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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미국 부품 들어 간 우리 위성…우리 발사체 발사 제재

2022년 07월 18일 오전 09:00
■ 이성규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방금 뉴스로 보신 것처럼 미국산 위성 부품이 들어간 우리나라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오늘 취재파일에서는 이 문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성규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다소 생소한 용어가 몇 가지 나오는데요. 이 기자, 우선 미사일기술통제체제 MTCR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사실 생소하긴 저도 생소한데 MTCR 미사일기술통제체제라고 부르는데, 미사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1987년 설립된 다자간 협의체를 말합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7개국이 설립했는데요. 1980년대 러시아산 스커드 미사일이 북한 등 제3 세계로 확산하면서 설립했습니다. 설립 목적은 사정거리 300km 이상, 탄두 중량 500kg 이상의 미사일 완제품과 그 부품, 기술 등에 대한 외국 수출을 통제하는 겁니다. 한 마디로 선진 7개국이 미사일 관련 기술의 확산을 억제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MTCR은 미사일 관련 기술을 통제하는 건데, 우주 발사체·위성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건지요?

[기자]
얼핏 이름만 보면, MTCR과 우주 발사체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요. 사실 미사일과 우주 발사체는 기술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MTCR 체제에서 우주 발사체와 위성 기술도 통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우리나라의 MTCR 가입 시점인데요. 우리라는 미국의 반대로 MTCR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가 2000년 미사일 합의에 따라 2001년 가입했습니다. 가입은 했지만, 이미 MTCR 체제가 출범한 이후이기 때문에 창립 회원국인 선진 7개국과는 다른 대우를 받는데요. MTCR 창립 회원국인 선진 7개국은 관련 기술에 대한 제재가 전혀 없습니다. 쉽게 말해 미국산 부품이 들어간 프랑스 위성을 프랑스 발사체로 쏴도 제재가 없는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른데요. 우리나라는 미국산 부품이 들어간 우리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쏘려고 하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관련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이창진 /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 당연히 안 해주죠. 미국의 입장에서는 MTCR이라는 거대한 체제를 전 세계 발사체 관한 체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누리호 개발은 MTCR 체제에 반하는 활동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앵커]
그러니깐 MTCR 창립 회원국 사이에는 제재가 없는데, 뒤늦게 가입했다고 제재하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으로 봐야 할까요?

[기자]
미국의 입장에서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는 건데요. 미국산 부품을 사용한 위성이 해외 발사체로 발사될 경우 미국의 적성국가로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이런 생각이고,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은데요. 미국이 우주 기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MTCR을 하나의 도구를 쓴다는 겁니다.

[앵커]
MTCR은 체제이고, 실제로 규제하는 것은 국제무기-거래-규정을 근거로 제재하잖아요. 국제무기거래규정,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기자]
국제무기거래규정, 이름이 어려운데 영어로 ITAR라고 하는데요. 미국 국무부가 주관해서 ITAR 목록을 작성합니다. 위성을 개발할 때 미국산 ITAR 부품을 쓰려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요. 이런 부품이 들어간 위성을 해외 발사체로 쏠려면 다시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ITAR(이아타) 제재를 받는 대표적인 위성 부품에 자이로스코프라는 게 있는데요. 이게 어떤 역할을 하며, 자이로스코프라고 다 ITAR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라면서요?

[기자]
네, 자이로스코프는 위성을 자세를 제어하는 핵심 부품인데요. 위성의 자세 제어에 관여하기 때문에 모든 위성에는 자이로스코프를 장착합니다.

자이로스코프는 성능에 따라 ITAR 제재를 받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요. 고성능의 자이로스코프이면 ITAR 제재를 받는 거고요. 여기서 중요한 게 고성능과 저성능을 가늠하는 잣대일 텐데요. 정찰 위성이나 지구 관측 위성처럼
정밀하게 관측을 요구하는 위성들 있잖아요. 이런 위성들에 들어가는 자이로스코프는 고성능으로 ITAR 제재에 포함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ITAR 제재를 받지 않기 위해선 기술 독립을 한다거나 미국과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은데요. MTCR 체제 출범 이후 예외된 국가가 있었나요?

[기자]
MTCR 체재 이후 유일하게 인도가 ITAR 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데요. 인도는 2009년 미국과 기술보호협정을 체결해 ITAR 문제를 해소했습니다. 인도가 기술이 좋아서 그러게 아니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허용해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인도 이후 ITAR 제재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단 한 국가도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기술 독립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개발되기 이전엔 ITAR가 큰 문제는 아니었죠. 우리 위성을 모두 해외 발사체로 쐈으니깐 제재를 받을 일이 없었는데요. 누리호가 개발되고 발사까지 성공하면서, 얘기가 달라진 거죠. 누리호 2차 발사에 실린 성능검증위성엔 2개의 자이로스코프가 실렸는데요. 하나는 ITAR 제재를 받지 않는 해외 자이로스코프로 위성 전체의 자세를 제어하고요. 나머지 하나는 우리 기술로 개발한 자이로스코프로 우주에서 실제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장착했습니다.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위성 부품 자립화를 위해선 부품을 개발도 중요하지만, 실제 우주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앞서 설명했지만 다누리는 미국 스페이스X의 발사체로 발사돼 문제가 되질 않는데요. 우리나라가 2030년쯤 우리 발사체로 달에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잖아요. 이건 문제가 없는 건가요?

[기자]
우리나라는 누리호 개발 이후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누리호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엔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1단을 예로 들면 누리호는 75톤급 액체 엔진 4기를 묶어 300톤급의 추력을 내는데,차세대 발사체는 100톤급 액체 엔진 5기를 묶어 500톤의 추력을 냅니다. 이 차세대 발사체의 주요 용도가 우리가 만든 달 착륙선을 달에 보내는 건데요. 만약 달 착륙선에 미국산 자이로스코프가 실릴 경우, 미국이 허가를 해주 않으면 차세대 발사체로 달 착륙선을 쏠 수가 없는 겁니다.

[앵커]
네, 이런 상황에 좀 전에 우리나라가 기술 독립을 위해서 힘을 쓰고 이싸도 말씀해주셨는데. 그런데 사실 해외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ITAR 제재를 받지 않은 이른바 ITAR 부품의 완전대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닌가요?

[기자]
유럽이나 일본 등의 사례를 보면 사실상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이런 이유로 기술적 자립화도 중요하지만,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외교적 노력이라는 게 미국이 우리 동맹이라고 언젠가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김경민 / 한양대 명예교수 : 한미 동맹 관계라 해서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하면 안 되고, 별도로 ITAR, 특히 우주 분야에 사용되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부품에 대해선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우주 외교를 펼쳐야 한다. 우주 분야를 자꾸 과학에 한정하는 좁은 시야를 가진 사람이 많은데, 우주 외교를 아주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

[기자]
사실 우주 분야를 외교적으로 풀자 얘기하면 생소할 수 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과의 문제도 있고 미국뿐만 아니라 MTCR 체재 같은 국제 사회에 협의도 있기 때문에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우주 외교, 외교적 노력과 기술 자립화, 그 어느 쪽도 놓쳐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성규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 (sklee9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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