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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마음이 공허하다고 느껴진다면?

2023년 12월 05일 오전 09:00
■ 임지숙 / 상담심리학자

[앵커]
어느새 올해의 마지막 달에 들어섰습니다. 새삼 시간의 빠름을 느끼면서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심정이 느껴지곤 합니다.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이러한 심리적 공허에 대해 이해하고 이런 공허감을 줄이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할 수 있을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임지숙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새해가 조금 있음 다가 올텐데 새해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지난 한해에 대한 회의감, 반성, 회상 이런 것들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공허한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외로움과는 다른 개념의 감정일까요?

[인터뷰]
네.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한 해의 마무리에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느낌, 즉 심리적 공허를 느낀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유독 더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외로움은 대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부족하거나 사회적 연결 감을 가지지 못해서 생기는 감정인 반면에, 이러한 심리적 공허는 보통 내 안에서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는 개인 내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이러한 공허함은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과는 별개의 것으로, 물질적으로는 풍족하거나 외적으로 볼 때 성공적인 삶으로 보이더라도 내면적으로는 충족감이 없을 때, 오히려 더 대비되게 비어있는 텅 빈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느끼는 연대감이나 안정감만으로는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오롯이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채워야 하는 측면이 있어서 이러한 심리적 공허는 더 채워나가기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앵커]
요즘 이런 연말에 심리적 공허를 느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
네. 우리가 새해 계획을 세운다는 건, 내 삶의 목표나 의미를 잘 구현하고자 하는 포부와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 계획을 세우는 순간을 잘 생각해보면 내 삶을 더 좋게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자발성이 기반이 되어 있고 또 새로운 한 해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즐겁거든요. 저희가 재미있는 이야기에 웃을 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한 해의 삶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때 생기는 그런 즐거움이 있는 거죠. 마치 풍선을 부는 것처럼 내 마음에 의미나 목표, 희망 같은 것들을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마음을 가득 차게 채워서 한해를 시작하고 열심히 지내면서 연초에 세운 계획들을 다는 아니더라도 이뤄낸 부분이 있고 또 '나는 열심히 진행 중이야.'라고 느껴지신다면 연말에 꼭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나름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시게 될 텐데요. 연초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일상에 치여 정신없이 어떻게든 살다가 연말이 다가오면서 돌아보니 열심히 불어넣었던 의미와 목표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걸 발견할 때 저희는 초라하고 찬바람만 휑하게 부는 비어있는 마음을 느끼게 되는데요. 그것이 바로 심리적 공허감 그 자체이죠.

[앵커]
이미 올해는 벌써 다 지나가고 있고 돌이킬 수도 없으니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어 공허한 마음에 한숨만 나오게 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래도 올 한 해가 가기 전에 이러한 심리적 공허를 채우기 위해 좀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우선 시간에 대한 프레임의 경직성을 좀 유연하게 하시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루 24시간 정해진 건 똑같다'는 말은 물리적 시간의 관점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심리적으로 보면 시간 또한 주관적인 면이 훨씬 크거든요.

예를 들어 처음 가보는 낯선 길을 찾아갈 때의 10분과 익숙한 출근길을 갈 때의 10분은 상당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동일한 시간과 거리를 걸어도 낯선 길의 10분은 굉장히 길게 느껴지고 익숙한 길의 10분은 금새 지나간다고 느껴지거든요. 낯선 길을 갈 때는 길 찾기 지도도 찾아보고 맞게 가고 있는지 주변의 건물이나 가게들도 살펴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정보들을 접하게 되고 새로운 경험을 가지게 되죠.

우리의 뇌는 외부 자극에 따라 변화하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자극이 오면 새롭게 연결되고 강화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창의력까지도 활성화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즉, 새로운 경험과 자극으로 뛰어드는 것은 주관적으로 시간을 길게 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됩니다. 올 초 계획했던 것들을 다시 살펴보시면서 여러 가지를 다 하시려고 하면 오히려 포기밖에 할 수가 없고요. 지금은 욕심은 줄이시고 행동력을 높이셔서 한두 가지만 선택해서 새로운 노력을 시작하시면 한 달여의 시간을 주관적으로는 훨씬 길게 사용하시며 공허한 마음을 좀 더 채워나가실 수 있을 거예요.

[앵커]
그런 새로운 경험들 주관적으로 길게 느끼려면 어떤 경험을 하는 게 좋을까요?

[인터뷰]
네. 시간을 주관적으로 길게 느끼면서 쓰려면 가능한 직접경험을 선택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저희가 새로운 드라마를 보면서 보내는 1시간과 새로운 산을 등산하면서 보내는 1시간은 질적으로 굉장히 다르거든요. 물론, 드라마도 간접경험을 하도록 해주지만 내가 오감을 동원하고 온몸을 사용하면서 낯선 산을 오르는 직접경험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연휴 때 시리즈 드라마를 정주행 해보신 분들은 아마 더 확실히 느끼실 텐데 며칠의 시간이 굉장히 짧게 느껴지시지 않으셨나요? 그 며칠을 새로운 곳을 부지런히 여행하며 쓰셨을 때는 물리적 시간은 같더라도 주관적 시간은 훨씬 길게 느끼셨을 겁니다.

[앵커]
드라마만 몰아서 보지 말고 어떤 새로운 경험을 직접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심리적 공허를 채워나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인터뷰]
건강한 자기애를 키우는 것 또한 심리적 공허를 해결해 나가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이 들어요. 자기애가 부족하면 다른 사람들만 대단해 보이고, 또 자기애가 너무 과하면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거나 거대화된 허상의 자기에 빠져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기소외의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타인이나 사회의 욕구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나를 귀하게 여기고 대접할 수 있는 힘, 이것이 건강한 자기애를 가진 상태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심리적 공허가 자신의 내적인 측면의 반영이라고 말씀드렸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자기애 역시 나 자신과의 관계의 토대가 됩니다. 건강한 자기애의 자리가 커지면 심리적 공허의 자리는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됩니다.

[앵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사례는 뭐가 있을까요?

[인터뷰]
쉽게는 눈에 보이는 것부터 실천해 보세요. 바쁘고 귀찮다고 매 끼니를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때우시지 말고 5분만 시간을 투자해서 신선한 야채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나를 귀하게 여기고 좋은 것을 스스로에게 대접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당장의 필요가 없더라도 나를 위해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세요. '나는 취업도 못 하고 있는데 취미 생활을 갖는건 사치야!'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당연히 계실 겁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드리는 건 꼭 거창한 무엇일 필요는 없고요. 예를 들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 잠깐 동네 한 바퀴 산책하는 것과 같이 소소한 활동이라도 나를 위한 활동을 하시라는 의미입니다. 즉, 나를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관심을 가지고 관여하는 것이 건강한 자기애를 갖고 공허함을 줄여나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나를 귀하게 여기고 좋은 것을 스스로에게 대접할 줄 알아야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공허를 느끼신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인터뷰]
우리의 감정은 저절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몸의 건강을 관리하듯 우리의 감정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은 똑같은 하루예요. 오늘까지는 흘려보내고 내일부터 잘한다는 건 사실 스스로를 속이는 거죠! 새해로 모든 것을 미루시면서 12월을 공허로 흘려보내지 마시고 새로운 경험 속으로 적극적으로 뛰어드시고 나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고 대접할 수 있는 올해의 마무리 되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정말 한 해 동안 내가 이룬 일은 왜 없을까? 공허함을 느끼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내는 그 자체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칭찬해줘도 된다고도 말씀드리고 싶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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