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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S] '찌릿'한 정전기 탄생…기상천외한 실험이 밑바탕이었다?

2021년 04월 02일 오전 09:00
[이효종 / 과학유튜버]
문고리를 만졌을 때 찌릿하거나, 머리를 빗으면 폭탄처럼 솟아오르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셨을 텐데요. 이런 현상을 바로 '정전기'라고 하죠. 정전기는 언제 처음으로 발견된 걸까요?

인류 최초로 전기를 발견한 사람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였습니다. 탈레스는 보석 종류인 호박을 헝겊으로 닦으면 닦을수록 먼지가 달라붙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는데요. 당시 사람들은 마치 호박이 살아서 마법을 부리거나 심지어는 호박 속에 영혼이 깃들어 있어 물질을 잡아당긴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쉽게도 당시에는 정전기 현상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했지만, 탈레스는 정전기 현상을 최초로 발견한 인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최초의 정전기 발생 장치가 탄생한 것은 17세기 독일의 물리학자 '오토 폰 게리케'부터 였습니다. 유황으로 만든 크고 둥근 구를 축에 끼워 돌리면서 건조한 손바닥으로 문지르면 구가 전기를 띠게 되는데요. 이 구를 다른 물체와 접촉하면 물체가 전기를 띠게 되는 것이죠. 이때부터 정전기의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요.

게리케의 발견 이후 더 강력한 정전기를 만드는 장치가 생겨나며, 사람들에게 정전기의 존재도 조금씩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전기는 사람들에게 짜릿함을 주는 용도나 통증을 줄이는 용도로 사용됐는데, 이때는 전기의 위험성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위험한 실험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가 짜릿한 키스를 위해 정전기를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빠르게 회전하는 유황공에 손을 얹고 상대방과 키스를 하면 찌릿한 느낌과 함께 불꽃이 튀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불꽃이 튀었다는 거죠. 그러나 정전기 발생장치는 덩치가 큰 기계였기 때문에 기계가 설치된 곳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그래서 '전기를 저장해서 들고 다닐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고, 1745년 독일의 물리학자 클라이스트는 전기를 담는 병을 만들었습니다. 병에 물을 담고 코르크로 막은 뒤 물에 닿을 만큼 긴 못을 마개에 꽂아 물속에 전기를 흘려 넣은 후 못을 뽑는 방법이었어요. 전기를 더 잘 보관하기 위해 유리병 안팎에 금속을 입히고 못을 뽑으려던 순간, 클라이스트는 뒤로 자빠집니다. 전기를 담는 데 성공한 것이죠. 같은 시기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뮈센브루크 교수는 정전기를 축적할 수 있는 유리병을 만들었는데요. 오늘날 그 축전 장치를 '라이덴병'. 일종의 축전기라고 부릅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독일의 과학자인 클라이스트와 뮈센부르크는 독자적으로 라이덴병을 발명한 것이죠. 사람들이 라이덴병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한 결과, 병에 바른 금속의 면적이 넓고, 유리병의 두께가 얇을수록 더 많은 전기가 저장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중에는 라이덴병에서 저장한 전기로 작은 동물을 감전시켜 죽일 수도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라이덴병의 탄생으로 인해 장난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프랑스 연구자인 놀레는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감전시키는 실험을 구상했다고 하는데요. 수도원장이었던 그는 200명의 수도사들을 불러모았습니다. 놀레는 200명의 수도사를 손잡고 둘러서게 한 다음 제일 바깥의 두 명에게 라이덴병의 양극에 손을 대라고 명령했습니다. 손을 댄 순간, 200명이 동시에 감전돼 뒤로 넘어갔고 전기의 위력에 놀라 두 번 다시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합니다.

라이덴병은 대륙을 넘어 미국에도 전해졌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천장에 사람을 매달아 놓고 그 근처에서 라이덴병으로 불꽃을 일으키는 전기 마술쇼가 유행이었는데요. 벤자민 프랭클린은 전기 마술쇼를 본 후 전기에 흥미를 갖게 돼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비 오는 날, 프랭클린은 아들을 데리고 한적한 오두막을 찾았습니다. 연 끝에는 뾰족한 금속 칩을 꽂고 연줄 끝에는 금속열쇠를 매달았습니다. 번개가 전기라면 열쇠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죠.

시행착오 끝에 프랭클린은 금속 열쇠에서 불꽃이 튀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열쇠를 만지면 짜릿한 통증이 느껴졌죠. 이를 통해 번개가 신의 형벌이 아니라 정전기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 실험을 신문에 발표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이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오늘날의 '피뢰침'입니다. 벼락이 떨어지기 쉬운 건물의 꼭대기에 금속 첨탑을 세워 번개의 전하를 흡수해 피해를 막는 것이죠. 현재 피뢰침은 대부분 건물 옥상에 설치돼 있습니다. 지붕에 세운 뾰족한 막대기로 번개의 강력한 에너지를 끌어당긴 뒤 구리나 알루미늄선 등을 통해 땅 밑으로 흘려보냅니다. 보통 피뢰침은 침 세 가닥이 뾰족하게 솟아있는 모양인데, 각각 다른 방향에서 생기는 번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세 가닥보다 더 많은 침을 써서 다양한 각도에서 치는 번개를 정밀하게 잡아내고 있다고 합니다. 기원전 3000년 전부터 산업혁명을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명의 진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전기'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전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기까지 많은 과학자의 우연한 발견과 기상천외한 실험이 있었네요. 그럼 궁금한 S는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언제든 유튜브에 사이언스 투데이를 검색해주세요. 이상 궁금한 S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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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