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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S] 우리 인체에 꼭 필요한 후각…어떤 과학 원리 숨어 있나?

2021년 02월 26일 오전 09:00
[앵커]
과학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궁금한 S> 시간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냄새를 맡으며 살아가죠.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무려 1조 가지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이고, 기억이나 감정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후각'에 담긴 과학의 비밀에 대해 지금 바로,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이효종 / 과학유튜버]
갓 태어난 아기는 색을 구별하지 못하며 적어도 생후 6개월은 지나야 사물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후각만큼은 매우 예민한 상태로 태어납니다. 냄새를 통해 엄마에게 친근감을 느끼며, 낯선 이를 알아챌 수 있죠. 그래서 후각을 가장 원시적인 감각으로 부르는데요. 이렇게 중요한 감각기관이지만 지나치게 과소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철학자 칸트는 "유기체의 감각 중 가장 천박하면서 없어도 되는 감각"으로 후각을 꼽았으며, 지난 2011년 미국의 한 광고회사는 "컴퓨터나 휴대전화 같은 기계장치와 후각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는 설문조사에, 16~22세 응답자 절반 이상은 코를 포기하는 데 표를 던졌다고 합니다. 과연 후각은 우리에게 스마트폰보다 불필요한 존재일까요?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루크레티우스는 후각의 원리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합니다. 음식에서 빠져나온 냄새 원자들이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새를 가졌는데, 콧속에 딱 맞는 모양의 구멍에 들어감으로써 냄새로 인지된다는 것이죠. 귀여운 상상 같지만, 현대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후각의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냄새'의 근원을 제공하는 것은 해당 물질로부터 확산해 나온 휘발성의 미립자인데, 이들이 공기 중에 섞여 코안으로 들어가면 후각 상피세포를 자극하게 됩니다. 후각 상피세포는 콧속의 점막에 위치한 일종의 센서라고 볼 수 있어요. 후각 상피세포에는 각각의 냄새 분자와 결합하여 이를 감지할 수 있는 후각 수용체가 있는데 인간의 경우엔 그 수가 약 1,000여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후각 수용체는 대뇌 안쪽에 있는 변연계까지 영향을 주는데요.

그래서 우리가 어떤 향기를 맡으면 단순히 그 향을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그때의 감정도 떠올리게 되는 것이죠. 또 음식의 맛이 냄새로 저장되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각각의 수용체들이 경험 때문에 반응하는 냄새 입자를 기억하는 건데요.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은 김치 냄새를 맛있다고 느끼지만, 외국 사람들은 꺼릴 수도 있는 것이죠.

즉, 후각은 문화와 교육 환경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냄새는 다 다를 수 있지만, 바삭하게 튀긴 치킨 냄새나 삼겹살이 구어지는 냄새는 모두가 좋아하죠. 길거리를 지나가거나 시장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에 배고프지 않아도 갑자기 식욕이 확 들기도 하는데요. 이는 왜 그런 걸까요? 음식물의 당과 아미노산은 열을 받으면 서로 결합하는데 이때 독특한 향기가 나는 휘발성 화합물이 생깁니다. 이 화합물들이 맛있는 냄새라고 인식하는 향을 만들어냅니다. 어느 순간 냄새가 사라지면 음식의 세계도 정말 단조로워지겠죠?

후각은 맛에 관여할 뿐 아니라 사랑의 묘약 같은 역할도 합니다. 실제로 이성에게 좋은 향기가 난다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요. 사람에게는 개인마다 독특한 체취가 있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살 냄새'라고 부르는 냄새입니다. 이 냄새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에 존재하는 MHC라는 물질 때문에 나는 것으로 개인마다 다른 냄새를 나게 한다고 합니다.

매클린톡 박사는 서로 다른 MHC 타입을 가진 남성 6명에게 48시간 동안 같은 셔츠를 입혀서 그들의 체취가 셔츠에 흠뻑 배게 하고는 미혼 여성들에게 이 셔츠의 냄새를 맡게 해 가장 끌리는 냄새가 어떤 것인지 점수를 매기게 했는데요. 그랬더니 여성들은 유전적 특성, 즉 MHC 타입에 따라서 서로 다른 냄새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재미있게도 여성 지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냄새는 자신의 아버지의 MHC 타입과 비슷한 남성이었다고 합니다. 즉, 우리가 어떤 이를 처음 만났음에도 낯설지 않게 인식하고 그에게 끌리는 이유가 우리 유전자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이고 우리의 후각이 아직도 우리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죠.

이런 로맨틱한 실험 외에도 현대 과학에서 후각은 나름대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전자 코'인데요.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종류의 냄새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나 마약을 탐지하고, 질병을 진단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나사에서는 우주정거장에서 장기간 거주하는 승무원들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우주정거장 내 유해한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전자 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연구진이 날숨을 이용해 폐암을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는 의료용 '전자 코'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날숨을 통해 폐 속 암세포를 감지하는 전자 코와 폐암 환자를 판별하는 인공지능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한 것인데요. 초기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힘든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궁금한 S에서는 후각에 관련된 과학적 이야기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후각은 우리 인체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럼 궁금한 S는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언제든 유튜브에 사이언스 투데이를 검색해주세요. 이상 궁금한 S였습니다.

박순표[s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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