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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제품의 디자인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

2022년 11월 24일 오전 09:00
[앵커]
ICT 첨단 제품은 성능과 기능이 중요하지만, 제품의 외관이나 조작 편의성 등 디자인 역시 사용자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 기능만큼이나 중요한 디자인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학과 김차중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김차중 /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학과 교수]
반갑습니다.

[앵커]
스마트폰 같은 ICT 기술에 디자인이 왜 중요한지 우선 교수님께서 개괄적으로 한번 설명을 해주시죠.

[김차중 /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학과 교수]
ICT 제품, 서비스 사용을 통한 긍정경험들은 우리의 장기적 행복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더 세부적으로, 그 긍정경험들을 심미성, 도구성, 행동 중재자의 3가지 측면으로 분류했을 때, 그 제품 혹은 서비스가 조력자로 작용할 때가 대부분의 이유였습니다. 반면, 심미성과 도구성이 이유인 경우, 대부분 유희적인 행복에 이바지했고, 행동 중재자가 이유인 경우 유희와 성취 적이고 삶의 가치적인 행복 모두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또 20개의 긍정 감정 중 긍정경험과 관련된 긍정감정들을 기록하게 하였는데, 그 결과 관련된 긍정적인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들이 더 장기적 행복과 큰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다시 말해, 제품, 서비스 사용에서 다양한 긍정 감정들을 경험하는 것이 장기적 행복에 크게 이바지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제품, 서비스 기획이나 개발할 때 하나의 좋은 감정을 경험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긍정감정을 경험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재미만 주는 것보다는 존경, 영감, 혹은 용기와 희망도 경험토록 하는 제품 디자인과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앵커]
제품사용이 사람에게 영향을 주니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이번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요?

[김차중 /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학과 교수]
이번 연구는 미국인 116명을 대상 5가지 ICT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나 서비스, 즉, 휴대폰, 컴퓨터, 게임기, 이어폰, 드론 등, 이북리더와 같이 일상의 제품 사용을 통해 긍정적인 경험들을 샘플링 했습니다. 다양한 ICT 제품/서비스로 자극을 주기 위해 다양한 제품/서비스 사진들로 구성된 콜라주가 제공되었고요. 이후, 일상에서 사용하는 ICT 제품/서비스 중에 긍정경험을 주었던, 혹은 주고 있는 5가지를 회고적 회상 방식으로 기술하도록 했습니다.

그 표본으로부터 총 580개의 긍정경험 사례들이 모였습니다. 그 긍정경험의 이유를 서술적으로 알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긍정경험과 관련된 다양한 긍정감정들을 점수를 매기게 하였고요. 그 긍정경험들의 이유는 심미성, 기능성, 행동 중재자로 분류되었고, 마지막으로 그 긍정경험이 어떻게 장기적 유희적 행복과 의미적 행복에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앵커]
제품사용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문조사를 하고 그것에 대한 답변을 모아본 건데, 어떤 결론이 나왔는지 한번 정리를 해주시죠.

[김차중 /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학과 교수]
이번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지금까지 제품이나 서비스 디자인은 미학이나 도구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국한됐는데, 이 두 가지 역할이 충족되더라도 장기적 행복에 이바지하는 건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개발 시 행동 중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양한 긍정적 감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다면 사용자의 장기적 행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앵커]
디자인과 관련된 다른 연구도 많잖아요. 그런데도 정보통신 (ICT) 적용 제품으로 행복감을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한 이유는 뭔가요?

[김차중 /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학과 교수]
우리는 요즘 ICT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용이 우리의 행복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거라고 걱정합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그런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지면서 그런 걱정이 많아졌죠. 저도 딸들이 있는데 스마트폰을 끼고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중독되면 어쩌나, "혹시 이상한 콘텐츠에 노출되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연구하는 이모션 분야에서는 감정경험의 다양성이 웰빙과 관련이 있고 그래서 한번 실증적으로 ICT 제품 디자인, 서비스의 사용이 우리의 장기적 행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연구하게 되었는데요. 정리하자면 ICT 제품 사용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고 거기서 디자인의 중요성과 방향성을 찾기 위해 시작한 거죠.

[앵커]
사실 휴대폰이나 컴퓨터, 태블릿PC 같은 ICT 제품 사용이 마냥 안 좋은 영향을 줄거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게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연구를 시작하셨다는 건데요. 자, 그럼 말씀해주신 연구와 비슷한, 기존에는 이와 관련한 연구가 없었나요?

[김차중 /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학과 교수]
심리학에서는 감정경험의 다양성의 영향, 긍정/부정 경험이 삶에 미치는 영향 등 주로 이론적으로 그리고 인문학적 접근으로 연구했고, 디자인 연구자들도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론과 연구는 많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일상에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상으로 우리의 감정경험의 다양성과 장기적 행복과의 연관성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건 없었습니다.

