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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ZOO] 뭉쳐야 사는 동물…사람의 오랜 친구 양

2023년 12월 27일 오전 09:00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오늘도 이동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어떤 동물을 만나 볼까요?

[기자]
네, 오늘은 추운 겨울에 보기만 해도 포근함을 주는 동물입니다. 복슬복슬한 털이 상징인 양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양은 우리에게 꽤 친근한 동물인데요, 지금으로부터 만 천 년 전쯤 사람에게 길들여져서 가축이 됐습니다. 인류가 한 곳에 정착해서 농경 생활을 시작하기 이전에 이미 양과 함께 생활한 거죠. 당시 양은 지금보다 뿔이 크고 털이 짧은 산양의 모습이었는데, 오랫동안 인간과 살아오면서 환경에 맞게 진화했고 또 일부는 사람이 개량하기도 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앵커]
이렇게 온순한 성격 때문에 사람이 가축화하는 데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기자]
네, 양은 비교적 온순하고 겁이 많은 동물인데요, 이렇게 야생에서 약자인 동물들이 생존 수단으로 택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무리 짓기입니다. 특히 양은 가축 가운데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동물인데, 집단으로 생활하면 포식자에 대한 경계가 쉽고 공격을 당해도 아주 일부만 희생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양의 특성에서 나온 말이 우리가 흔히 쓰는 '희생양'이라는 표현인데요, 고대 유대인들은 많은 사람의 죄를 대신 양 한 마리에게 씌워서 벌판으로 내쫓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희생양이라고 불렀습니다. 양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면 홀로 생존할 확률이 극히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그만큼 가혹한 처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무엇보다 양하면 말씀하신 복슬복슬한 털이 대표적인 상징이잖아요? 이 털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과거 야생 양은 지금보다 산양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는데요, 지금의 양은 가축으로 함께 살면서 사람들이 뿔을 짧게 만들고 필요한 털은 더 길게 자라도록 계속해서 번식을 유도한 결과입니다. 특히 우리가 잘 아는 복슬복슬하고 하얀 양의 모습은 털을 깎기 위해 만들어진 메리노양인데요. 개량을 통해 사람의 손에서 탄생한 종입니다. 메리노양은 한 마리가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털의 양이 수컷의 경우 8~10kg 정도, 암컷은 5~7kg 정도에 달합니다. 원래 야생에 사는 양은 스스로 털갈이를 할 수 있는데요, 메리노양은 주기적으로 털을 깎아줘야 합니다. 그대로 놔두면 더위를 견디지 못하거나 무게에 눌려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됩니다. 실제로 양털은 1년에 17cm 정도 자라고 이 무게만 8kg에 달하는데, 양들 중에는 무리에서 벗어나 주인에게 발견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털 무게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스트레스로 죽거나 굶어 죽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양털을 깎지 않으면 오히려 동물 학대로 간주한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양털을 깎아주는 것이 양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양의 생존에 꼭 필요한 일이네요.

[기자]
네, 이렇게 양털을 제때 깎지 못해서 고통받는 양의 소식이 종종 들리기도 하는데요, 지난 2021년에는 호주 멜버른 북부에서 엉킨 털을 달고 다니던 양 한 마리가 구조됐습니다. '버락'이라는 이름의 이 양은 발견 당시에 털 때문에 시야가 거의 가려져 있었고 병든 채로 숲을 배회하고 있었는데요, 버락을 구조해 털을 깎아보니 무게가 무려 35kg에 달했다고 합니다. 보기에는 덩치가 어마어마했지만, 구조 당시 버락은 영양실조 상태였는데요, 지금은 털을 잘 관리하면서 아주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정말 털 뭉치를 달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왜 깎아줘야 하는지 알 것 같은데요, 근데 또 양하면 털이라서 막상 털이 없는 모습을 보면 좀 추워 보이거든요?

[기자]
워낙 양털에 포근하게 싸여있다 보니까 막상 깎으면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요, 오히려 양털은 날씨가 추워지기 전인 늦가을 정도에 주로 깎는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 양털의 품질이 가장 좋기도 하고요, 털이 수북한 상태로 겨울을 맞으면 양이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무리와 떨어져 지내다가 얼어 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털을 깎으면 양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무리와 함께 모여 겨울을 나게 된다고 하네요.

