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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사물에 감성 한 스푼…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디자인 세계

2023년 12월 15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인데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단순하지만 독특한 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는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디자인 세계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알아볼 건축가가 '디자인의 아버지'라고 불린다고 하니 대단한 분 같은데, 어떤 인물인가요?

[인터뷰]
네. 오늘 소개해드릴 인물은 알레산드로 멘디니인데요.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로 현대 디자인과 포스터 모더니즘의 선구자이기도 합니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 관장은 "알레산드로 멘디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더라도, 그의 작품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없었다면 우리의 삶은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디자인이나 건축, 가구 등을 잘 모르더라도 오늘 멘디니의 디자인을 보면 아마 ‘아~ 저 제품~’ 하고 익숙 해하실 것 같은데요. 그 정도로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앵커]
네, 굉장히 궁금해지는데 어떤 작가인지 알아볼까요?

[인터뷰]
네, 193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건축학을 공부했는데요. 1979년부터 약 6년간 밀라노에 뿌리를 둔 디자인 잡지 '도무스'에서 편집장으로 역임했습니다. 이후 이탈리아의 급진적 디자인 운동의 중심에서 현대 디자인을 선도했는데요.

기존의 디자인이나 형태를 재조합해서 새로운 의미로 탄생시키는 '리디자인' 개념을 선보였습니다. 이때 만든 '프루스트 의자'가 멘디니의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또 상업주의와 기능주의에 가려진 '가치'와 '감성'을 디자인의 핵심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또 알레시 본사, 히로시마의 파라다이스 타워, 그로닝거 미술관, 하노버의 버스정류장 등 건축가로서도 굉장히 중요한 업적들을 남겼고요. 1979년과 1981년, 2014년에 3차례 황금나침반 상을 수상하고 그 외에도 수많은 국제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2022년에는 밀라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할 정도로 큰 공을 세운 예술가입니다.

[앵커]
그리고 이 분이 대단한 명성만큼이나 수많은 브랜드와 콜라보를 했던데 보니깐 까르띠에, 스와로브스키, 대단한 브랜드들이 많네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모두 이름만 들어도 유서 깊은 브랜드들인데요, 멘디니는 세계적인 기업과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많은 아트 콜라보를 진행했습니다. 그중에 까르띠에와의 협업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까르띠에 재단에서는 알레산드로 멘디니를 포함한 4명의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협업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멘디니는 까르띠에의 창고에서 긴 세월 방치되어있던 많은 보석들을 아름다운 조형물로 재탄생시켰는데요. 에메랄드와 진주, 사파이어, 루비 등 구멍이 뚫리거나 제작 과정에서 손상되어 사용할 수 없는 보석들을 사용해서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었습니다. 이 큰 기둥은 여러 색의 가느다란 기둥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각 다른 종류의 보석들로 만들어진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높이만 2.3m로 초안부터 최종 설계까지 약 18개월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됐고요. 80시간 이상 경화 후에 에폭시 수지에 담근 보석들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2010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전시되어 당시 화제가 됐습니다.

[앵커]
보석, 시계 같은 브랜드 말고도 이탈리아의 생활용품 브랜드 '알레시'와도 오랜 기간 작업을 했다고요?

[인터뷰]
네, 아마 알레시 하면 와인 코르크 스크류로 많이 접하셨을 것 같습니다. 대중들에게 알려진 알레시의 명품 와인오프너가 멘디니의 대표작 중 하나인데요. 우리나라의 고 박서보 화백도 멘디니가 본인의 모습을 본떠 만든 알레시 와인오프너와 협업해서 묘법 색채를 입혔던 사례가 있었죠. 특히 'Anna G' 코르크 스크류가 익숙하실 텐데, 웃고 있는 얼굴이 묘사된 유쾌한 와인오프너입니다. ‘안나 G’에서 안나는 아내의 이름에서 따왔는데요, 이 오프너의 모양도 아내가 춤추는 모습을 형상화한 사랑스러운 제품입니다.

