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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ZOO] 강추위도 견디는 하얀 털 속 비밀, 북극곰

2023년 09월 27일 오전 09:00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동물의 다양한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동물을 만나볼까요?

[기자]
오늘은 지구 상에서 가장 추운 환경 속에 살아가는 동물입니다. 북극곰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앵커]
북극곰이라고 하면 북극이 들어있으니깐 북극에서만 살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서식지는 어딘가요?

[기자]
북극권이 맞습니다. 북극곰은 보통 알래스카나 캐나다 북부, 또 그린란드나 아이슬란드와 같이 해빙이 있는 북극권에 주로 사는데요, 섬이나 대륙의 해안 지역 또는 북극 연안의 동토 지대인 툰드라에 널리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역은 보통 영하 50~60도 정도의 강추위가 이어지는 곳인데요, 기온뿐만 아니라 바람도 시속 120km까지 불어서 체감 온도는 더 낮다고 합니다.

[앵커]
이렇게 극한의 추위 속에 사는 것을 보면 북극곰에게도 특별한 비결이 있을 텐데, 어떤 건가요?

[기자]
네, 물론 북극곰에게는 추위에서 살아남는 비결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북극곰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털인데요, 사실 북극곰의 털은 흰색이 아닙니다. 한 올씩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미세한 유리관처럼 속이 비어있는 투명한 색인데요, 이렇게 빈 곳에 햇빛이 들어가면 빛이 산란하면서 우리 눈에는 흰색으로 보이는 거죠.

또 이 털의 성분은 케라틴인데요, 사람의 손톱처럼 단백질로 이뤄져 있고 색소도 없는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렇게 북극곰의 털이 투명하면 체온 유지에는 어떤 장점이 있나요?

[기자]
우리가 보통 추위를 막기 위해 이중 유리창을 쓰잖아요, 그러면 유리창 사이에 공기가 차 있어서 열이 들어가거나 나가는 것을 막아주는데요, 북극곰의 털도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투명한 털 안에 공기가 채워져 있어서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보온 효과를 높여주는 거죠. 실제로 과학자들이 야간에 북극곰을 관찰하기 위해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했더니 북극곰이 내뿜는 열이 감지되지 않았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또 북극곰의 털은 방수 기능이 있는데요, 5cm 길이의 짧은 털이 촘촘히 나 있고, 그 바깥쪽으로 12cm 정도의 뻣뻣하고 긴 털이 덮여 있습니다. 이 긴 털이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마치 방한복처럼 물에서도 체온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앵커]
햇빛을 가둬서 따뜻하기도 하고 방수도 된다고 하니깐 정말 이런 곳에 살아나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무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네, 그런데 정확히 얘기하면 털의 보온 역할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요, 그 아래에 있는 북극곰의 피부가 나머지 절반을 담당합니다. 북극곰의 털이 하얀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피부는 검은색인데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북극곰의 투명한 털은 마치 광섬유와 같이 햇빛을 몸속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때 검은색의 피부가 털에 반사된 햇빛을 90% 이상 흡수해서 북극곰의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인데요, 열의 발산을 막아서 온기를 피부층에 가둬주는 거죠. 과학자들은 이런 북극곰의 피부와 털이 진화 과정에서 얻은 일종의 생존 무기라고 봤는데요, 투명한 털이 사냥할 때 흰색으로 보여서 눈과 얼음으로 덮인 북극에서는 위장이 되는 동시에 광섬유 역할을 해서 빛을 흡수하고요, 또 피부는 검은색으로 되어 있어서 열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입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입는 방한복보다 더 과학적인 원리인데요?

[기자]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난 1940년대부터 북극곰 털의 방한 기능을 이용해서 섬유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왔는데요, 80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비슷한 합성섬유가 개발됐습니다. 미국 연구팀이 태양 빛을 끌어들여서 가둘 수 있는 이중 구조의 인공 섬유를 구현해 낸 건데요, 연구팀은 열복사에 도움을 주는 복합소재를 나일론에 더한 뒤 전기가 통하는 전도성 고분자를 코팅했습니다. 이 고분자가 어두운 색인데 북극곰의 검은 피부처럼 열을 저장하기에 적합한 것이죠.

실제로 이 합성 섬유로 재킷을 만들었더니 면으로 만든 같은 두께의 재킷보다 30% 더 가볍고 보온 효과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면 재킷을 입었을 때 추위를 느끼는 온도보다 10도 정도 낮은 온도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앵커]
이제 곧 북극곰 패딩이라고 하는 제품도 나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또 북극곰을 보면 커다란 덩치와는 달리 얼음 위에서도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건 어떻게 가능한가요?

