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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뉴욕에서 떠오르는 젊은 여성 작가…안나 웨이언트

2023년 11월 24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요즘 뉴욕에서는 젊은 여성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중 요즘 시대의 보티첼리라는 별명을 가진 작가 안나 웨이언트는 특유의 재치있고 매력적인 화풍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는 작가 안나 웨이언트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 소개해주실 안나 웨이언트!

아직 젊은 나이인데도 해외에서 명성이 대단하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요즘 뉴욕 미술 시장에서는 젊은 여성작가들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중에서 바로 '안나 웨이언트'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1995년생의 젊은 나이로 현재 해외에서 굉장히 떠오르고 있는 작가입니다.

안나 웨이언트는 세계적인 갤러리죠, 가고시안 갤러리와 2022년에 전속 계약을 맺기도 했고요. 같은 해 5월에 경매에 출품됐던 작품이 한화 약 21억 원에 낙찰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또 놀라운 점은, 그로부터 얼마 안 된 11월에 또 한 번 경매에 출품되는데요. 한화 약 19억 6천만 원에 낙찰되면서 또 한 번 크게 이슈가 됐습니다. 사실 이렇게 젊은 작가의 작품이 경매에서 이렇게 자주 높은 금액에 낙찰되는 게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안나 웨이언트의 이름이 점차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겁니다.

[앵커]
저희 사이언스 인 아트에 나온 작가 중에 가장 최연소 작가가 아닐까 싶은데요, 안나 웨이언트가 '밀레니얼 보티첼리'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나요?

[인터뷰]
네, 우선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거장인 보티첼리는, 초기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출신 화가입니다.

특히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의 경우, 신화적인 주제로 굉장히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작품인데요. 이 작품이 당시 이슈였던 것은 이전까지만 해도 고전 신화와 여성의 누드화를 이렇게 큰 스케일로 다루는 경우가 없었고요. 또 작품 속의 상징성과 시각적인 매력이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오늘 다루는 안나 웨이언트의 작품 또한 처음 마주하면 아, 뭔가 고전적이다. 고풍스럽다. 하는 느낌이 드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의 켈리 크로우는 안나 웨얀트에 대해서 "보티첼리가 도자기 피부를 가지고 있거나, 스포티한 금목걸이를 한 밀레니얼 세대라고 생각해봐라" 라고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보티첼리와 안나 웨얀트의 공통점은 도발적이면서도 시각적인 매력까지 놓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앵커]
보는 이를 확 사로잡는 그런 매력이 있어서 별명이 붙은 것 같은데요. 본격적으로 안나 웨이언트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인터뷰]
안나 웨이언트는 캐나다 출신의 예술가로, 현재는 주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에서 공부했는데요, 배우인 친오빠와 함께 뉴욕으로 이주해서 잠시 동안 링컨센터에서 일하게 됩니다. 이후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미술 아카데미에서 약 7개월 정도 공부하는데요, 그곳에서 자신의 시그니처 컬러인 차분한 색감에 대해 영향을 받았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안나 웨이언트는 중국어에 대한 장벽으로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201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고요.

2021년에는 블룸앤포 라는 갤러리에 잠시 머물다가 2022년 가고시안 갤러리에 합류했습니다. 미술품 경매를 통해 높은 작품가로 더욱 이름이 알려졌고요, 이른 나이부터 이미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데요. 또 가고시안 갤러리의 수장인 래리 가고시안과 연인 관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술계에서 한층 더 핫한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 뉴욕 미술계에서 안나 웨이언트 같은 젊은 여성 작가들이 주목받고 있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최근 1~2년 사이에 메이저 갤러리에서 젊은 여성 작가들의 전시가 잇따라 개최됐는데요. 안나 웨이언트 외에도 줄리 커티스, 이지 우드 같은 작가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평균 20대에서 40대 사이의 젊은 작가들인데요, 이전의 미술계에서는 여성 작가들이 다소 배제되어왔다면 최근에는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배경이 있는데요, 그중에 한 가지는 과거에 비해 여성이 가사 노동보다 자신의 일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 때문도 있습니다.

하나의 예시로, 남녀 모두 예술가인 부부가 있다고 했을 때 과거에는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반대로 남성은 작업에 더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었거든요.

실제로 많은 부부 예술가들이 그런 포지션이었고 대부분 남성은 계속 작업을 하지만 여성은 작업을 중단하고 가정을 돌보면서 남편을 서포트하는 형태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거의 남성 지배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좀 더 주체적인 여성들이 많은 환경이죠.

