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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문제를 부정하면서 눈을 감아버리는 현상…'타조 효과'

2022년 09월 20일 오전 09:00
■ 김지은 / 상담심리사

[앵커]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외면하려는 마음 '타조 효과'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타조 효과에 대해 김지은 상담심리사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타조 효과 이름이 참 재미있는데, 일단 이게 뭔지부터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예전에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병의 가족력에 대해서 대화를 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요. 각자 유전적으로 어떤 병에 취약한지 모두 달랐기 때문에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요. 어떤 친구가 자신의 집안 병력에 대해 말하면서, 일가친척 거의 대부분이 고혈압과 당뇨를 갖고 있는데 본인은 고혈압과 당뇨가 없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언제 건강검진을 받아봤느냐고 물어보니까 건강검진을 아예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친구가 이렇게 말했어요. "그거 알아? 큰 병이 있을까 봐 무서워서 병원에 못 가겠어."

이렇게 위험을 경고하는 변수가 나타났을 때 현실을 부정하면서 눈을 감아버리는 현상을 타조 효과라고 부르는데요. 포식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 타조가 모래 속에 머리를 묻어버리고 "내 눈에 보이지 않으니 포식자가 없어!"라고 생각한다는 데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나중에 이것이 사실은 타조에 대한 오해였다는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지금은 실제 타조의 행동과 상관없이 널리 사용되는 용어가 되었죠.

[앵커]
현실을 부정하면서 눈을 감아버리는 현상을 타조 효과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또 다른 예가 있을까요? 타조 효과의?

[인터뷰]
앞에서 건강검진의 예시를 들었으니 비슷한 예를 또 들어볼게요. 예를 들어 갑자기 배가 아플 때 '체했나? 위염인가?'라고 생각하면서 증상을 포털사이트에 열심히 검색해보면서도 병원은 가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인터넷에 아무리 검색해도 그건 저를 진단한 게 아니니까 정확하지 않잖아요. '가능한 병명의 목록' 같은 걸 보면서, 일시적인 위염처럼 상대적으로 가벼운 병명부터 위암처럼 심각한 병명까지 나열되어 있을 때 순간적으로 "내가 혹시 심각한 병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면서 혼자 두려워하게 되기도 하죠.

문제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병원은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심각한 건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기다리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티는 거지요. 결국, 이런 식으로 대처하다가 작은 병을 큰 병으로 키워서 병원에 가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앵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타조 현상, 타조 증후군은 왜 생기는 건가요?

[인터뷰]
정말 중요한 건데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갈등에 대한 회피 때문입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느끼는 편안함과 갈등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결합해서, 마주하기 싫은 문제에 눈을 감아버리게 만드는 거죠. 우리 뇌는 사실 언제나 에너지를 절약하려고 시도하거든요. 뭔가 내가 아는 것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뇌는 "늘 하던 대로" 습관적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려고 합니다.

사실 뇌라는 기관 자체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쓰는 기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는 해요. 안 그래도 에너지를 엄청나게 쓰고 있으니 '가성비'를 위해서는 최대한 하던 대로 하는 게 뇌의 입장에서는 똑똑한 것이니까요. 사실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이런 뇌의 관성 때문에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요. 어쨌든 우리 뇌에 이러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타조 효과가 더 강화될 수 있습니다.

[앵커]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갈등 때문에 생기는 거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시험을 엄청 못 봤을 때 성적표를 열어보지 않고 이런 것도 타조 효과 비슷한 거 맞겠죠?

[인터뷰]
그렇죠, 그렇죠.

[앵커]
또 다른 상황들이 뭐가 있을까요?

