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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S] 현대에서도 깜짝 놀라는 석굴암과 불국사의 과학

2021년 06월 04일 오전 09:00
[앵커]
과학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보는 <궁금한 S> 시간입니다.

세계적 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에는 수학적 비례 원칙과 지진에 강한 건축기법이 적용돼 지어졌는데요.

이 때문에 인근에서 발생하는 지진에도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불국사와 석굴암에 숨겨진 과학의 원리. 지금 바로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이효종 / 과학 유튜버]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에 불교가 전해져 불교와 관련된 유적이 많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유적이 유네스코로도 지정된 석굴암인데요. 석굴암은 750년경 신라 경덕왕 시대에 지어졌는데, 당시 건축기술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과학적으로 설계됐다고 합니다. 석굴암은 751년 신라의 재상 김대성이 창건해 774년에 완성했다고 하는데요. 무려 23년이 걸린 큰 공사였습니다.

보통 인도나 중국에서는 바위산에 굴을 파서 석굴을 조성했는데요. 굴속은 햇빛이 차단되고 더운 공기가 쉽게 빠져나가서 여름에도 온도가 10도 정도로 유지됩니다. 그래서 더운 기후에 있는 인도의 수도승들이 석굴에서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바위의 대부분은 매우 단단한 화강암이어서 당시의 도구와 기술로는 바위를 파내기 쉽지 않았는데요. 또 석굴을 파다 보면 위쪽 흙이 누르는 힘으로 자칫 석굴이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선조들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고, 그 결과 아치형 구조로 만들면 위에서 누르는 힘을 골고루 분산해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하지만 이런 석굴암에도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굴은 습기가 잘 생긴다는 것이었어요. 거기다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은 구름과 안개가 많이 생기는 지형이었는데요. 습기와 안개가 가득한 곳에서 석굴암은 어떻게 천 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 숨 쉴 수 있었던 것일까요?

비밀은 석굴암 바닥에 차가운 물을 흐르게 했기 때문입니다. 바닥의 차가운 물로 인해 석굴 내부의 습기가 바닥 쪽으로 모여들고, 물방울로 변해 땅속으로 스며들었는데요. 이는 한여름에 에어컨을 켰을 때 에어컨의 차가운 냉매 쪽으로 습기가 모여 습기가 사라지는 원리와 같습니다.

또, 석굴암에는 돌과 돌 사이에 작은 틈이 있어 통풍이 잘되고, 지붕 외벽을 둘러싼 자갈층도 제습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외부의 습하고 더운 공기는 자갈층을 통과하면서 수증기가 응축돼 자갈에 남고 공기는 차가워지는데요. 이렇게 차가워진 공기는 밀도가 높아 아래쪽으로 흘러 석굴암 내부로 들어갑니다. 그 때문에 송풍기 없어도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내부를 꾸준히 채워 안은 항상 쾌적한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죠.

석굴암의 우수성은 완벽한 비율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석굴암 본존불의 비례는 뛰어난 예술성을 자랑하는데요. 본존불의 얼굴과 가슴, 어깨, 무릎의 가로 길이는 1:2:3:4 비율로 되어 있습니다. 이 비율은 인체에서 가장 아름답고 안정된 느낌을 주는 인체 비율인 균제비례와 거의 흡사합니다.

이렇게 과학적, 수학적으로 설계되었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는 석굴암을 보수한다는 명목으로 석굴암 외벽을 콘크리트로 두르고, 석굴암 아래로 흐르던 지하수를 막아버렸는데요. 그 결과 석굴암에 습기가 차기 시작했고, 이끼와 곰팡이가 생기면서 벽면이 부서지기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시멘트에서 나오는 탄산가스와 칼슘은 화강석 벽도 손상시키기 시작했는데요.

1960년대 석굴암의 습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콘크리트 외벽 바깥쪽으로 약 1m의 공간을 두고 다시 콘크리트 돔을 씌웠는데요. 하지만 습기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기계에 의해 습도조절을 해야 했습니다.

석굴암과 함께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불교 유적이 있었으니 바로 불국사입니다. 불국사에는 그랭이 공법이라는 특이한 공법이 사용됐는데요. 이 공법은 자연석을 서로 맞물리게 촘촘히 쌓은 뒤, 그 위에 세우는 기둥의 밑면을 자연석의 형태대로 정밀하게 깎는 방법을 말합니다. 자연석과 기둥이 마치 톱니바퀴 물리듯 맞물리도록 맞추는 것인데요.

여기에 동틀돌을 추가하는 기술이 더해져 더욱 건물을 안전하게 지지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동틀돌이란 자연석들을 쌓을 때 흔들리지 않도록 규칙적으로 박아둔 돌을 말합니다. 이러면 지진 같은 충격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튼튼해집니다. 실제로 지난 2016년에 발생한 규모 5.8 지진에도 대웅전의 기왓장 일부가 파손된 것을 제외하고는 피해가 없었습니다.

그랭이 공법은 통일신라에 꽃을 피웠지만, 이를 처음 개발한 국가는 고구려였습니다. 고구려성들이 장대한 세월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그랭이 공법 덕분이었는데요. 고구려 성의 가장 큰 특징은, 성을 쌓는 땅에 있는 암반을 제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성을 쌓는 돌을 암반의 모양에 맞게 다듬은 다음 암반 위로 그대로 쌓아 올렸습니다. 땅에 깊게 묻혀 있는 암반들이 성곽을 단단하게 지지해준다는 점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죠.

오늘 궁금한S에서는 석굴암과 불국사에 숨어있는 과학원리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현대기술로도 따라 하기 힘든 선조들의 지혜가 서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궁금한 S는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언제든 유튜브에 사이언스 투데이를 검색해주세요. 이상 궁금한 S였습니다.

YTN 사이언스 박순표 (s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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