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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들의 연구실] 인체 오가노이드로 간 독성 연구…안전성평가연구소

2023년 11월 29일 오전 09:00
■ 김혜민 / 안전성평가연구소 책임연구원

[앵커]
우리나라 대표 연구자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 분야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코너, <국대들의 연구실> 시간입니다. 오늘은 안전성평가연구소의 연구실을 방문해보겠습니다. 우리 몸의 화학 공장이라 불리는 간은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만들어 저장할 뿐 아니라 몸속에 들어오는 독성 물질을 해독하고 없애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이 때문에 간 연구는 간 기능 자체뿐 아니라 약물이나 화학 물질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도 중요한데요, 오늘은 사람의 간을 그대로 본뜬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간 독성 연구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혜민 책임연구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소속된 연구실이 안전성평가연구소, 그중에서도 '예측독성연구본부'잖아요? 이름이 좀 어려운데, 정확히 어떤 연구를 하는 곳인가요?

[인터뷰]
네. 저희 안전성평가연구소는 글로벌 독성연구기관으로서 새로 개발된 약물이나 산업 화학물질이 인간의 건강이나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 임상적인 방법, 즉 동물실험을 통해 평가하고 연구하는 곳입니다. 반면에 제가 소속된 예측독성연구본부는 동물실험을 최소화하고 대체할 수 있는 첨단 독성예측 기술 개발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인체 독성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과 동물 대체 시험모델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연구실은 인간의 주요 장기인 간에서 일어나는 독성을 평가할 수 있는 간 오가노이드 모델을 개발하여, 신약개발 과정 중 동물 실험에서 나타나지 않은 인체의 간 독성을 예측하고 평가하는 데 사용하고자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어떤 의약품이 우리 몸에 혹시나 독성이 있지 않을까 이런 부분들이 예측하고 예방하는 연구를 하고 계신다는 건데, 말씀해주신 내용을 보면 동물실험 단계를 대체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계신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발굴된 신약 후보 물질은 임상 시험 전 동물실험을 통해 약물의 효능과 독성을 평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인간과 동물 간의 종간 차이로 인해 실험동물에서 나타나는 독성 결과가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약물에 의한 간 독성이 신약 개발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작년 말 미국의 연방 식품 의약품 화장품법이 개정됨에 따라, 미국 FDA가 지난 80년 이상 진행해 온 의약품 허가 시 필요로 했던 동물실험이 의무화 조항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진행되는 비효율적이고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보다 안전하고 더 효과적인 신약이 단기간에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동물실험 대체자료를 의약품 허가 시 제출할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동물 대체 시험법에 활용할 수 있는 모델로 현재 가장 많이 주목을 받고 있는 오가노이드 모델을 제작하고, 이를 활용한 대체 독성 평가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저희 채널에서도 오가노이드에 대해서 다뤄 본 적은 여러 번 있는데, 구체적으로 오가노이드가 무엇이다, 일단 설명을 해주실까요?

[인터뷰]
오가노이드는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제작한 특정 장기를 구성하는 3차원 세포 구조체로서 인공장기라고도 불립니다. 이러한 오가노이드는 스스로 증식할 수 있고, 스스로 공간적 구조를 형성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체의 장기 구조와 기능을 모사할 수가 있기 때문에, 기존에 널리 사용되는 2차원 수준의 세포모델이나 동물 모델보다 더 뛰어난 실험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성 연구분야뿐만 아니라 의학 분야 그리고 생명공학 전 분야에서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동물을 대체해서 진짜 사람의 장기로 실험하는 것과 같은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건데, 그렇게 만들려면 정말 어려울 거 같거든요. 특히나 모양이라든지, 성질이라든지, 이런 동일성이 나와야 할 거 같은데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드나요?

[인터뷰]
저희 연구팀은 인간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재료로 사용하여 간 오가노이드를 제작하였습니다. 인간 전분화능 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발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세포입니다. 대표적으로 수정란 유래의 배아줄기세포와 인체의 체세포를 다시 리프로그래밍 과정을 통해 제작한 역분화 줄기세포가 있습니다. 이러한 줄기세포로부터 인체의 간 발달을 실험실상에서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간 오가노이드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동물 모델이 아닌 인체 유래의 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약물에 대한 인체 해독작용을 재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간 독성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가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에 개발하신 오가노이드와 기존 오가노이드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앞서 국내외 많은 연구팀이 간 오가노이드를 개발하였습니다. 하지만 간 독성 평가에 있어서 오가노이드 모델이 갖추어야 할 필수기능은 바로 해독 작용이며, 특히 약물 대사 효소의 활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오가노이드 모델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팀에서는 임상 약물의 해독작용에 관여하는 주요 약물 대사 효소의 발현과 활성을 보유한 간 오가노이드를 개발하였고, 다른 오가노이드보다 제작 방식이 간단하고, 대량 생산과 동결 보존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독성평가모델로서 활용성이 매우 높습니다.

[앵커]
지금 개발하신 오가노이드를 실제로 연구에 투입해보신 경험이 있을 거 같은데,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인터뷰]
네. 저희 연구 성과로는 약물 대사 기능이 개선된 독성평가용 간 오가노이드 개발을 주제로 생체재료 분야의 상위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였고, 간 오가노이드 제작기술을 줄기세포 유래 세포모델을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는 기업에 이전하였습니다. 향후 상용화 예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많은 장기중에서도 간을 연구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터뷰]
앞서 말씀드렸듯이 신약개발 실패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임상시험 과정에서 간 독성이 빈번하게 나타나 개발 도중에 중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임상시험에 통과되어 시장에 판매되더라도 심각한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다시 퇴출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간 독성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체의 간 독성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이 꼭 개발되어야 하는 상황이며, 저희 연구팀은 이를 위해 간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독성평가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간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간 기능을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의약품에 독성 물질, 독성에 예측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앞으로 어떤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저희가 개발한 간 오가노이드는 해독작용에 관여하는 약물 대사 효소 활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독성평가뿐만 아니라 제약회사 연구소나 약학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기관에서 약물의 간 대사를 연구하는 데 충분히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간 대사질환이나 유전 질환을 오가노이드에서 재현하고, 질병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신규 치료제를 개발하는 실험 도구로써 충분히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앵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이 연구로 연구원에서 올해의 우수 연구자에 선정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연구원님께는 어떤 의미가 있으신가요?

[인터뷰]
저희 연구팀은 10년간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인체 유래 간 독성평가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였고, 지금도 계속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번 우수 연구자 선정으로 저희가 개발한 간 오가노이드 기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개인적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게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동물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마음껏 실험할 수 있다면 의학 발전도 더 탄력을 받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좋은 연구 성과 기대 하겠습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김혜민 책임연구원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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