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햇님 /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박사
[앵커]
기후변화와 노동력 감소 등 농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 농업 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국내 연구진이 키가 키고 가지가 하늘을 향해 자라는 사과나무를 낮은 높이에서 가지가 옆으로 자라게 하는 수형 모델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재배와 수확이 편해진 것은 물론, 생산량과 품질까지 향상돼 미래 스마트 과수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강원 특별 자치도 농업기술원 과수연구팀 정햇님 박사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특별한 형태의 사과나무, 이른바 '다축형 평면 수형 사과나무'라고 이름 붙여졌는데, 어떤 건지 간단히 소개를 좀 해주시죠.
[인터뷰]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과수원의 나무 모양(수형)은 한 개의 축으로 자라서, 키가 크고 방사형으로 복잡하게 가지를 뻗어 자라는 입체형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키가 큰 입체형 수형은 넓은 땅이 필요하고, 높은 지주시설과 위험한 고가 사다리 작업, 그리고 대형 농기계들이 필요합니다. 또한, 좋은 과일을 생산하기 위하여 꽃과 열매를 따주고 봉지를 씌우고 가지를 자르거나 수확하는 작업들은 기계화가 어렵고, 대부분 직접 사람이 해야 하는 고강도의 노동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저희 강원 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에서 개발에 성공한 사과 다축형 평면 수형 모델은 키가 낮고, 수폭이 좁은 형태로, 여러 개의 축으로 분산하여 평면화 하여 기르는 전혀 다른 개념의 수형입니다. 축을 여러 개로 나누어 기르기 때문에 많을 다 자를 써서 다축형 이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앵커]
방금 영상 보니까 원래 사과나무는 가지를 잘라주고 열매를 딸 때 사다리를 올라가서 따는데 지금 다축형 평면 수형 사과나무는 그냥 따시더라고요. 그런데 여기서 '다축형 평면 수형'이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는 굉장히 생소한데, 어떤 방식인지 설명해주실까요?
[인터뷰]
나무의 원줄기를 먼저 수형 구성하는 방식을 설명해 드리면 나무의 원줄기를 수평 구조로 옆으로 뉘어서 길게 기르면, 수평으로 누운 줄기 마디마다 새싹이 자라서 새로운 가지가 수직 방향으로 여러 개로 분산되어 자랍니다. 이들 중 일정한 간격으로 적당한 위치를 선택하여 기른 가지를 '축'이라고 부르는데요. 하나의 원줄기가 수직으로 자라나면서 쓰던 물과 양분 등의 에너지를 10개의 축으로 나누어 키움으로써, 각 축에 1/10씩 분산하는 효과를 얻습니다. 기존의 재배방식은 잎과 줄기가 자라는 영양생장에서 꽃과 열매를 키우는 생식생장으로 전환을 빠르게 하기 위하여 가지를 일정한 각도로 기울여서 자라게 하기 때문에 입체형 수형이 되는데요. 가지 축을 여러 개로 분산하면 가지를 눕히지 않고도 가지 끝에서 만들어지는 옥신과 같은 생장호르몬 비율을 낮출 수 있어서 생식생장으로의 전환이 빠르고, 많은 과실 생산이 가능합니다. 또한, 키가 낮게 자라고, 수직 평면으로 나무 폭을 좁게 기를 수 있어 광과 공간 활용 효율이 높아지게 됩니다.
[앵커]
설명을 들어보니까 빛을, 하늘을 향해서 들고 있는 것처럼 그런 형태로 나무가 자라던데요. 잠깐 장점을 설명해주셨는데, 구체적으로 조금 더 알려주시죠.
[인터뷰]
첫 번째로 입체형이 아니라 얇은 평면형의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그늘지는 부위가 거의 없이 햇볕이 골고루 나무 아래쪽까지 충분히 들어가서 광 이용 효율이 높아집니다. 때문에, 수확량이 많고, 과일 품질이 좋고, 착색이 잘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 통풍이 잘되어서 농약 사용량도 대폭 절감할 수 있고, 예방 효과가 우수하기 때문에 병 발생이 적습니다. 세 번째 가장 중요한 장점은 노동력을 대폭 절감시킬 수 있는 수형이라는 것인데요. 키가 낮고, 평면화되어 있어서 시각적으로 잘 보이고요. 작업 동선이 짧고, 손쉽습니다. 특히 수확할 때 사다리 작업 등의 수직 이동이 거의 없이 수평으로 걸어 다니며 대부분의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일이 매우 수월하고,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농업용 로봇이나, 첨단 장비 등의 도입도 용이해 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앵커]
앞서 광 이용 효율이 높아지고 수확량이 많아진다고 설명해주셨는데 이 부분 자세하게 설명해주실까요?
[인터뷰]
입체형 수형은 나무가 커질수록 안쪽에 그늘진 공간이 늘어나 광 투과율이 급격히 낮아지게 되는데요. '다축형 평면 수형'은 이러한 죽은 공간이 거의 없고, 대부분의 잎이 가장 높은 광합성 효율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이 광합성 산물이 나무의 굵은 줄기와 무효공간을 채우는 잎을 만드는 데는 거의 낭비되는 일이 없습니다. 실제로 나무 아래쪽에 그늘이 많이 지는 입체형 수형과 비교하여 광합성을 측정한 결과 광합성 효율이 평균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골고루 햇빛을 받는 만큼 광합성을 통해 포도당 즉 영양분이 많아져 열매를 키우는 데 활용되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수량과 높은 당도의 과일을 키울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또한, 나무가 원래 수직으로 자라는 습성을 활용하기 때문에 생육도 우수해서 관행 대비 2배 이상의 조기 수량 확보가 가능하였고, 나무를 심은 지 3년 만에 재배면적 1ha 기준 22ton이라는 우리나라 사과 전국 평균 수량을 넘어서는 조기 생산량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한마디로 사과나무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수확작업이 편리하다는 말씀도 해주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기 때문에 수확 방식이 편리한 건지도 알려주시죠.
