반응을 보이게 되고 위축자는 상대방에게 침묵하거나 무반응으로 대응하며 관계에 벽을 쌓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볼까요? 하루 종일 일하고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되어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는 관계에서 추적자 역할을 하는 남편과 하루 종일 육아에 시달리며 나를 위해서는 밥도 제대로 차려 먹지 못한 위축자 아내가 있다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추적자인 남편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한숨을 쉬고 인상을 찌푸리며 불평과 분노를 표현하게 됩니다. '하루 종일 집에서 뭐했어?' 이렇게 짜증 섞인 어투로 말을 하면서 '내가 큰 걸 바래? 종일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좀 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맨날 이렇게 난장판이야!'라고 거칠게 부정적인 자신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위축자인 아내는 이런 남편의 말을 들으면 우선 가슴이 탁 막히는 기분이 들게 됩니다.

위축자는 갈등 상황이 되면 보통 도망가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억울하지만 일단 문제를 회피하고 거리를 유지하는 대처를 하게 되죠. 그렇게 되면 보통 상대방의 시선을 피하게 되고 '나도 종일 집에서 애 보느라 힘들었어!' 정도의 힘 빠진 반응을 하거나 그마저도 말해봐야 소용없고 오히려 상대방이 더 화를 내게 될 거라는 가정이 생기면 무반응을 해버리거나 마음의 벽을 쌓게 됩니다.

[앵커]
아마도 이런 대화 때문에 싸우는 분들이 상당히 많을 거 같은데, 추적자-위축자 관계는 왜 나타나는 걸까요?

[인터뷰]
아이러니하게도 추적자-위축자 관계가 되는 것은 나름으로는 관계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추적자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고 가는 것이 우리 관계를 위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생각하죠. 육아도 힘들다는 걸 인정하지만, 최소한 퇴근해서 돌아오는 집이 어느 정도는 정돈되어 있으면 좋겠고 그러한 자신의 마음을 알리고 아내와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보다는 소심한 자기방어를 하거나 무반응으로 일관하게 되면 관계가 단절되어 외롭고 버림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외롭고 버림받는다는 부정적인 정서에서 벗어나고자 상대방과 더 대화를 시도하지만, 그럴수록 위축자인 상대는 더 도망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죠. 여기서 위축자인 아내는 부부싸움을 하는 것이 가장 관계를 해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갈등 상황에서 참고 피하는 것이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싸우게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니 꾹 참고 입을 다물게 되는 겁니다.

남편의 '하루 종일 집에서 뭐했어?'라는 말은 위축자인 아내에게 상대방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는 상당한 부적절감을 느끼게 하고 또 때로는 통제당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게 됩니다. 위축자들은 억울한 마음도 있지만 나 자신을 탓하면서 그나마 중요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참고 침묵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앵커]
이렇게 계속 관계가 된다면 악화하기가 쉬워 보이는데요. 이런 추적자-위축자가 있어도 계속 그런 관계가 지속 되다 보면 '위축자가 터지기도 하고, 추적자가 말을 안 하는 관계' 이렇게 관계가 변모하기도 하는데 어떨까요?

[인터뷰]
추적자-위축자 관계가 오랜 시간 그대로 유지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양상으로 관계가 변모해가기도 합니다. 갈등이 반복되면 추적자도 더 이상 같은 일에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되고 또 소진이 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에게 더 이상 요구하거나 비판하는 일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즉, 위축자-위축자의 관계 양상으로 변모하게 되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추적자는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조차 포기한 것이 되는 거라 부부 사이의 관계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관계가 분리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소위 '쇼윈도 부부'가 되어 겉으로 볼 때 갈등하진 않지만, 사실은 서로 소통하지 않는 부부가 될 수 있고 또는 자녀가 있다면 그저 아이들 때문에 함께 사는 관계로 변모하게 됩니다.

