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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ZOO] 생김새부터 감정까지…사람과 가장 닮은 유인원

2024년 02월 28일 오전 09:00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이동은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동물을 만나 볼까요?

[기자]
네, 오늘은 지구 상에서 사람과 가장 닮은 동물로 알려진 '유인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흔히 유인원 하면 원숭이와 헷갈리기 쉬운데요, 유인원은 원숭이를 제외한 대형 영장류를 말합니다. 아마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유인원이라고 하면 오랑우탄과 침팬지를 꼽을 수 있겠죠.

[앵커]
생김새로 보면 유인원과 원숭이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은데요, 정확하게 유인원은 어떤 동물인가요?

[기자]
영장류는 크게 '사람상과'와 '긴팔원숭이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여기서 사람상과에 속하는 동물을 유인원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가진 동물이란 뜻이죠. 침팬지와 오랑우탄, 고릴라, 보노보 등이 여기 속하고요, 사람도 유인원에 포함됩니다. 그만큼 영장류 중에서도 유인원은 사람과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요, 겉모습만 봐도 원숭이는 꼬리가 길지만, 유인원은 꼬리가 없고요,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긴 편이고 보통 직립에 가까운 자세를 취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침팬지는 사람과 DNA가 98% 이상 같고 오랑우탄은 96% 이상 같다고 하니까 생김새뿐 아니라 유전적으로 사람과 아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죠.

[앵커]
그러니까 유인원 중에서도 침팬지가 사람과 가장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네, 유전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능을 보면 조금 차이점이 있는데요. 보통 지능지수, 그러니까 IQ만 놓고 보면 침팬지가 100 이상으로 오랑우탄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하버드대 연구팀이 25개 영장류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지능을 실제 생활에서 활용하는 능력은 오랑우탄 침팬지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머리를 쓰는 능력이 더 뛰어나고 사람에 가깝다는 거죠.

오랑우탄은 특히 신체적 특징에서 사람과 가장 비슷한 점이 많았는데요,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화석을 바탕으로 사람과 영장류에 나타나는 수백 가지 신체적 특징을 수집한 뒤에 사람과 유인원에게서만 나타나는 63가지 특징을 모아 봤습니다. 이 가운데 오랑우탄은 절반에 가까운 28가지 특징을 사람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침팬지는 2가지, 고릴라는 7가지 신체적 특징이 사람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랑우탄이 훨씬 더 사람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앵커]
네, 그러니까 오랑우탄이 조금 더 사람만큼 똑똑하고 지능이 좀 높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물론 오랑우탄과 침팬지는 모두 똑똑하고 사람처럼 도구도 잘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오랑우탄은 사람이 면봉으로 귀를 청소하듯이 나무줄기로 귀를 파기도 하고요, 먹이를 먹기 위해 도구를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하는데요, 지난해 LA 동물원에서는 오랑우탄 한 마리가 관람객이 떨어뜨린 젖병을 도구를 이용해 줍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영상 속 오랑우탄은 울타리 앞 연못에 떨어진 젖병을 한참 쳐다보다가 옆에 있는 종이를 집어 드는데요, 이 종이를 긴 막대 모양으로 말아서 연못의 물을 저어 젖병을 건져 올립니다. 사람과 거의 똑같은 방법으로 도구를 이용하는 거죠.

또 오랑우탄은 식물을 이용해 직접 약을 만들어 쓰기도 하는데요, 강력한 소염 효과를 가진 약초를 입으로 씹어서 즙을 낸 뒤 피부에 바르는 것입니다. 주로 암컷 오랑우탄들이 새끼를 안고 다니다가 팔이 아프면 이 식물을 씹어서 거품을 만들어 팔에 바르는데요, 마치 사람이 파스를 바르듯이 근육통 치료에 쓴다고 합니다.

[앵커]
제가 방금 영상 보면서 제가 저기 있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해봤는데, 오랑우탄이랑 비슷하게 생각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도구를 사용하고 특히 도구를 정확하게 쓰임새를 안다는 건데, 침팬지도 이런 행동을 보일까요?

[기자]
네, 침팬지의 경우는 식물이 아닌 벌레를 잡아서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독일 연구팀의 관찰 결과인데요, 한 암컷 침팬지가 아들의 발이 다친 것을 살피더니 입으로 잡은 벌레를 상처에 바르는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런 행동은 이후 다른 개체들에서도 여러 번 관찰이 됐는데요, 연구팀은 침팬지가 쓰는 곤충이 항염증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특히 침팬지는 자기의 상처뿐 아니라 같은 무리가 아닌 다른 개체의 상처도 치료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렇게 복잡한 기술도 여러 개체와의 사회생활을 통해 학습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습니다.

[앵커]
방금 사회생활을 통해 학습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유인원의 특징이라고 하면 지능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이런 사회성도 뛰어나다고 알고 있어요.

[기자]
네, 맞습니다. 오랑우탄이나 침팬지, 보노보와 같은 유인원들은 사람처럼 서로 협력하고 다른 개체의 감정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미국 연구팀이 침팬지가 사는 야외 공간에 먹이가 들어 있는 기구를 설치하고 살펴봤습니다. 이 기구는 침팬지 두세 마리가 함께 줄을 당겨야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요, 침팬지들은 처음에는 서로 경쟁하다가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서로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먹이를 뺏거나 싸움이 일어나면 더 서열이 높은 개체가 나타나 중재하기도 했는데요, 이것 역시 사람이 사용하는 방법과 비슷하죠.

또 유인원의 경우 장난을 칠 때도 상대의 반응을 살피면서 기분에 따라 정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인원이 짓궂은 장난을 거는 방법은 모두 18가지에 달했는데요, 주로 상대를 때리거나, 찌르거나 또 몰래 다가가서 놀래주는 것과 같이 어린 아이와 비슷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때 동물들은 먼저 장난을 친 뒤 상대를 살피고 큰 반응이 없으면 다시 장난을 치거나 더 심한 행동을 했는데요, 상대의 생각과 행동을 예측해서 그게 맞춰 장난의 방법을 바꿔가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계속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이런 유인원들이 하는 행동도 사람이랑 비슷하고, 그런 감정을 느끼고 눈치를 보는 것까지 비슷한 거 같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동물들도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잖아요, 유인원의 경우는 조금 더 구체적인 감정을 갖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래전에 헤어진 친구나 가족을 기억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거죠.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이 침팬지와 보노보에게 이런 장기기억 실험을 해봤습니다. 짧게는 9개월, 길게는 26년 정도 전에 헤어진 가족과 친구 사진을 모니터로 보여주고 시선을 추적한 건데요, 유인원들은 낯선 개체보다 알고 지내던 개체를 훨씬 더 오래 바라보고 때로는 정확히 기억해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26년이 지나도 헤어진 동생을 기억하는 보노보도 있었는데요, 유인원의 사회적 기억이 평균 수명의 절반 가까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앵커]
정말 모습만 닮은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감정도 많이 닮은 동물인 것 같습니다. 유인원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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