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YTN 사이언스

검색

[한 길 사람 속은?] 마음에 안 드는 내 성격…바꿀 수 있는 방법 없을까?

2022년 07월 26일 오전 09:00
■ 이혜진 / 상담심리학자

[앵커]
누구나 바꾸고 싶은 성격이나 습관 하나쯤은 있으실 텐데요. 한번 굳어진 성격은 타고난 기질만큼이나 바꾸기 어려운 문제로, 성격을 바꾸는 것에는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따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성격 하나를 고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이혜진 상담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요즘에 MBTI다 뭐다 해서 성격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는데요. 주변에서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분들도 꽤 자주 보는 거 같습니다. 사람은 어떨 때 가장 강렬하게 자신의 성격을 바꾸고 싶어 할까요?

[인터뷰]
네. 성격 때문에 괴로워서 성격을 고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성격을 바꿨다는 사람을 보며 '대단하다'고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언제 성격을 고치고 싶어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많은 경우, 아마도 내가 내 성격으로 살기가 불편할 때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예를 들어 기분 좋게 학교나 직장에 갔는데 함께 다니는 친구나 동료의 말투나 표정이 안 좋으면 내가 쟤한테 뭘 잘못한 건가, 나를 싫어하나 온갖 상상을 하면서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성격적으로 소심한 사람인데, 주변에서 '너 왜 이렇게 예민해?'라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라도 예민한 성격을 예민하지 않은, 털털한 성격으로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들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뜻인 거 같은데, 성격을 바꾼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인터뷰]
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타인의 성격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느낄 때 흔히 하는 말입니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본인이 변화에 대한 의지가 있을 때, 인간은 바뀔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질'과 '성격'을 구분하지 않고, 성격은 바꿀 수 없다고 단정 지으면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습니다.

심리학에서 '기질'과 '성격'은 구분이 되는 요소인데요, 기질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부분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을 솔직하게 잘 드러내는 사람이 있죠? 이런 특성은 타고난 기질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자원해서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즐거운 사람도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 역시 타고난 기질적 특성입니다.

그런데 기질과는 다르게 바꿀 수 있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많이 관심 있는 '자존감'과 같은 측면은 후천적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타인과 어떻게 지내는지'와 같은 사회적 스킬은 성인이 되어서도 변화가 가능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수줍어하는 내향성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도 조직에서 리더가 되었을 때 '조용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성격으로 변화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리더십'과 같은 성격 특성은 후천적으로 개발 가능한 성격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사람의 성격은 바꿀 수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라는 말이잖아요. 그렇다면, 앞서 잠깐 낯가림이나 분위기를 띄우는 성향은 바뀌지 않는 타고난 기질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외에도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네, 심리학자들이 연구해본 결과, 지능이나 유전적으로 타고난 기질은 대체적으로 바꿀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인 특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인데요. 기질은 크게 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으로 구분됩니다. 이 4가지는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습니다.

첫 번째, '자극추구'란 새롭거나 신기한 자극에 끌리면서 행동이 활성화되는 경향성입니다. 예를 들어, 낯선 장소를 탐색하는 게 좋은 사람, 쉽게 흥분하거나 기분파, 지루한 상황을 잘 못 견디거나, 엄격한 규칙이 없는 활동을 선호하는 경우 자극 추구가 높게 타고난 기질로,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두 번째, '위험 회피'란 위험한 자극에 대해 행동이 위축되는 유전적 경향성입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거나, 위험과 실패를 먼저 예상해서 비관적 성향을 보이는 경우, 혹은 쉽게 피곤해지거나,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는 자신감이 떨어져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측면도 변화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기질인, '사회적 민감성'이란 사회적 보상 신호입니다. 이는 타인의 표정과 감정에 강하게 반응하는 유전적 경향성인데요. 감수성이 높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가까워지는 특성,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경우 사회적 민감성이 높게 타고난 기질로, 이 또한 일생 동안 대체로 유지되는 특성이라 바꾸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내력'이란 성취와 관련된 보상을 꾸준히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성입니다. 예를 들어, 주어진 일을 부지런하게 해내거나, 어떤 일을 하다가 장애물이 발생했을 때 쉽게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려는 경향성, 혹은 야심이 강한 사람이나 완벽주의자 역시 타고난 기질로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앵커]
근데 완벽주의가 기질이라고 해도 이런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좀 피곤해하더라고요. 그래서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기질이라서 바꾸기 어려울까요?