[기자]
북극곰은 보통 몸무게가 300kg이 넘고 수컷의 경우 650kg에 달하기도 하는데요, 전력질주 할 때는 시속 40km로 빠르게 달릴 수 있습니다. 북극곰이 이렇게 얼음 위나 눈밭에서도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것은 발바닥에 있는 독특한 돌기 때문인데요, 한 연구팀이 북극곰과 불곰, 미국흑곰, 말레이곰 등 4종의 발바닥 미세구조를 비교해 봤습니다. 그 결과 말레이곰을 제외한 나머지 세 종의 곰은 모두 발바닥에 작은 돌기가 나 있었는데요, 북극곰의 것은 불곰이나 흑곰보다 1.5배 높아서 표면적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연구팀이 3D 프린터로 만든 돌기를 이용해서 실험해 봤더니 마찰력이 최대 50%까지 커졌는데요, 한 마디로 발바닥 돌기가 미끄럼 방지 역할을 제대로 해 준 셈이죠. 또 북극곰의 발은 지름 30cm 정도로 다른 곰보다 크지만 발바닥의 살 부위는 아주 작은 편인데요, 이것 역시 피부로 열이 빠져나가는 걸 줄여서 체온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앵커]
털도 그렇고 발바닥도 그렇고 북극곰이 북극곰이 과학적 비밀을 많이 가진 동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보면 귀여운 외모이지만 북극곰이 아주 난폭하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잖아요. 아무래도 연구를 하기에는 쉽지 않겠어요.

[기자]
그렇죠. 북극곰은 사냥할 때 자신보다 덩치가 큰 바다코끼리 등을 도구를 써서 잡기도 합니다. 먹잇감의 머리를 돌이나 얼음으로 내리쳐서 치명상을 안기는 건데요, 바다코끼리가 보통 900kg 달할 정도로 크지만 머리를 써서 공격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사람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는데요, 실제로 거주 지역에 출몰한 북극곰이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를 지금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북극곰에게 접근하지 않고 안전하게 연구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북극곰의 발자국만으로 DNA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국 연구팀이 15개의 샘플을 눈 위에서 채취한 뒤 북극곰의 발자국에서 DNA 검출이 가능한지 실험했는데요, 그 결과 11개의 샘플에서 북극곰의 발바닥 상피 세포에서 나온 DNA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극소량의 DNA로도 개체를 확인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발자국만으로 DNA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 북극곰이 어느 지역에 사는지는 물론이고, 집단별 혈연관계까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리고 북극곰하면 지구온난화 얘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동물인데, 최근에도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북극곰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이대로면 북극곰이 2100년쯤 멸종될 수 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사실상 쉴새 없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북극곰의 생존에 영향을 준다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 대학 공동 연구팀과 북극곰 보호단체가 함께 발표한 내용인데요, 북극 축치해에 사는 북극곰이 먹이를 먹지 못하는 '단식 기간'이 지난 1979년 12일이었던 것에 비해 2020년에는 137일로 늘어나 11배 이상 길어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기 중으로 온실가스가 14Gt(기가톤) 방출될 때마다 단식 기간은 하루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연구팀은 새끼 북극곰의 연간 생존율도 계산해 봤는데요, 과거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면 1980년대에 70% 수준이던 새끼 북극곰의 생존율은 현재 32% 정도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에 대해 AFP 통신은 현재 전 세계에서 매년 50Gt의 온실가스가 대기로 배출되고 있으며 이는 북극 일부 지역의 새끼 북극곰 생존율을 매년 3%P씩 감소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인간의 욕심으로 이런 동물들이 피해를 보고 있네요.

[기자]
그런데 조금 희망적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지구 온난화로 해빙이 줄어들면서 북극곰이 더는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고 알고 있잖아요? 최근 한 연구팀이 해빙이 없는 그린란드 남동쪽 해안에서 북극곰 수백 마리를 발견한 것입니다. 이 지역은 서쪽에는 대륙빙하가 있고 동쪽에는 빠른 물살이 흘러서 북극곰이 헤엄치기에 불리하고요, 사냥과 번식의 터전인 해빙도 1년에 100일 정도밖에 유지되지 않는데요, 이곳에 사는 북극곰들은 민물 얼음이나 눈 위에서 사냥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이 개체들은 그린란드 북동쪽 해빙에 사는 북극곰들과는 유전적으로 다르고, 이동 경로도 4분의 1 정도로 아주 좁은 반경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그러니까 기후변화에 따라서 얼음이 많지 않은 곳에서도 살 수 있도록 환경에 적응한 새로운 집단이 발견된 셈인 거죠.

[앵커]
오늘은 북극곰에 대해 알아봤는데, 아주 익숙한 동물이지만 몰랐던 점이 아주 많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동은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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