이외에도 앵무새 형태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와인 애호가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는데요. 멘디니와 알레시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고 일상적인 물건들에 한층 더 아름다움을 부여하고, 기분 좋은 디자인으로 '실용성'이 우선이었던 디자인 관습을 깨뜨렸습니다. 또 멘디니는 알레시와의 협업과 지원을 통해서 새로운 재료와 기술을 시도할 수 있었는데요. 기존의 주방 도구 등으로 사용되던 소재에서 벗어나 눈에 확 띄는 컬러의 에나멜이나 플라스틱 등의 조합으로 세련미를 더했습니다.

[앵커]
작품을 직접 보니깐 기분 좋은 디자인이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멘디니가 디자인한 제품 중 우리나라에서 유독 유명한 게 있다고요?

[인터뷰]
네, 혹시 '서울대 스탠드'라고 들어보셨나요? 학부모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명한데요. '라문 아물레또 스탠드'입니다. 동그란 형태의 스탠드로 우리가 흔히 아는 조명과는 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제품인데요. 서울대 스탠드라고 불리는 이유는, 자외선과 적외선이 없고 또 색의 온도나 빛의 퍼짐, 디자인 등이 눈 건강에 최적화되어서 장시간 켜놓고 공부하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멘디니가 자신의 손자가 꿈을 이루는 것을 소망하며 만든 제품인데, 실제로 손자와의 대화에서부터 이 제품의 디자인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마치 작품처럼 생긴 조명인데요, 이 동그란 원 모양의 조명이 당시 모든 디자이너가 구현하고 싶었지만 어려워했던 형태라고 하고요.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이 형태가 시력 보호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했고, 3개의 원형은 태양과 달, 지구를 형상화한 겁니다. 아이들이 켜기 어려운 조명이 아니라,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손가락 하나로 쉽게 켤 수 있고, 눈에 안 좋은 파장은 없애서 아이들에게 최적화된 디자인 스탠드입니다.

[앵커]
스탠드부터 와인 따개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멘디니 작품이 있는 것 같은데요, 대표작으로는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인터뷰]
'프루스트 의자'가 멘디니의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손꼽히는데요. 1978년에 디자인된 암체어 입니다. 디자인 역사상 굉장히 상징적인 의자인데요. 프루스트 의자는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자를 로코코 형식으로 화려하게 재탄생시켰습니다. 특히 의자의 패턴으로는 '폴 시냑'의 점묘 회화 작품에서 착안해 직접 손으로 칠했는데요. 폴 시냑은 지난번 조르주 쇠라와 점묘법에 대한 방송에서도 다뤘던, 점묘 회화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이 프루스트 의자는 'Magis'라는 브랜드를 통해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여졌는데요. 멘디니가 이런 획기적인 의자를 선보인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상에 이미 너무 많은 디자인이 나왔기 때문에 멘디니는 '더 이상 독창적인 것은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구태여 새로운 걸 만들어내기보다는 과거로 돌아가 가장 화려했던 로코코 양식을 가져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 컬러풀한 색감을 입히면서 특유의 현대적인 미를 더했습니다.

[앵커]
멘디니의 그로닝거 미술관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건축물에 손 꼽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라면서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그로닝거 미술관은 네덜란드 그로닝겐 기차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데요. 이탈리아의 포스트 모더니즘 스타일의 건축물입니다. 기존의 가스를 저장하던 공간을 개조 해서 금빛의 타워로 만들었는데요, 소장품을 보관하는 수장고와 사무실, 입구가 위치하고 있고요. 타워 바로 옆으로는 교육 공간과 카페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공간들이 있는데요, 건축물의 외관을 봤을 때는 굉장히 어지러워 보일 수 있지만 모두 작품을 보관하는 공간이나 전시 공간 등 철저히 기능에 맞춰 설계된 공간입니다. 네덜란드에 방문하시는 분들은 꼭 들러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앵커]
네 오늘 작품들을 살펴 보니깐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멘디니의 작품이 우리의 삶에 곳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디자인 세계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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