[앵커]
참 신기한 습성을 갖고 있는 동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무리 지어 있는 양을 보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양몰이 개잖아요? 수많은 양들을 개 한 마리가 이리저리 유도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기자]
네, 한 마리의 개가 양 떼를 이리저리 이끄는 모습이 보는 재미도 쏠쏠한데요, 양은 늑대와 같은 갯과 동물에게는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낍니다. 그래서 이렇게 개가 쫓아오면 무리의 중심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무리는 다 똘똘 뭉치게 되고 하나의 덩어리처럼 움직이게 되는 거죠. 양몰이 개의 경우 우리가 봤을 때는 마치 양을 보호하기 위해 달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의 추격 본능을 따르는 것입니다. 개의 입장에선 혼자 무리에서 나온 양은 사냥하기 좋은 대상이 되는데요, 그래서 이리저리 쫓다 보면 양이 무리 속으로 도망치게 되고 그러면 추격을 멈추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개가 의도를 가지고 양을 특정 장소로 모으거나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양은 초식동물의 본성대로 도망을 치고 개는 육식동물의 본성대로 쫓아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양몰이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본능에 따라서 둘 다 움직인다는 건데, 근데 그러기에는 사람이 원하는 방향대로 몰이가 가능한 거 같아서 그게 굉장히 독특한 것 같거든요.

[기자]
사람이 이런 양몰이 개의 본능을 이용해서 움직임을 통제하는 거죠. 목동들이 양몰이 개에게 크게 명령을 내리잖아요? 훈련을 통해서 이런 명령어들을 익히게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개가 양 떼를 너무 자주 가로막으면 양들이 풀을 충분히 뜯지 못하기 때문에 정지 신호를 주거나 개를 불러들이고요, 양 떼에서 이탈한 양이 있으면 얼른 쫓아가도록 해서 무리로 되돌리게 합니다. 이렇게 양몰이 개가 양을 모으는 방식도 언뜻 보면 단순히 쫓아가는 것 같지만 한 가지 방법이 아니라고 합니다.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먼저 눈빛을 이용하는 거죠. 양을 노려보며 압박을 가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양의 발뒤꿈치를 무는 방법인데, 발뒤꿈치를 물리면 당연히 아프니까 양들도 어쩔 수 없이 움직이게 되겠죠. 그런데 이 방법은 개가 발길질을 당할 수 있어서 상당히 위험한 편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양을 모으는 방법이 있는데, 양들을 가운데 두고 양쪽을 느긋하게 달리면서 마치 자기 영역 안에 가둬두는 것처럼 양을 한 곳으로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양몰이에 여러 방법이 있는 것은 양을 모으는 목적이 지역이나 상황에 따라서 크게 다르기 때문인데요, 양 떼를 좁은 장소로 모을 때나 많은 개체 수를 이동시킬 때, 또는 양의 종류에 따라서 양몰이 방법은 다양하게 바뀔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또 궁금한 게 양몰이 개 하면 가장 유명한 게 보더콜리잖아요? 왜 보더콜리가 가장 적합한 개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양몰이에 쓰이는 개는 보더콜리뿐 아니라 웰시코기나 저먼셰퍼드와 같이 여러 종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개들 중에서도 보더콜리는 아주 최고로 꼽히는 종입니다. 보더콜리는 8~11세기 바이킹족에 의해 스코틀랜드 지방으로 들어온 뒤에 순록을 지켰던 견종인데요, 지능이 높고 주인에게 순종하는 기질이 있습니다. 또 운동량이 많고 일하는 것을 좋아해서 할 일이 없으면 무료함을 느낄 정도라고 하는데요, 특히 보더콜리는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집중력이 높고 '짖음 신호'를 잘 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움직이는 물체라면 동물이 아니라 자전거나 오토바이부터 나뭇잎, 테니스공과 같이 작은 것까지 반응을 하고요, 집중력을 발휘해 따라가지만 과격하게 물어뜯거나 공격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도 보더콜리만의 습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보더콜리가 최고의 양몰이 개로 꼽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앵커]
네, 오늘은 복슬복슬한 양에 대한 이야기부터 양몰이 개, 보더콜리 이야기까지 나눠봤고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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