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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레드카펫] 개미들의 성공 실화 영화 '덤 머니'…21세기 금융은 수학과 함께

2024년 01월 19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사이언스 레드카펫'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 준비한 영화는 뭔가요?

[기자]
지난 2021년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게임스탑 주가 폭등사건'을 그린 영화 '덤 머니'를 준비했습니다.

[앵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하셨는데, 영화 줄거리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우선 제목부터 보면 덤 머니는 월스트리트에서 개인 투자자를 비하할 때 쓰는 용어인데요. 영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지난 2021년, 개인 투자자들이 월스트리트를 뒤흔들었던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을 그리는데요.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의 비디오게임 오프라인 전문점인 '게임스탑'은 한때 가장 장사가 잘 됐지만, 온라인게임 시대로 바뀌면서 대규모 적자를 연이어 기록하던 중이었는데요. 그렇다 보니 게임스탑은 헤지펀드의 먹잇감, 그러니까 공매도 대상 기업이 됐습니다.

하지만 '포효하는냥'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주식 유튜버가 게임스탑의 주식이 저평가됐다며 가치 투자를 적극적으로 주장했고, 이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었는데요. 이후 게임스탑 주식은 하루에 100% 넘게 치솟았고, 한 해에만 1,600% 이상 급등하는 등 굉장히 큰 수익률을 올렸거든요. 이로 인해 헤지펀드 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손실을 막지 못해 파산할 만큼 전무후무한 사건을 영화는 그대로 그려냈습니다.

[앵커]
이 사건, 뉴스로도 많이 보도가 됐던 사건이라 기억이 나는데요. 그런데 '덤 머니'라는 영화가 주식과 관련된 이야기라 관심 없는 분들이라면 어렵거나 지루할 수도 느껴질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어떠셨나요?

[기자]
사실 대작 영화들 사이에서 '덤 머니'가 큰 관심을 받긴 어려운 상황이긴 한데, 저도 사실 주식을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사전 지식이 없어도 영화 자체를 즐길 수 있을 만큼, 영화는 굉장히 친절하고 쉽고 재밌습니다. 공매도나 숏스퀴즈, 헤지펀드, 덤 머니 등 주식 관련 용어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데다가 실화인 만큼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헤지펀드를 이겨 먹는 일종의 통쾌감도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담아낸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우리가 벌써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지난 2021년에는 매일 마스크를 쓰고 살며 고립된 삶을 살았던 그 시절이 떠올라 영화의 이야기가 좀 더 와 닿았습니다.

[앵커]
잠시 이야기 하시는 동안 나가는 영상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던데, 굉장히 옛날 화면 같은데 얼마 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제 영화 속 과학 이야기를 해볼 텐데요. 제가 레드카펫을 함께 진행한 게 벌써 반년 정도 됐는데, 이게 경제에 대한 이야기인 거 같아서 여기서 과학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굉장히 궁금하거든요. 지금 과학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기자]
맞아요. 오늘은 과학보다는 수학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그린 '게임스탑' 사태는 일반적인 주식 시장의 움직임이 아닌 일종의 운동처럼 번지며 벌어진 일이지만, 현대의 주식 시장에서 수학은 떼어낼 수 없는 사이인데요. 그 시작에는 1970년대 월스트리트가 수학자와 과학자들을 고용하면서 탄생한 금융공학이 있습니다. NASA의 아폴로 프로젝트가 중단된 뒤 일자리가 갑자기 사라지게 되면서 1970년대 미국에 많은 수학자, 과학자들이 길거리로 나앉게 됐는데, 일자리를 잃은 수학자, 과학자들을 받아준 게 바로 월스트리트였는데, 당시 금융권은 정교한 투자기법이 필요했고, 수학자들은 위험성이나 수익성을 계산할 수 있었기에 딱 맞아떨어진 거죠.

이렇게 탄생한 금융공학의 첫 시작은 1973년에 발표된 '블랙-숄즈 방정식'입니다. 이 공식은 공기 중에 피어오르는 연기나 액체 위에 떠 있는 꽃가루의 불규칙한 운동을 수학적으로 설명한 기존 이론을 응용한 건데, 파생상품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게 한 최초의 공식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가격을 결정하던 것에서 벗어나 블랙-숄즈 방정식 덕분에 수학적으로 옵션 가격을 정할 수 있게 됐고요. 이 방정식 덕분에 월스트리트에서는 수없이 많은 파생상품이 쏟아져 나왔고, 투자은행은 한동안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습니다.

[앵커]
아, 저도 사실 주식에 관심이 많아서 투자 방법에 대해 많이 들어봤는데, 요새 서점 가도 도서 '베스트셀러'에 수학적 투자, 굉장히 많은 도서들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책에 손이 잘 가지 않는 게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가 싶어서 그랬거든요, 어떨까요?

[기자]
맞아요. 계량적 투자를 줄여서 퀀트라고 불리는 투자 결정법이 있습니다. 산업과 기업을 분석해 가치를 매기는 기존 투자 방식이 아니라 수학과 통계를 기반으로 한 투자방식인데요. 예를 들어 한 종목의 가격과 거래량, 최근 실적 등의 수치를 수학적 모델에 대입해 해당 주식의 투자 결정을 하는 겁니다. 사람의 감정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 또한 높은 편인데, 현재 전 세계 주식 매매 거래의 약 30% 정도가 퀀트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퀀트 투자는 지난 30년 가까이 전문가들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최근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데이터 분석이 쉬워지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쉽게 퀀트 투자를 할 수 있는, '로보 어드바이저' 등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인공지능 AI가 주식 투자 할 테니까 대체로 좋은 결과를 낼 거 같은데요, 어떤가요?

[기자]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손실이 난 알고리즘도 많았는데, 업계에서는 아직 AI 투자 결과가 인상적이지 않아 전체적으로 모든 결정을 기계에 맡기는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퀀트를 활용하는 대표적 기업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도 최첨단 AI보다는 수학을 기반으로 한 고급 통계를 활용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앵커]
좀 아쉬운 거 같은데, 그럼 왜 인공지능이 투자에서 늘 좋은 결과만 만들어내지 못하는 건가요?

[기자]
이게 이제 데이터에 있는데, '챗GPT'와 같은 언어 기반 AI는 굉장히 많은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해서 결과를 낼 수 있지만, 투자에 사용되는 AI는 학습은 물론 분석 데이터 정보가 제한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시장 데이터 자체가 언어 데이터와 달리 투자자의 심리, 금융 시장 상황 등 노이즈가 많아 시장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큰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AI 투자 역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을 하고 있고요. 게다가 챗GPT를 활용해 투자하면 임의 투자보다 더 큰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최근에 나왔습니다.

미 플로리다대 연구팀은 챗GPT에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과 관련된 5만 개 이상의 뉴스 제목을 해석하게 하고, 해당 주식에 호재인지 악재인지를 판단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챗GPT의 답변을 토대로 점수를 계산해 해당 종목의 다음 날 주가 동향을 관찰했더니 챗GPT가 뉴스를 호재로 보고 높은 점수를 준 항목이 그렇지 않은 항목보다 주식 수익률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아직 챗GPT는 복잡한 투자 기법은 수행하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큰 만큼 금융시장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수학의 역할이 더 커질 전망입니다.

[앵커]
주식 결과는 어떻게 되든 항상 본인 책임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제 AI 탓을 좀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미래가 그려지는 시간이었고요. 영화 '덤 머니'와 미래 금융 이야기까지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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