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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레드카펫] 말이 없어도 마음을 울리네 영화 '로봇 드림'…반려 로봇과 함께라면 외롭지 않아요

2024년 03월 22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사이언스 레드카펫'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요?

[기자]
네 오늘 영화는 '로봇 드림'이라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아마 이런 영화가 개봉했는지조차 모르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 이 영화 개인적으로 정말 강력추천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꼭 추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앵커]
사실 '로봇 드림' 제목만 들었을 때는 어, 기대할 만한가?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강력추천하신다고 하니까 더 기대됩니다. 영화 내용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이 영화의 주인공은 도그, 그러니까 개와 로봇입니다. 1980년대 뉴욕 맨해튼에서 혼자 사는 도그는 외로움을 느끼다 TV 광고에 나온 반려 로봇을 주문합니다. 도그와 로봇은 첫날부터 서로의 단짝이 되는데요. 함께 걷고, 핫도그를 사 먹고, 롤러스케이트도 타러 가는 등 우정을 나누던 어느 날, 해수욕장에 갔다가 그만 로봇이 고장 나 멈춰 섭니다. 도그는 어쩔 수 없이 백사장에 홀로 로봇을 두고 집으로 돌아가고, 다음 날 수리 도구를 챙겨 해수욕장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해변은 마침 폐장했고, 다음 여름까지 입장할 수 없게 됩니다.

그날 이후 도그와 로봇은 홀로 남겨져 서로의 꿈을 꾸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데요. 영화는 도그와 로봇이 서로 만나 우정을 나누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통해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 변화를 차분히 그려냅니다.

[앵커]
사실 말씀해주신 줄거리만 들어서는 특별한 영화라는 느낌은 없는데, 추천도 아닌 강력추천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기자]
우리가 마음을 나누는 데 꼭 말이 필요한 게 아니잖아요. 이 영화도 마찬가지인데요. 우선 이 영화는 음악은 나오지만, 말이 없습니다. 일종의 무성영화 같은데요. 말을 안 하는 영화라니 이해가 될까, 이상하다 싶을 텐데, 실제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요함, 일종의 안정감이 느껴지고요. 또, 아주 단순하게 그려진 그림체 속에서 표정만으로도 수많은 감정을 읽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명대사가 없어도, 화려한 그래픽이 아니어도 도그와 로봇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고, 순간순간 울컥 눈물도 올라오거든요. 제가 찾아보니까 많은 곳에서 상영하진 않지만 아직은 영화관에 걸려있거든요. 영화가 내려지기 전에 꼭 한번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앵커]
저도 찾아봤더니 관람객 평도 너무 좋지만, 평론가들도 정말 호평을 많이 남겼더라고요. 로봇 드림, 영화의 주인공인 로봇은 반려 로봇으로 등장하잖아요. 물론 외형은 다르지만, 현실에서도 반려 로봇이 많이 있죠?

[기자]
네, 맞습니다. 원래 반려 로봇은 중소기업에서 개발하는 게 주류였는데, 최근에는 삼성과 LG 등 대기업에서도 반려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우선 올해 CES에서 공개된 삼성과 LG의 반려 로봇을 살펴보겠습니다.

삼성전자의 반려 로봇 '볼리'입니다. 공 모양의 볼리는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하고 일상생활을 돕는 로봇인데요. 사용자 지시에 따라 자율주행으로 이동할 수 있고, 음성으로 명령도 수행합니다. 특히 반려동물이나 아이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등 가족을 돌보는 역할도 하고, 집 밖에 누가 왔는지도 살펴준다고 합니다.

LG전자의 스마트홈 AI '에이전트'입니다. 볼리와 달리 두 다리에 바퀴가 달린 모습인데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음성, 음향, 이미지 등을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와 주변 상태를 파악해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하는데요. 특히나 MS의 음성인식기술이 적용돼 있어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주 사용자의 음성을 구별한다고 합니다.

[앵커]
영상을 보니까 귀엽기는 한데, 아직은 미래의 모습이다, 이런 느낌이 들어요. 아직 일상에서 좀 익숙하려면 먼 느낌?

[기자]
네, 맞아요. 소개한 반려 로봇은 아직 제품으로 나온 게 아니라서 그럴 수 있는데요. 사실 혼자 사는 노인이나 1인 가구 등 정서적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로봇이 활용되고 있는 사례는 이미 오래됐는데요. 우선 국내 대표적인 돌봄 로봇인 '효돌이, 효순이'가 있습니다. 2018년에 시작해 전국 160여 개 지자체에 1만 대 넘게 보급됐는데요. 7살 손주 캐릭터의 외관을 지닌 게 특징인데요. 기존에는 머리나 귀, 손 등을 만지면 저장된 내용이 재생됐는데, 최근에는 챗GPT 기반의 음성으로 어르신들과 자연스러운 상호작용과 정서적 교감까지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말동무를 해주거나 약 먹는 시간을 알려주는 등 일상생활을 돕다가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응급 신고까지 해주는 기능까지 있는데요. 손을 3초간 꼭 쥐기만 해도 관제센터와 해당 복지관 등으로 자동 신고가 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서울시 관악구에서는 혼자 사는 노인·장애인 100명에게 로봇을 지원하고 10개월 후 우울증 정도를 평가해봤더니, 로봇 지원 후 우울증 척도 점수의 평균값이 낮아졌는데요. 특히 총 15점 만점에 11점 이상 고위험군의 비율도 39.5%에서 7.5%로 크게 줄어 돌봄 로봇의 효과가 제대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사실 혼자 계신 분들은 말동무가 없어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실 텐데, 로봇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맞아요. 게다가 심리 치료 효과를 인정받은 반려 로봇도 있는데요.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에서 개발한 '파로'라는 로봇인데요. 영상을 보시면 외형이 물개 모습에 보기만 해도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질 것 같잖아요. 실제로 항균 털로 덮여 있는 건데, 제가 파로를 개발한 일본 연구소로 출장을 갔을 때 직접 만져봤는데 정말 실제와 같은 촉감을 가졌습니다. 파로는 사람의 행동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여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심리 치료용으로 병원에도 공급되고 있습니다. 인간이나 반려동물이 아닌 로봇을 통해서도 접촉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요. 독일 연구팀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이용해 심리 상담 때 로봇의 접촉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을 해봤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옆에 있던 로봇이 손등을 두드리는 가벼운 행동을 했을 경우 로봇에 대한 호감도 올라가고 상담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연구팀은 사람보다는 덜하지만, 로봇과의 접촉도 정서, 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 스킨십이 인간과 로봇의 상호 작용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네, 흥미롭습니다. 오늘 영화가 '로봇 드림'이었는데요. 또 이어서 말씀해주신 내용을 들어보니까 꼭 사람끼리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한다면 이게 또 위로구나 싶네요.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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