[인터뷰]
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기질을 바꾸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바꿀 수 없는 부분을 바꾸려고 할 때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바꿀 수 있는 부분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게으른 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선천적으로 인내력 기질이 낮은 사람일 수 있는데, 그런 자신을 수용하지 못하고 채찍질하며 오히려 심리적으로 지치게 됩니다. 낮은 인내력을 타고난 경우에는, 인내력을 높이려고 자신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게으르지만 나에게 지금 필요한 일을 해내기 위해 보다 현실성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즉, 기질을 바꾸려는 전략이 아니라, 기질을 조절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분을 집중할 수 있다면, 10분 내에 완수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를 완수했을 때 보상까지 설정해놓는 것입니다. 작은 목표를 반복해서 달성하다 보면 일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습니다. 무작정 '게으르면 안 돼!'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실제로 일을 완수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씀하신 완벽주의 기질을 타고난 경우에도 게으를 수 있어요. 그럴 때,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조금 덜 불편한 완벽주의자로 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완벽주의자라도 전략이 있을 경우, 행복한 완벽주의자로 살 수 있다는 심리학자들의 연구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간단한 예시로, '이 정도면 잘했다'라는 현실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주는 연습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완벽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도 일깨워주면서 안정감을 쌓을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까지 바꿀 수 없는 기질을 바꾸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진 않았는지 점검해보시면 좋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바꿀 수 없는 기질이 있다라는 것을 먼저 인지하고, 그것을 거스르려고 애쓰기보단 현명하게 발현하는 방법을 찾는 게 더 좋다는 말씀이시잖아요. 그런데 사실 성격을 바꾸려는 동기가 스스로의 만족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어떤가요?

[인터뷰]
네, 예를 들어 요즘에 매력적인 성격이 되는 법과 같은 영상을 보며 따라 해보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매력적인 성격이 되는 법을 찾는 마음은 결국 인간관계를 잘하고 싶은 마음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인간관계에 해답을 제시하는 것 같은 영상이나 강연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소리를 감미롭게 다듬거나 외모를 가꾸는 방법, 아니면 경청과 공감을 잘하는 방법 이런 것들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방법대로 따라 하다가도 잘 안 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아도 현실에서 잘 써먹지 못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게 된다.' 이런 부작용이 함께 따라오게 됩니다. 여기서 문제는 관계를 스킬적인 측면으로 다가가는 것의 한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예로 든 스킬 중에서 성격의 변화와 가장 밀접한 부분은 경청과 공감일 것인데요. 경청과 공감은 실제로 후천적으로 키울 수 있는 부분이며, 실제로 중요한 사회적 스킬이기도 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조금 더 근본적인 측면, 사람에 대해 내가 어떠한 관점을 갖고 있는가? 내가 이 사람에게 왜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가? 에 대한 내면의 점검이 함께해야 경청과 공감적인 스킬이 빛을 발할 수 있겠지요.

[앵커]
성격을 억지로 바꾸려다가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도 많으실 거 같은데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이 있다면요?

[인터뷰]
우선, 인간에게 있어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바꿀 수 없는 부분을 바꾸려고 할 때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우리의 '생각'과 '태도'를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갖고 있던 고정관념, 편견, 사람이나 나 자신에 대한 '관점'은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과의 관계, 다시 말해 자존감의 경우, 자신의 강점뿐만 아니라 약점이나 한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보는 연습이 자신에 대한 확신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나의 모습 또한 내 모습이라는 점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자신이 아닌 모습을 꿈꾸며 괴리감에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점도 자신에서부터 찾는다면 더 단단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으로 성숙해나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연대감의 경우, 나와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에 대해 받아들여 보는 연습을 해볼 수 있습니다. 관계에서 많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나랑 다른 사람이 틀렸다고 느낄 때 많이 그러는데요. 우선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나와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해보는 훈련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다양성을 존중해보는 연습인데요. 또한, 타인은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갖고 있는 지 의도적으로 생각해볼 때 성숙한 관계를 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변화에는 스트레스가 동반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스트레스는 정상적이고 자연스럽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말해준다면 변화 정을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변화를 어려워하는 자신이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비난할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그 힘든 변화를 하기로 선택한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어야 내가 원하는 변화에 한 단계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앵커]
의지만으로 바꿀 수 없는, 타고난 영역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그것이 장점이 될 수 있게 다른 성격을 함께 개발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 말씀 잘 기억을 해야겠습니다. <한 길 사람 속은> 상담심리학자 잇셀프컴퍼니 이혜진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