이런 시대적 배경도 함께하면서 여성 작가들이 더욱 역량을 펼칠 수 있고 또 재능을 일찍부터 알아봐 주는 갤러리도 많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최근 뉴욕의 미술계에서 여성 작가들이 주목받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동시대의 변화에 맞는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럼 밀레니얼 보티첼리라고 불리는 안나 웨이언트의 대표작도 몇 가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네, 안나 웨이언트가 작품 중 2022년 소더비 경매에 출품됐던 작품을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2년 5월에 뉴욕 소더비 경매에 안나 웨이언트의 이라는 작품이 출품됐는데요. 당시 162만3천 달러, 즉 한화 약 21억 원에 낙찰이 되어서 크게 화제가 됐는데요.

밀레니얼 보티첼리라고 불리는 만큼 안나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고전적인 매력과 현대적인 세련미를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안정된 모습보다는 어딘가 불안정한 분위기가 더 궁금증을 유발하는데요.

이 작품에서는 계단에서 떨어지고 있는듯한 여성이 묘사되어있습니다.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고 있는데요, 계단 위로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계단에서 넘어졌던 경험이 다들 한 번씩은 있으실 텐데요. 그때의 공포감을 캔버스 안에 가득 채웠습니다. 동시에 약간 드러난 가슴과 놀란 표정 등에 안나는 특유의 위트와 장난기를 담았는데요.

이처럼, 안나 웨이언트는 작품에 '소녀 시절의 가벼운 트라우마'를 담습니다.

[앵커]
소녀 시절의 트라우마를 담았다고 하셨는데, 주로 어린 시절을 소재로 작업하나요?

[인터뷰]
안나 웨이언트는 어린 시절, 그러니까 대부분의 여성이 소녀일 때 공통 적으로 겪는 경험에 주목하는데요.

예를 들면 외모를 가꾸거나 유지하기 위해 했던 노력 같은 것들을 한층 기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작품에 담는 겁니다. 안나는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억지로 어리석은 행동을 막을 순 없습니다. 발렌시아가 드레스를 입고 샴페인 잔을 들고 있더라고, 계단으로 고꾸라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이처럼 안나 웨이언트 작품은 침울하고 비극적인 분위기에 자신만의 장난기를 불어넣어서 매력적으로 재탄생시키는 게 시그니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안나 웨이언트가 존 커린이라는 작가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고 있는데요, 존 커린은 어떤 작가인가요?

[인터뷰]
존 커린은 1990년대에 초상화 장르를 새롭게 재해석했던 작가로 유명한데요. 1980년대부터 미디어 아트가 성행하면서 상대적으로 회화 영역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기도 했던 때입니다.

이때 존 커린은 오히려 초상화 분야를 더 파고들어서 현대식으로 풀어내는데요. 미화시키는 초상화가 아니라, 아름다움과 추함을 조화롭게 섞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냅니다.

이에 대해서 존 커린은 '나의 동기 중 하나는, 누가 봐도 저속하고 아름답지 않은 것을 회화로 아름답게 풀어낼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예를 들면 포르노 같은 노골적인 주제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풀어내는 겁니다. 존 커린의 키치한 작업에 대해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는데요.

안나 웨이언트는 2014년에 존 커린의 작품을 접했을 때 불쾌하면서도 놀라웠다고 하면서,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구나'하고 깨달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안나의 작품과 존 커린의 작품을 보면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 중에 기억에 남는게 안나 웨이언트가 가고시안 수장인 래리 가고시안의 연인으로 알려졌는데요. 안나 웨이언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인터뷰]
네, 2019년에 열린 안나 웨이언트의 첫 개인전에서 래리 가고시안이 처음으로 안나의 작품을 접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이후 둘은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70대의 가고시안과 20대인 안나 웨이언트의 나이 차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신예 작가와 세계적인 갤러리스트의 만남이기 때문에 둘의 관계가 안나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가고시안은 안나 웨이언트의 작품을 사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해서 자택에 걸어두기도 했고요, 안나를 자신의 갤러리에 영입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도 합니다.

또 한 언론 매체에서는 둘의 관계에 대해 '나쁜 늑대들로부터 그녀를 보호하는 남자, 유명 미술상 래리 가고시안'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는데요.

안나의 유명세가 가고시안 때문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실제로 안나 웨이언트의 작품을 접하면 그 말이 쏙 들어갈 정도로 매력적이라고도 하거든요.

안나가 가고시안으로부터 받는 지지와 그로 인한 세간의 주목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많겠지만, 또 갑자기 치솟은 작품가 때문에 압박을 많이 느꼈다고도 밝혔기 때문에 더 열심히 작업을 하게 되는 계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앵커]
젊은 나이에 크게 주목받으면서 여러 비판도 받고 있는 것 같은데요. '밀레니얼 보티첼리'라는 명성을 어떻게 더 키워나갈지 기대됩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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