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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SNS 시대, 인플루언서를 통한 쇼핑…현명한 소비인가?

2023년 12월 26일 오후 5:03
■ 조연주 / 미디어심리학자

[앵커]
기본적인 의식주에서부터 기분전환과 자기표현까지 무언가를 구매하는 쇼핑은 우리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사회가 변화하면서 쇼핑하는 방법과 모습도 변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SNS 시대에 인플루언서를 통한 구매에 대해서 어떤 이유로 늘어나는지 알아보고 현명한 소비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조연주 미디어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요즘 SNS에서 인플루언서가 파는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를 저도 많이 봤는데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유가 뭘까요?

[인터뷰]
네, 이맘때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로 쇼핑 성수기인데요. 쇼핑의 변화된 모습의 중심에는 SNS의 발달과 '인플루언서'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에서 조금 자유로워지자 다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 쇼핑이 강세를 보입니다. 시장 조사 기업 칸타코리아에서 월 1회 이상 온라인 쇼핑을 하는 국내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커머스 행동 연구 조사 결과, MZ 세대는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친구보다 인플루언서의 말에 더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플루언서를 통한 제품 구매가 증가하는 데는 첫 번째로 SNS나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 매체에서 활동하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높아졌고요. 두 번째는 인플루언서가 대중의 선호도를 이해하고 관심사에 맞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숙련된 콘텐츠 제작자라서 친밀한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앵커]
분명 인플루언서의 어떤 특별함이 있기 때문에 이런 마케팅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 특별함이 대체 뭘까요?

[인터뷰]
인플루언서는 신뢰와 상호주의를 구축할 능력을 갖추고 있고, 그것이 친밀감을 전달하고 관계를 지속시키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면, 직접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닌데도 인플루언서를 '언니'라고 부르거나 닉네임을 부르면서 "저는 피부가 하얀 편인데 저한테는 어떤 게 잘 어울릴까요?" 이런 질문들을 친구가 아니라 인플루언서에게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요. 그럼 인플루언서는 친절하면서도 전문적으로 설명해주고 보여주기도 하면서 추천해주거든요.

소비자는 사용설명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가졌을 때의 자신을 떠올리는데, 그것을 대신 보여주는 사람이 인플루언서인거죠. 그래서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인플루언서의 추천을 구하게 되고 그러면서 그들에게 충성심도 생기게 됩니다. 충성심이 강한 팔로워들은 기본적으로 인플루언서를 신뢰하고, 이런 팔로워를 많이 보유하면 인플루언서의 사회적 영향력은 더욱 높아지게 되는 거죠.

[앵커]
근데 이런 인플루언서들이 직접 제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중개를 하는 역할이다 보니깐 인플루언서를 향한 충성심이나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소비자는 어떤 부분을 기억하면 좋을까요?

[인터뷰]
TV 광고는 15초라는 짧은 시간에 정보를 설명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인플루언서는 개인 SNS 채널을 활용하기 때문에 시간 제약이 없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TV 광고와 달리 상호 소통이 가능해서 대화를 나누며 친근한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데 중점을 두는데요. 이때 인플루언서가 특정 회사 제품에 대한 의견을 말하거나 평가를 하면 소비자의 인식과 구매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유명 인플루언서가 판매하는 제품에 문제가 있거나 '뒷광고' 논란 등으로 실망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인플루언서의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았기에 신뢰가 무너지고 팬덤이 안티로 변하기도 했지만, 일부는 '잘못된 충성심'으로 그들을 계속해서 따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잘못된 충성심은 인플루언서가 잘못을 인지하고 반성할 시간도 없이 은근슬쩍 복귀할 수 있게 해주는데요. 윤리적이나 도덕적인 문제를 인플루언서가 어떻게 해결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반복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가 인플루언서에게 잘못된 충성심이 생기지 않도록 어떤 기준을 가지고 보면 좋을까요?

[인터뷰]
인플루언서가 자신이 직접 제작하거나 제작에 참여한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는 일도 많거든요. 기업 입장에서는 거액을 지불해서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활용하는 것보다 인플루언서에게 소정의 광고비와 제품을 협찬하면 지출을 크게 아낄 수 있으니까 큰 장점으로 작용하죠. 또 기업이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기업이 인플루언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마케팅을 하다 보니 의도와 다르게 제품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각인되는 경우도 있고요. 소비자는 인플루언서의 인지도만 믿고 제품을 구매했다가 품질에 실망하기도 하고, 광고비를 받으면서도 광고비 없이 자발적인 후기인 것처럼 소비자를 우롱하는 악질 인플루언서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인플루언서의 등급에 따라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두시면 기본적인 기준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앵커]
조금 전에 인플루언서의 등급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이건 어떻게 분류되나요?

