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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S] 현대의학 발전 앞당긴 '마취'로 보는 의학의 역사

2021년 04월 23일 오전 09:00
[앵커]
과학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궁금한 S> 시간입니다. 마취제가 없던 시절, 수술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수술 중 쇼크로 사망하거나 세균 감염에 시달리는 일이 많았는데요. 여러 실험과 검증을 통해 마취제가 등장했고, 이는 의학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마취제의 과학에 대해 지금 바로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이효종 / 과학유튜버]
어른이 돼도 여전히 무서운 게 있다면 치과가 아닐까요? 위이잉~하는 소리며 날카로운 도구를 보면 저절로 손발이 움츠러드는데... 그럴 때면 수면마취로 잠든 사이에 치료받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데요. 이런 통증과 두려움에도 마취를 찾게 되는데, 마취 없이 어떤 수술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정말 끔찍하겠죠? 그런데 과거에는 마취 없이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마취는 19세기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연구와 실험이 진행됐는데요. 그 이전에는 수술 도중 환자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쇼크로 죽는 경우가 많았고, 수술하기 전에 저런 고통을 당할 바에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환자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대시대부터 수술 시 마취를 시도하려는 노력이 많았다 하는데요.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는 술을 마시면 평상시와 달리 통증이 감소한다는 것을 알고 술을 마취제로 사용하기도 했고요. 술과 더불어 오늘날 마약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식물을 사용한 기록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중국에서는 아편, 인도에서는 대마초 등을 통증 완화를 위해 사용됐다고 합니다.

18세기에 이르러 아산화질소나 암모니아, 산소 등 상온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질이 발견되었고 과학자들은 이런 기체를 흡입하면 몸의 상태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특정 기능을 가진 가스를 마시면 몸을 원하는 상태로 바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기체치료학회를 결성해 적극적으로 연구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기체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마취 효과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실험한 가스 중에는 오늘날 '웃음 가스'라고 불리며 어린이들의 치과 치료에 사용되는 아산화질소가 있었습니다. 아산화질소는 1772년 영국의 화학자 프리스틀리가 발견했고 이후 험프리 데이비가 이 가스를 흡입한 사람들이 기분이 좋아져 걱정이 줄고 자제력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1800년대 그는 이 가스를 '아산화질소'라 이름 짓고 마취제의 효능을 입증하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아산화질소는 처음에는 의료 목적이 아닌 당시 부를 축적한 신흥 귀족들의 파티에서 유흥의 수단으로 사용됐습니다. 그러던 1844년 미국 코넷티컷주의 치과의사인 웰스는 웃음가스 파티에 참석했다가 다리에 상처를 입은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남자는 다리에 상당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통증을 느끼지 못했고 웰스는 여기서 웃음가스를 마취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는 마취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려 웃음가스를 들이마시고 자신의 사랑니를 뽑았고 통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외과 의사들을 모아놓고 최초로 마취제 공개 실험을 했는데요. 어느 충치 환자의 이를 뽑았는데, 웃음가스의 양이 적었던 탓인지 아니면 마취가 돌기 전에 서둘러 발치를 한 탓인지 환자는 고통을 참지 못해 비명을 질렀고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 실험을 지켜본 다른 치과의사 윌리엄 모턴은 마취제를 이용해 발치 하는 연구를 계속했고, 아산화질소 대신 에테르를 마취제로 이용했습니다.

1846년 모턴은 에테르를 이용해 환자의 목에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에 성공했고, 우수한 마취제로 널리 이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에테르를 이용한 수술법은 영국에도 전파되었는데요. 영국의 산부인과 의사였던 제임스 심프슨은 분만할 때 산모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에테르를 사용했지만, 냄새가 역했던 탓인지 산모들은 토하기 일쑤였는데요.

결국, 그는 부작용이 덜하면서 우수한 효과를 지닌 다른 마취용 물질을 찾게 되었는데, 여러 물질을 시험해본 결과 클로로포름이 마취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심프슨은 왕립병원에서 이를 시험해 클로로포름으로 마취하는 외과수술을 성공리에 마쳤고, 이를 발전시켜 무통 분만법까지 제시했습니다. 나중에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도 분만 시에 클로로포름을 사용했는데요. 그러나 클로로포름에도 부작용과 위험성 등이 발견되면서 오늘날에는 마취제로는 잘 사용하지 않고 살충제나 곰팡이 제거제 등 다른 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후 정맥으로 주사하는 '티오펜달'이 개발됐는데요. 주사액이 투여되면 45초 만에 빠르게 마취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마취 지속기간이 짧아 주로 단시간 수술에만 사용됐는데요. 티오펜달이 요긴하게 쓰인 곳은 병원보다 미국 경찰과 중앙정보국이었습니다. 범죄 혐의자에게 티오펜달을 주사하면 유사 최면상태에서 대화할 수 있는데요. 마취하면 흔들어도 깨지 않는 전신 마취제와 달리 티오펜달은 잠을 살짝 들게 만들어 범죄자의 자백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러나 1963년 미국 대법원은 자백약으로 얻어낸 정보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고, 티오펜달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가장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마취제로 프로포폴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취가 빠르고 회복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하지만 무분별한 프로포폴 투약 역시 문제점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런 이유로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부정적 기억인 트라우마를 선택적으로 지우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궁금한 S에서는 마취에 대한 과학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여러 실험과 검증을 통해 안전하고 신속한 마취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궁금한 S는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언제든 유튜브에 사이언스 투데이를 검색해주세요. 이상 궁금한 S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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