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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레드카펫] 2023년 연말결산…올해의 '사이언스 레드카펫'은?

2023년 12월 29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레드카펫' 오늘도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벌써 올해의 마지막 방송이네요.

[기자]
네 그래서 오늘은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올해 연말결산을 해보려고 합니다.

[앵커]
기자별 코너가 7월부터 시작했으니까 반년 동안 진행했네요.

[기자]
네. 지난 6개월 동안 사이언스 레드카펫에서는 22편의 영화를 다뤘습니다. 대부분은 제가 먼저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온 뒤 소개를 했는데요. 앵커 두 분은 코너 진행 이후 영화를 많이 보셨나요?

[앵커]
네, 극장도 많이 갔지만 요즘 OTT에도 레드카펫에서 다루었던 영화들이 속속 올라오면서, 자주 보게 되더라고요. 저도 소개해주신 영화를 거의 다 봤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연말결산으로 앵커들과 양훼영 기자가 각자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를 뽑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우선 저는 핵무기를 개발한 '오펜하이머'를 꼽았는데요. 과학뿐 아니라 철학적으로도 생각해볼 만한 점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기자]
저도 올해 가장 기대했던 외화가 바로 오펜하이머였는데, 영화를 보고 역시라며 감탄했었습니다. 특히나 아이맥스관에서 봤을 때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앵커]
저는 아이맥스를 예매하지 못해서 일반 상영관에서 봤는데요. 그러고 보니 아이맥스뿐 아니라 4DX관, 돌비사운드 관 등 요즘 특화관들이 많은데, 뭐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맞아요. 이름도 어렵고,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는데, 가격도 비싸고 예매도 쉽지 않고요.

[기자]
맞습니다. 단순히 원하는 시간에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이제는 제작 방식과 상영 방식, 영화관의 스크린 크기까지 선택할 수 있게 됐죠. 특히나 코로나 19 이후 OTT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영화관에서 볼만한 영화'라는 기준마저 생겼는데요. 현재 일반 상영관에서는 디지털 영사기를 이용해 영화를 상영하는데요. 70년대 개발됐던 아이맥스가 2002년을 기점으로 상업화됐고, 2009년 영화 '아바타' 이후로는 3D 영화가 확산했습니다. 또, 스크린과 극장 벽면까지 3면을 활용하는 토종 상영기술인 스크린X가 나왔고요. 영화 장면에 맞춰 의자가 움직이거나 물, 바람, 안개, 향기 등이 나오는 4DX관, 음향을 극대화한 돌비시네마관, 슈퍼플렉스관 등도 있습니다.

[앵커]
확실히 아이맥스로 보면 더 시야가 트이는 느낌이 들어서 좋긴 한데, 이것도 다 이유가 있다면서요?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오펜하이머에서 최초의 흑백 IMAX 필름을 도입했을 정도로 아이맥스 장비를 좋아하는 거로 유명한데요. 우선 아이맥스 전용관,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앞 열과 뒷 열의 객석의 높이차가 일반 영화관에 비해 크죠. 객석 각도가 25도인데, 이건 우리의 눈이 약간 아래를 보는 경향을 적용한 각도입니다. 그래서 좌석에 앉으면 스크린을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볼 수 있고요. 스크린 역시 눈의 최대 시야각에 맞춰져 약간 기울어져 설치돼 있어 몰입감을 최대로 끌어올립니다.

[앵커]
스크린X 라고 토종 상영시스템이 있다고 했는데, 이건 뭔가요?

[기자]
스크린X는 국내 대기업과 카이스트가 공동으로 개발한 국산 영상 상영시스템인데요. 스크린과 양쪽 벽면에 영상을 띄울 수 있는 멀티 프로젝션 기술과 콘텐츠의 재구성 기술, 시스템 관리 기술 등이 적용됐는데요. 기존 극장을 구조변경 없이도 프로젝션을 추가로 설치해 그대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제적입니다. 스크린X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맥스 영화처럼 오른쪽 왼쪽 양쪽과 앞을 촬영하는 3면 카메라로 촬영한 뒤 전용관에서 상영하는 건데요. 영화 '곤지암'에서 스크린X 전문 카메라로 촬영해 스크린X에서만 볼 수 있는 귀신이 나왔다고 하고요. 가수들의 콘서트 실황 영화의 경우 3면이 모두 담긴 스크린X 상영이 가장 인기라고 합니다.