[인터뷰]
우선 팔로워의 기준으로 네 가지 등급이 있습니다. 첫 번째 등급인 메가 인플루언서 (Mega Influencer)는 팔로워가 100만 명 이상입니다. 최상위 그룹에 속하고, 연예인과 운동선수도 이 그룹에 포함됩니다. 대중뿐 아니라 사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기업과 협업을 가장 많이 하는 인플루언서 집단입니다. 100만 이상의 팔로워를 가지고, 영향력도 크지만, 팔로워와의 관계는 멀어서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두 번째 등급인 매크로 인플루언서 (Macro Influencer)는 팔로워가 10만 명에서 100만 명 미만입니다. 특정 분야에서 영향력이 있거나, 전문성이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은 그룹입니다. 그래서 기업의 상품 및 서비스에 집중 홍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 등급인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Micro Influencer)는 팔로워 기준 1만 명에서 10만 명 미만입니다. 팔로워들과 신뢰가 쌓이고 지지층도 많이 생겨 인플루언서라고 불리기 시작하는 상태의 그룹입니다. 협찬이 아닌 공동구매 및 광고를 진행하기 시작하며 공동구매의 효과를 보기 좋은 그룹입니다.

네 번째 등급인 나노 인플루언서(Nano Influencer)는 팔로워가 1천 명에서 1만 명 미만의 구독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특정 주제나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영향력을 가진 개인입니다. 인맥이 많거나, 인기게시물로 선정되어서 알고리즘으로 퍼져 점점 팔로워가 늘어나는 그룹입니다.

여기서 '메가'와 '매크로'는 인플루언서가 직업이자 생계 수단이거나 소속사와 체계적인 협업을 하기 때문에 브랜드의 전문적인 정보를 원할 때 찾아볼 수 있지만, 마이크로와 나노는 본인들이 일반 소비자이기도 해서 세부적이고 상세한 콘텐츠를 제작 하지만, 가짜 팔로워가 많은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진짜 인플루언서는 팔로워가 꾸준하게 증가하는 성장세를 보이지만, 가짜 인플루언서는 이벤트성 구매로 인해 팔로워 수가 급증했다가 다시 줄어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좋아요 수보다는 댓글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어떠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지 인사이트를 얻으시는 것이 도움됩니다.

[앵커]
말씀을 들어보니 우리가 SNS에서 가짜뉴스나 진짜 정보를 잘 구별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부분이 있네요. 지금 우리가 인플루언서를 어떻게 바라 봐야 하는지 말씀해주셨다면 그럼 인플루언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인터뷰]
네, SNS와 쇼핑은 끊기 쉽지 않고 생각하는 것처럼 잘 안되는 부분도 있죠. 나도 모르게 계속하게 되는 것도 비슷하고요. 우리가 SNS와 쇼핑을 이야기할 때 '중독'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합니다. 쇼핑 중독은 정식진단명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많이 사용되는데요. 심리학에서는 '강박적 구매'라고도 부릅니다. SNS가 발달하고 인플루언서의 영향력까지 더해져 구매 충동에 저항하기 어려워지고, '이 정도는 다 하지 않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심한 쇼핑 중독은 강박 장애나 충동조절장애와 겹치는 부분이 있고, 행위중독의 일종으로 행동 장애일 수 있습니다. SNS와 쇼핑 자체만으로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은데, 인플루언서까지 더 해져서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될 제품을 구매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건강한 인플루언서는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들이 제공하는 올바른 정보와 영감은 건강한 커뮤니티 환경을 조성하는데요. 인플루언서들은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으로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신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팔로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디지털 세상에서 건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앵커]
영향력이 커진 만큼 그에 맞는 책임감도 가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마지막으로 '현명한 소비'를 위한 심리학적인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방법이 있나요?

[인터뷰]
새해를 맞아 경제적인 계획을 세우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현명한 소비를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속 계좌'먼저 분석해야 합니다. 자기 합리화를 위한 낭비를 줄이고, 돈을 실용적으로 쓰기 위해서 돈에 이름을 붙이는 겁니다. 돈에는 어떠한 이름도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용도로도 사용 가능하다는 말이 있는데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심적 회계를 구성하는 일입니다. 이 행동은 돈을 지혜롭고 똑똑하게 쓰는 방법이 될 수 있고요. 쇼핑을 하면서는 지금 나에게 있어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포기해도 되는 것이 무엇인지 가끔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올 한해 많은 물건을 구입하셨을 거예요. 무엇을 샀고 무엇을 사지 못했는지, 2023년이 어떤 물건으로 남았는지 돌아보세요. 쇼핑한 물건중에 나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만 남기고 다른 물건을 정리하면 삶에 여유로운 공간이 더욱 늘어날 겁니다. 새해에는 여러분의 마음에도 평화가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앵커]
지금 연말과 새해가 되면서 주변 사람들과 자신에게 선물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실 것 같은데요, 충동적인 소비보다는 현명한 소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연주 미디어심리학자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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