[인터뷰]
처음에 건강검진의 예시를 들기는 했지만 이건 꼭 건강 문제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거의 모든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집에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있을 때, 분명히 보면서도 무심히 옆으로 지나치거나 아니면 못 본 척하면서 은근히 가족이 치워주길 기다리는 경우가 있지요?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무시하려는 마음이 이런 식의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을 보지 않고, 기억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회피합니다. 예시는 수도 없이 많아요. 갑자기 주가가 폭락하면 주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하는데, 이때 타조 효과가 자주 나타납니다. 위험 신호를 보는 걸 애써 피하고, 매일 들여다보던 주식 어플을 갑자기 보지 않기 시작합니다. 주가가 폭락하는 것을 직접 보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지 않으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는 느낌을 받기가 더욱 쉽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러면서 뉴스에서 말하는 부정적인 신호들을 부인하기 시작합니다. "괜찮을 거야, 분명히 금방 다시 올라!"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리고 유튜브에서 주가가 곧 상승할 거라는 영상만 일부러 찾아서 보기도 하고요.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만 골라서 보면서, 부정적인 신호를 애써 무시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앵커]
그야말로 인지 부조화가 이런 데서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말씀을 들어보니까 주식 같은 것은 큰 재산이 걸려있는 거기 때문에 아주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건데, 이런 타조 효과 때문에 어떤 단서 같은 것을 무시한다면 큰 문제도 발생할 수 있을 거 같거든요. 즉,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거 같은데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인터뷰]
이 타조 효과가 개인의 삶에서도 나타날 수 있지만, 조직 차원에서도 자주 발생을 하는데요. 말씀하신 거처럼. 조직에서 발생한 타조 효과가 미친 심각한 결말을 잘 보여주는 예시로, 2008년 전 세계에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를 들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에 이은 세계 4위의 투자은행(IB)으로 꼽혀온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2008년 9월 15일 새벽, 그러니까 14년 전 이맘때네요. 뉴욕 남부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사건이 바로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그리고 파생상품 손실에서 비롯된 6,1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그 당시 약 660조 원 규모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것인데요.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으로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2006년부터 기준 금리가 인상되고, 2007년부터 미국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시작되면서 사실 이미 경고등으로 볼 수 있을 만한 위험 신호들이 많이 있었고, 리먼 브라더스만큼 큰 기업에서 그 신호들을 완전히 몰랐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 신호들을 보지 않으려 하고 오히려 이와 반대로 나아가는 방향을 선택하면서,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 사태까지 맞이하게 되었죠.

[앵커]
그렇다면 타조 효과를 개인의 삶에서 예방하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일단 개인의 차원에서 말씀드리자면, 나는 똑똑하니까, 나는 잘 아니까 괜찮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바로 그 지점을 경계해야 합니다. 타조 효과에 빠져서 눈을 감아버린 사람들이 똑똑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스스로 어떠한 것에 대해서 잘 안다 생각할수록 세세한 정보들을 잘 살펴보지 않고 습관적으로, 익숙한 대로 처리해버리기 때문에 타조 효과에 더 빠지기 쉬울 수도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세부사항들을 돌아보는 것이 타조 효과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신호가 나타났을 때 그것을 무심코 덮어버리거나 무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그리고 의외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체력을 키우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로할 때 세부사항들을 더 보고 싶지 않게 되거든요. 최대한 효율적으로 빠르게 일들을 해치워버리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부정적인 신호를 마음속에서 축소 시켜 버리기가 너무 쉽습니다. 그래서 놀랍게도 신체적인 피로를 돌보고 체력을 키우는 것이, 정서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타조 효과를 예방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앵커]
방금 말씀해주신 부분에 상당 부분이 제가 적용되는 게 많아서 말씀을 들으면서 자꾸 교훈을 느끼게 되는데요. 개인의 삶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셨다면 조직 차원에서는 이걸 예방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말씀해주시죠.

[인터뷰]
반대 의견을 듣게 되거나 갈등이 생겼을 때도 덮어놓고 그 반대 의견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반대 의견의 근거에 대해 살펴보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넓게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특히 집단 내에서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 위험을 경고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저 사람 트러블 메이커야'라고 생각하면서 아예 그 말을 무시하려고 하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이것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사례로 공익제보자를 들 수 있겠죠. 예전에 광고 카피로도 유행했던 말인데,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조직 내에서는 공익제보자가 됩니다.

현상 유지는 너무나 달콤하고 안락한 함정이기 때문에 쓴소리는 애써 무시하게 되기 쉽지만, 사실 바로 이런 쓴소리들이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를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매우 필요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모래 속에 묻은 머리를 드는 거지요.

[앵커]
정말 타조처럼 모래에 머리를 묻고 있을 때는, 그 문제가 무겁게만 느껴지고 마음도 불편하잖아요. 사실 고개를 들고 살펴보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닐 때도 많고 도움을 주는 사람도 많을 수가 있다는 사실까지 기억해두면 정말 좋을 거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고요. 김지은 상담심리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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