[앵커]
교수님께서는 이와 관련해서 많은 연구도 진행을 하셨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개발도 꾸준하게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중에서 2년 전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아쿠아시스'라는 물병을 개발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쿠아시스' 어떤 기술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차중 /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학과 교수]
사실 아쿠아시스 프로젝트는 수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에너지화학공학과 학부 학생이 제 강의를 들으면서 그 학과의 김영식 교수님이 개발하신 해수 배터리 기술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에너지화학공학과 학생들과 제 연구실 학생들이 팀을 만들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해수에 전극을 넣으면 해수가 이온화되면서 배터리 충전되는 기술인데, 흥미롭게도 이 이온화 과정에서 해수가 담수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술이 가장 의미 있게 사용될 수 있는 상황이나 장소를 브레인스토밍했죠. 처음에는 난민들이 보트를 타고 가다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난민들을 위한 해상 부유식 '서바이블 키트'로도 구상을 하였는데,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바다를 인접하고 있지만, 물이 부족한 국가나 사람들을 위한 제품으로 개발하였습니다. 여기에 거치지 않고, 해수 배터리 기술로 담수화와 동시에 충전도 되니 물통의 뚜껑은 밤에 조명으로도 기능하여 전력이 부족한 국가의 사람들에게도 친환경적으로 밤에 독서나 활동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앵커]
학생들과 함께 개발한 뜻깊은 개발이다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2년 전에 개발했는데 실제 적용해서 사용하고 있나요?

[김차중 /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학과 교수]
아쿠아시스는 2년 전에 컨셉으로 제안되었고 컨셉 분야에서 iF 디자인 본상을 수상 했습니다. 컨셉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김영식 교수님과 교류하며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바탕으로 진행되었죠. 다만, 랩 실험에서는 실제로 구현되는 기술인데, 그 프로토타입 크기가 컨셉에서 제안한 만큼 작거나 들고 다닐 수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수상 이후로 상용화 문의가 많이 들어와서 김영식 교수님과 함께 해수 배터리 모듈을 소형화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고 2~3년 안에는 실제로 양산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앵커]
지금 말씀하시는 동안 그림으로 나갔는데요. 기능도 굉장히 훌륭하고 디자인도 멋있는 거 같습니다. 이번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김차중 /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학과 교수]
기본적으로 마실 수 있는 물이 부족한 섬이나 바닷가에 사시는 분들에게는 생수병처럼 아주 유용한 필수 생활용품이 되어 그분들의 식수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글로벌 하게는 바다를 인접하고 있지만, 물이 부족한 제3 세계에 사는 사람들에게 식수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며, 식수 부족으로 오염된 물을 마셔서 질병에 걸려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수인성 질병을 줄이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로 한 기업은 섬에서 바다낚시를 즐기거나 캠핑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품개발을 하고 싶다 투자하고 싶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바다 레저의 편리함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저는 말씀을 들으면서 해상 재난 상황에서도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쿠아시스 말고도 여러 제품의 디자인을 만들었고 수상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실제로 상용화까지 진행된 사례가 있을까요?

[김차중 /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학과 교수]
저의 경우, 사용자를 포함한 제품 디자인에 관계되는 디자이너, 마케팅 전문가 등의 니즈 뿐만 아니라 바라는 부분들을 알아내어 그것들을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시스템의 컨셉으로 제안하고 클라이언트의 의지 때문에 그중 일부는 상용화까지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 에이전시와 함께 진행했던 'IMON'이라는 아동용 링거대를 카트처럼 만들었고 시제품까지 나와 있습니다. 다만, 의료보조기기의 특성상 여러 인증을 거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닥터픽'이라는 제품인데, 워터픽 사용 때 물이 줄줄 흐르는 것 단점을 극복한 제3세대 구강 청결제품으로 마우스피스를 물고 있으면 진공펌프가 이 사이사이의 불순물들을 제거해주는 원리입니다. 양치질이 서툰 아동이나 양치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지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을 위해 만든 제품입니다. 마우스피스와 진공 펌핑 기술은 치과의사이신 클라이언트가 기술을 개발하였지만, 아동이나 노인들의 심미성과 사용성을 위해 전체 디자인을 의뢰받았습니다. 본 프로젝트에서도 가정용으로 어떻게 소형화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이슈였고 작지만, 심미적이고 사용하기 편한 디자인을 완성했고 실제로 양산되어 판매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제품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제 교수님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김차중 /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학과 교수]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경험하게 되는 여러 문제의 해결책을 제품, 서비스, 혹은 시스템으로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사용자는 우리 인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공존하는 반려동물부터 생물들 그리고 자연의 모든 것들까지 포함합니다. 따라서 저의 디자인이 인류와 공존하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과의 지속 가능한 공존과 웰빙 추구에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이는 작게는 소외되고 고려되지 않았던 사용자로서의 존재를 찾아내고 그 존재들을 이해하고 그 존재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크게는 그동안의 디자인이 심미성, 기능성, 사용성에 그 초점이 모여 왔었는데 그것을 넘어 디자인이 사용자들의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제품, 서비스, 시스템 경험을 통해 우리들의 지속 가능한 웰빙에 이바지하는 가치 경험 중심의 디자인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제품을 통해 개인의 건강한 삶에 도움을 주고, 혹은 어떤 서비스를 통해 사회구성원들 간의 신뢰를 도모하는 그런 디자인을 하고 싶습니다.

[앵커]
오늘 디자인이 단순한 심미적 요인이 아니라 제품의 성능과 소비자 만족까지 극대화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과학의 달인'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학과 김차중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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