[앵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영상이 펼쳐지니까 확실히 몰입감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우선 제 영화 얘기를 해봤고, 문지현 앵커는 어떤 영화를 꼽았나요?

[앵커]
저는,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봤고, 저 나름대로 생각도 많았던 저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골랐어요. 우리가 흔히 봤던 재난 영화들은 '재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 속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얘기 좀 더 나눠보고 싶어서 꼽아봤습니다.

[기자]
사실 코너에서는 콘크리트와 관련된 과학적인 이야기만 했지만, 재난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 그리고 다수의 폭력성 등과 같은 이야기가 영화의 주제 면에서 봤을 땐 더 중요한 이야기죠.

[앵커]
네, 영화를 보면서 영화와 동화가 되어서 그런지 누가 봐도 '선'으로 그려지고 있는 박보영 씨가 맡은 캐릭터가 저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병헌 씨가 맡은 역할, 주민들 등등 진짜 '악'은 과연 누구였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사실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어요.

[기자]
사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박서준의 모습에 공감이 갔는데, 분명 처음에는 이게 아닌 것 같은데 주변 사람과 어우러지다 보면 어느새 내 감정과 행동이 변할 수 있다 싶었거든요. 실제로 거울 신경 체계라는 뇌 회로 연구가 최근 늘어나면서 개인의 감정이나 행동이 주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것에 대한 연구 또한 늘고 있습니다. 이를 '감정 전염' 혹은 '정서 전염'이라고 부르는데,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행동이나 표정, 목소리 등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하다가 동화되는 현상이거든요. 좋은 예로는 사랑하면 닮는다, 나쁜 예로는 우울증의 전염으로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는 '베르테르 효과'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그린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은 집단 전체가 변해가면서 그 속에서 인간의 광기가 드러났잖아요. 개개인의 감정전염이 집단 혹은 사회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걸까요?

[기자]
그럼요. 앵커 두 분은 밈이라는 단어 알고 계시죠?

[앵커]
그럼요. 유행하는 문화 요소를 말하는 거잖아요.

[기자]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문화 요소로 유행하는 모든 것을 통칭하는 단어로 사용되지만, 사실 밈이라는 단어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이 문화의 진화를 설명할 때 처음 쓴 단어입니다. 유전자가 자가복제를 통해 생물학적 정보를 전달하듯 밈은 모방을 거쳐 개인의 생각과 신념을 전달하는데요. 밈처럼 처음에는 개인의 생각과 감정, 행동이 주변으로 퍼지고, 마치 바이러스처럼 사회 전체로까지 전염될 수 있는데, 이를 '사회전염'이라고 부릅니다. 사회전염은 긍정과 부정 모든 측면에서 가능한데, 사회전염학의 주장에 따르면, 영향력은 관찰을 통해 전파되며 적절한 시기에 말과 글을 빌어 주변 환경으로 스며든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황궁 아파트의 주민들은 사회전염을 통해 '함께 살자'에서 '우리만 살자'로 이기적인 마음이 퍼져나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질병뿐만 아니라 감정과 사고방식도 전염될 수 있다는 게 놀랍네요. 지금까지는 저희 두 사람의 원 픽을 알아봤는데요. 이번 코너에서 직접 소재를 찾고, 작품을 보고, 취재했던 양 기자의 원 픽은 무엇일지 정말 궁금한데요.