[인터뷰]
기존의 나무는 성목이 되면 높이가 4m 이상에 달하고, 가지가 입체적으로 복잡하게 뻗어 나가서 잎이 무성한 가운데 열매가 달리기 때문에, 하나하나 열매 위치를 확인하여 수확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맛있고, 품질이 좋은 과일은 햇빛이 잘 드는 나무 꼭대기 쪽에 주로 달리고 먼저 익는데, 작업차를 활용하거나, 높은 사다리 가장 끝단까지 올라가야 해서 실제로 저희가 조사할 때도 많이 힘들었는데요. 다축 수형의 경우 거의 걸어 다니면서 눈에 보이는 그대로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리도 쉽고, 위험한 일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수확 2주 전에 아래쪽 그늘진 쪽 열매의 착색이 잘되도록 바닥에 반사필름을 깔거나, 잎 따기를 해 주는 등도 불필요 해 지기 때문에 노동력 절감 효과가 우수합니다. 지금 이미 국내외에서는 소형 스마트 무인방제기와 제초, 수확로봇 등의 개발 및 상용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기존의 부피가 큰 입체 수형에서는 적용이 어렵지만, 다축 수형의 경우에는 키가 작고 과일이 평면에 모두 노출되어 있어서 매우 손쉽게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 몇 년간 태풍도 잦고 폭우도 많아서 낙과 피해가 굉장히 컸는데요. 이런 다축 수형 사과나무는 낙과 피해가 적다고 하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
최근 수년간 기후변화에 따라 이상 기상 빈도 출현이 많은데요. 올해는 특히 개화, 결실기 저온과 우박, 폭우, 고온 피해 등 각종 재해가 심한 해였습니다. 때문에 직접적으로 과일의 피해를 받거나, 병 발생이 많아서 낙과 피해가 많았는데요. 저희가 개발한 다축형 평면 수형의 경우 약제 방제 효과가 우수하여, 올해 사과 농가에서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었던 탄저병 발생이 관행 수형보다 20% 미만으로 낮게 나타났습니다.
[앵커]
사실 이상기후나 질병 같은 것이 휩쓸고 가면 과일이 귀해지기 때문에 가격이 폭등하거나 이런 문제도 있는데, 오늘 설명해주신 기술을 적용하면 이런 문제들이 많이 개선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네. 올해 같은 경우에는 특히 기상재해 발생 빈도가 더 높아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재배 관리해 온 대부분의 과수가 저온, 우박, 비 피해 등으로 품질이 나쁘거나 정상 수확이 어려워 농가 피해가 심각하고, 소비자들 또한 너무 비싼 과일 가격에 구매를 망설이게 했는데요. 앞으로도 이러한 기후 위기와 노동력 감소 등의 문제는 더 악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앞에서도 간단히 언급했듯이 다축형 평면 수형의 경우 기존의 수형보다 병해충 예방 효과가 우수한 장점이 있고, 공간 이용효율이 높아서 기상재해 대응 시설과 장비들의 투입 비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저희 팀에서는 다양한 시설 도입과 이상기상에 대한 대응 기술도 같이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특히 자동개폐형 다목적 방조망 시설을 활용하면 새 피해뿐만 아니라 우박 등의 물리적인 피해를 차단할 수 있고, 높은 온도와 강한 햇빛에 의한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되는 것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동개폐형 비 가림 시설 도입 효과도 검토 중에 있어서 향후 비 피해나 동해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앵커]
정말 다축형 평면 수형 과실나무가 앞으로 기후변화가 잦은 시대에 굉장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런 형태의 나무를 어떻게 떠올리게 되신 걸까요?
[인터뷰]
2010년대부터 저희 과수연구팀은 노동력 부족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를 해왔는데요. 결국, 기존의 키가 큰 입체형 수형에서는 최신의 첨단 융복합 기술 도입에 한계가 있었고, 근본적인 수형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과수 시스템 관련 연구자들 간에 유사한 고민이 있었고 '미래형 스마트 과원'의 기반이 되는 평면 수형 개발 필요성이 대두 되었는데요. 일명 'Fruiting wall' 우리 말로 '과일 벽'이라는 평면 구조로 나무의 키를 낮춰 키울 수 있어야 이런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비슷한 시기에 사과, 체리 등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호주, 미국 등에서 연구되기 시작했고, 배, 복숭아 등 다양한 과종으로 연구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십여 년부터 일부 대학과 농가를 중심으로 도입이 진행된 바 있으나,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의 2축 형 수형 등에 치중되어 있어 단기 수량은 높으나, 장기적으로 입체형의 키가 큰 수형으로 변화하여 스마트 과원으로 활용이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저희는 다축형 평면 수형 모델을 기반으로 한 미래형 스마트 과원 종합 플랫폼 구축 연구를 진행하였고, 현장 실증 연구를 병행하여 올해 생산성과 노동력 절감, 기후변화 대응의 3가지 문제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앵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과수 농가들은 낙과 피해가 굉장히 많아지고 소비자들은 과일이 비싸져서 먹기 힘들었는데요. 이런 '다축형 평면 수형 나무'가 개발이 돼서 과수 농과도 그렇고 소비자들도 그렇고 많은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원 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과수연구팀 정햇님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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