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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S]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지문'…범죄의 스모킹 건 된 계기는?

2021년 03월 05일 오전 09:00
[앵커]
과학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궁금한 S> 시간입니다. 범죄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수사의 핵심이죠.

DNA 분석 같은 최신 기술 속에서도 지문은 여전히 범죄 수사에 중요한 증거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지문이 언제부터 범죄 수사에 활용된 건지 지금 바로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이효종 / 과학 유튜버]
범죄 현장에 남겨진 지문들은 수사에 중요한 증거로 채택됩니다. 이를 위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범죄 현장의 지문을 감식해 지문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 지문에 대해 최초로 주목한 사람은 '헨리 폴즈'라는 일본에서 일하던 영국인 의료 선교사였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보던 어느 날, 일본을 방문한 '에드워드 모스'라는 미국 고고학자의 강의를 듣고 둘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동물학자이기도 한 모스는 갑각류를 연구하기 위해 일본에 왔는데 우연히 바닷가에서 조개무지를 발견하고 발굴에 뛰어들었습니다. 폴즈도 틈틈이 현장을 방문해 발굴을 도왔는데, 하루는 조개무지에서 나온 토기 조각을 살펴보다 표면에 미세한 무늬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폴즈는 그 무늬가 다름 아닌 지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릇에 남은 지문을 보면 그 그릇을 만든 도공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죠.

지문을 자세히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폴즈는 손가락 끝에 잉크를 묻혀 종이에 찍는 방법을 생각해냈고, 자신의 환자와 지역주민, 학생 등의 지문을 채집해 비교 분석했습니다. 폴즈는 자신이 수집한 사람들의 지문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이때 병원에서 사소한 도난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누군가 소독용 알코올을 조금씩 빼내 간 것이었습니다. 아마 물을 섞어 술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짐작한 폴즈는 실험용 비커를 조사해 지문을 발견했습니다. 자신이 수집한 주변 사람들의 지문 카드에서 동일한 지문을 찾아낸 폴즈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추궁했고, 학생은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지문이 범인을 잡는데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폴즈는 지문에 대한 철저한 실험을 하게 됩니다. 지문이 사람마다 모두 다른지, 그리고 한 사람의 지문이 일생 동안 변하지 않는지를 검증하는 작업에 들어갔는데요. 폴즈와 그의 의대 학생들은 지문의 융선 모양을 면도칼로 깎아냈습니다. 융선이란 손가락에 위치한 땀샘이 솟아올라 부드러운 선모양을 이뤄 연결된 것을 뜻하는데요.

하지만 융선은 예외 없이 똑같은 모양으로 다시 생겨났습니다. 그들은 사포나 질산 등을 이용해 융선을 없애는 실험을 반복했으며 그때마다 결과는 같았습니다. 의도적으로 지문을 손상해도 이전과 똑같은 지문이 생겨나는 것을 확인한 그는 이번에는 어린이들의 지문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장하면서 신체가 달라지거나, 몰라보게 바뀌는 얼굴처럼 지문도 성장하고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하지만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온 지문은 어떤 환경에서든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자신의 연구 결과를 확신한 폴즈는 '네이처'에 자신의 연구를 소개했고, 범죄수사에 사용할 것을 요청합니다. 그런데 폴즈의 논문이 나가고 한 달 뒤 네이처에는 윌리엄 허셜이 지문을 서명처럼 쓰는 방법에 대한 논문을 게재합니다. 인도의 치안관이었던 윌리엄 허셜은 지문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1858년부터 인도 사람들이 계약할 때 지문을 찍게 했다고 주장했는데요. 폴즈가 먼저 지문에 대한 자신이 연구를 소개했지만, 세상의 관심은커녕 세계 지문사에 그의 이름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폴즈는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한 채 1930년 86세 나이로 사망했는데요.

그 후, 1987년. 죽은 지 57년 만에 생전에 그가 그토록 원하던 지문의 업적을 어느 정도 인정받습니다. 지문이 진짜 범인을 찾는 데 쓰인 첫 사례는 1892년 아르헨티나 경찰 후안 부세티치가 문에 묻은 지문을 채취해 두 아들을 살해한 어머니를 검거한 일입니다. 이후 1901년부터 런던 경찰국이 지문 체계를 채택해 범죄 수사에 사용되었고, 1960년 후반에는 지문을 전자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라이브 스캔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이 분야 기술에 획기적인 전환기를 맞이했죠.
그렇다면 여러분, 지문은 왜 있는 것일까요?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인류학자 '니나 아블론스키' 교수의 말에 따르면 손가락, 발가락 끝의 지문은 영장류가 나무를 잘 타기 위해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피부 표면의 미세한 굴곡이 나무를 잡을 때 미끄러지는 걸 방지한다는 것이죠.

한편 2009년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지문의 기능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습니다. 지문은 미끄럼 방지 기능보다는 촉각을 예민하게 하기 위한 구조라는 건데요. 연구자들은 특히 섬세한 질감을 느낄 때 지문이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손끝이 물체의 표면을 지나갈 때 진피에 있는 신경 말단인 '파시니 소체'가 진동 형태로 감지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문이 신호 증폭기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오는 신체적 코드인 지문. 같은 지문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입니다. DNA 요소가 아주 유사한 일란성 쌍둥이조차 지문만큼은 다르다고 하니 지문의 세계가 정말 놀랍지 않나요? 그럼 궁금한 S는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언제든 유튜브에 사이언스 투데이를 검색해주세요. 이상 궁금한 S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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