반대로 추적자-추적자의 관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참고 피하는 것이 관계 유지를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위축자가 더 이상 참지 않고 분노를 표출하면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면 서로 맞부딪치게 되면 각자 자신의 입장을 부르짖는 싸움을 계속하게 됩니다. 때로는 이러한 관계양상이 순환의 고리로 나타나서 싸우거나 도망가는 반응이 관계에서 반복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추적자-위축자 관계양상에서 서로를 공격하는 추적자-추적자로 바뀌었다가 서로 에너지가 소진되면 위축자-위축자로 거리를 두고 어느 정도 에너지가 쌓이면 다시 추적자-위축자 고리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앵커]
추적자-위축자 말씀을 해주시는데, 다양한 유형이 어떤 모습일지 그려지는 거 같아요. 싸우기도 하고 참기도 하고 이렇게 되는 거 같은데,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소통해나가야 부부관계가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인터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내용에 매몰 되어서는 맥락을 듣기가 어렵습니다. 남편이 '하루 종일 집에서 뭐했어?'라고 할 때 비난의 뉘앙스와 '아니 내가 종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아이랑 씨름했는데 종일 뭐했냐고?'라고 들리면 당연히 아내 역시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면서 최대한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지키려는 방식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때 맥락을 듣는다는 건 남편이 한 이야기의 밑 마음을 함께 듣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러한 이야기가 있겠죠. '여보! 당신도 아이랑 힘들지만 그래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알면서 이렇게 늘 어질러져 있는 건 나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마음이 들게 해서 화가 나!' 같은 마음일 겁니다. 부인의 맥락은 '나도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싸워서 중요한 당신과 나의 관계가 망가지는 게 제일 싫기 때문에 꾹 참는 거야. 이게 내 최선이야!' 의 맥락이 녹아있는 거죠. 부부 사이의 소통에서는 내용을 문자 그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이해하고 있는 그 사람의 태도와 패턴을 함께 고려해서 듣는 맥락 듣기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내용, 말꼬투리 잡는다, 이게 아니라 맥락을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말씀이신 거 같은데요. 그럼 서로에게 지켜야 할 다른 점이 있을까요?

[인터뷰]
부부 사이는 부모-자녀 관계와는 다릅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지만 부부는 상호 간에 주고받는 사랑을 하는 거지 일방적으로 한쪽이 퍼부어주는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관계에서 서로의 안전기지가 되어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추적자-위축자의 패턴이 반복되면 서로 큰마음을 먹고 잘해보자고 이야기를 해도 서로 섭섭한 점만 이야기하며 지적하는 방식이 되고 결국은 다시 어느 한쪽이 화를 내고 상대는 피하게 되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역시 우리는 대화가 안돼!'라는 신념만 더욱 굳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패턴을 깨지 못하는 것은 '내 속마음을 말하는 것, 내 내면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과 생각 때문입니다. 오히려 남들에게는 내 생각이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막상 배우자에게는 더 이야기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오게 되는 거죠.

추적자나 위축자이신 분들 모두 친한 친구를 만나서 술 한잔, 차 한잔 하면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잘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이건 '상대가 나를 지나치게 공격할 것이다. 혹은 상대가 내 이야기를 무시할 것이다.'와 같은 가정이 없기에 가능한 겁니다. 즉, 이야기를 할 수 있으려면 상대에게 말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느낌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앵커]
서로에게 '내가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면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할 거 같은데, 각자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인터뷰]
네. 이러한 안전기지가 되어주려면 부부 사이에도 애착을 잘 형성하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부부 사이에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려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불안이 낮고 상대방에 대해서는 회피가 낮아야 합니다. 즉, 나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어느 정도 확신이 먼저 있어서 '내가 저녁 준비를 하거나, 퇴근 후와 주말에 아이 돌보기 같은 부분에서 최대한 돕고 있으니 아내도 힘들겠지만 그래도 내가 퇴근하고 올 때쯤엔 어느 정도 집안 정리는 좀 되어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보자. 나한테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니까 다른 부분에서는 좀 더 내가 노력하고 양보하더라도 표현을 하는 게 좋겠어!' 라는 마음이 먼저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회피하지 않을 방식, 즉 비난하고 퍼붓는 듯한 말투가 아니라 내 욕구를 전달한다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아내도 마찬가지로 '나도 힘들었다고 하면 또 더 싸우게 되겠지? 싸워서 관계를 더 망치느니 아예 말을 말자.'라는 쪽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는 말을 안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남편은 표현하지 않는 것으로 상처받고 있다고 하잖아! 윽박지르거나 비난하는 느낌을 받으면 나는 싸울까 봐 두려워 입을 다물게 된다고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좀 더 솔직하게 소통해보자!'라는 태도를 먼저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될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통과 대처가 가능해지고 부부 사이의 만족감도 높아지게 됩니다. 맥락을 듣고 서로의 안전기지가 되어주는 것! 가까운 부부 사이일수록 꼭 기억해야 하는 중요한 소통의 원칙인 것 같습니다.

[앵커]
갈등보다는 사랑이 가득한 부부 사이가 되도록 오늘 배운 소통방법, 활용해 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임지숙 상담심리학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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