[기자]
저도 많이 고민했는데요. 제가 이 코너를 하면서 본 영화 중 가장 좋았던 건 유재선 감독의 영화 '잠'이었는데요. 하지만 코너의 주제에 맞게 과학적인 요소까지 포함해서 생각해보니 뒤바뀌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뽑은 올해 사이언스 레드카펫 영화는 '엘리멘탈'입니다. 영화가 너무 좋아서 5살 저희 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는데요. 서로 다른 원소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건 물론 K-장녀 정서까지 담아내 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는데요. 저한테는 특히 알기 쉽게 또는 알게 모르게 과학을 보여주고 느낄 수 있게 해준 점에서도 더 의미깊은 작품으로 남았습니다.

[앵커]
저는 영화를 보니까 물 원소 웨이드가 너무 매력적이던데요. 특히나 어린 웨이드가 호기심에 스펀지를 만졌다가 갇히는 장면이 진짜 귀여웠어요

[기자]
맞아요. 정말 귀엽죠. 그런데 그 장면에도 과학 원리가 있습니다.

[앵커]
스펀지가 물 빨아들이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기자]
아닙니다. 흙이나 하이드로겔 등 다공성 물질은 기공에서 수압이 증가하면서 물을 빨아들인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포도당을 이뤄진 섬유질인 셀룰로오스는 물과 흡착하는 성질이 있어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는데요. 서울대 김호영 교수팀이 지난 2018년 스펀지와 빵 같은 다공성 셀룰로오스 소재가 액체를 빨아들이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밝혀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드'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는 과정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는데요. 그 결과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면 내부에 있는 작은 구멍이 늘어나 주변 구멍과 합쳐져 부풀어 오르고, 이 구멍들이 물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또, 스펀지가 물을 너무 높이 빨아올리면 중력으로 인해 일부 작은 틈새만 적셔졌고, 내부 액체 속도와 팽창 정도는 액체와 재료의 성질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확인했는데요. 연구진은 촬영 결과를 바탕으로 액체 흡수와 재료 팽창의 상호작용 과정을 수학적으로도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앵커]
아직도 남아 있는 엘리멘탈 속 과학원리가 있을까요?

[앵커]
저는 좀 알 것 같은데요. 엠버가 유리를 만드는 장면이 많이 나오고, 나중에 유리 공예를 배우러 떠나잖아요. 영화 속 장면들도 실제 유리를 만드는 원리가 담겼을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우선 무너지려는 댐을 막을 때 엠버가 모래를 녹여서 유리로 만드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모래는 여러 암석 가루의 총합인데, 많은 암석 중에는 석영이 높은 비율로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모래에 많은 양의 석영이 존재하는 겁니다. 그런데 모래에는 석영도 많지만, 불순물도 많아서 사실 영화에서처럼 모래에서 바로 투명한 유리가 만들어지진 않는데요. 하지만 요 정도는 영화적 상상이니까 넘어갈 수 있고요. 유리는 또 두 종류로 나뉘는데, 일반 석영 유리랑 붕규산 유리가 있습니다. 석영 유리는 녹는점이 1,500~1,670도 정도고, 붕규산 유리는 820도입니다. 그런데 제가 엘리멘탈 소개할 때 엠버의 온도가 몇 도쯤 될지 대강 추측했었는데, 기억하시나요?

[앵커]
1,000도~2,000도 정도였던 것 같은데, 맞나요?

[기자]
네, 영화에서 앰버가 온도를 크게 높이면서 모래를 녹여 유리를 만드는 장면이 나오니까, 아무래도 영화 속 유리는 일반 석영유리일 겁니다

[앵커]
이렇게 원픽으로 뽑은 영화에서도 또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다니 정말 신기한데요. 올 한 해 동안 다양한 영화를 사이언스 레드카펫을 통해 만나봤는데요. 내년에도 더욱 재미있고 신기한 영화와 과학 이야기 전해주실 거죠?

[기자]
네. 내년에도 다양한 영화 속에서 몰랐던 과학 이야기, 궁금한 과학적 설정 등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코너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앵커]
네! 내년에는 더욱 재미있는 영화 속 과학 이야기 기대해보겠습니다. 올해도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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