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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감사성향의 차이와 고마운 감정을 느끼는 방법은?

2022년 12월 20일 오전 09:00
■ 임지숙 / 상담심리학자

[앵커]
어느덧 올해도 열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연말이 되면 올 한 해 동안 감사한 분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감사한 일들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우리는 누구나 감사의 감정이 우리 삶에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늘 감사하면서 산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감사 성향의 차이와 감사함을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임지숙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가만히 돌아보면 주변에 감사한 일들이 많거든요. 건강도 그렇고 행복도 그렇고 또 사소한 일상도 모두 감사한 일들인데, 하지만 감사함을 자주 잊고 살게 되는 거 같습니다. 왜 감사함을 잊고 사는 건지 이것부터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감사하면 좋은 거 누가 모르나? 감사할 일이 있어야 감사를 하지!'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는 감사할 것을 찾지 못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데요. 우리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즐겁고 감사할 일이 없다'라고 규정하는 개념을 가지고 생각하는 '개념 주도적 처리'를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감사함을 찾으려면 '자료 주도적 처리'를 해야 하는데요. 즉, 일상이라는 자료를 자세히 시간을 갖고 살펴보면 없을 것 같던 감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기존의 생각을 수정하게 된다고 봅니다.

단적인 예로, 나치의 박해를 피해 은신처에 숨어 지내며 일상을 기록한 '안네의 일기'의 안네 프랑크를 다들 아실 텐데요. 안네는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하겠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삶에 감사하겠다.'라고 기록하며 암울한 일상에서도 감사를 찾아내는 자료 주도적인 삶의 태도로 후대 사람들에게 감동과 귀감이 되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앵커]
좀 주변을 자세히 돌아보면서 감사함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감사함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겠죠?

[인터뷰]
네, 우리는 흔히 정서적인 부분은 노력에 의해서 되는 것이라고 여기기보다는 저절로 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적어도 감사와 같은 긍정 정서와 관련해서는 매우 틀린 말입니다. 긍정 정서는 끊임없이 '계발'해야 하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두 '더 행복한 삶'을 원하고 그 행복함을 위해 감사를 습관화하고 체질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데요. 감사가 주관적 행복이나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펜실베니아 대학교 심리학과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행복이란 좋은 유전자나 타고난 행운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바이올린 연주나 자전거 타기의 '기술'같이 꾸준히 연습한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즉, 억지로까지는 아니지만, 감사는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며 의도적으로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앵커]
감사함 같은 긍정 감정은 내가 끊임없이 연습하고 개발해야 하는 영역이다. 이 부분이 참 신선하게 다가오는데요. 그런데 감사함을 잘 느끼지는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유난히 더 감사를 자주 잘 표현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이건 왜 그런 걸까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이건 '감사성향'의 차이인데요. 중요한 건 이러한 감사성향은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계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감사성향은 '감사의 빈도와 밀도, 강도, 그리고 범위'라는 4가지 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하나씩 살펴볼게요.

첫 번째로 '빈도'는 감사를 자주 느끼는 것을 말하죠. 찌뿌둥한 아침에 마시는 모닝커피 한잔이나 늦잠을 잤지만, 늦잠을 잤지만, 가까스로 탄 버스 덕에 출근 시간에 늦지 않은 일, 갑자기 네가 생각났다며 안부를 묻는 친구의 전화같이 인생에 있어 아주 크고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소소한 일들에 자주 감사를 느끼는 성향을 말합니다.

감사의 '밀도'는 하나의 긍정적인 일에 대해 여러 대상에게 감사를 느끼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에서 우선 준비해준 가족에게 감사하고, 가족이 모두 무탈하게 모여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또 식탁 위에 오른 밥과 반찬의 재료를 길러낸 농부들에게 감사하고, 음식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건강함에 감사하는 등 하나의 일에 여러 가지 감사를 함께할 수 있는 거죠.

[앵커]
감사의 빈도와 밀도가 이해가 되는 거 같은데 나머지 두 개가 더 있죠. 감사의 강도와 범위에 대해서도 알려주시죠.

[인터뷰]
감사의 '강도'라는 것은 더 구체적으로 감사함이 높아지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오늘 친구와의 만남에 감사합니다.' 보다는 '오늘 친구와 만나 나의 취업 고민도 털어놓고 친구의 일상도 함께 나누며 우정의 깊이를 더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와 같이 표현함으로써 감사함이 배가되게 됩니다.

끝으로, '범위'는 여러 영역에 대해 감사를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아침밥을 지어주시는 어머니부터 회사에서 나와 협업하는 동료, 알람부터 스케줄까지 나의 일상을 도와주는 휴대폰, 그리고 매년 건강하게 맞이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까지도 모두 감사의 범위에 넣을 수 있습니다. 실제 이러한 4가지를 염두에 두시고 감사를 표현하시면 되는데요. 우리가 운동할 때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실력이 늘듯이 감사 역시 내게 익숙해지게 되는 겁니다.

[앵커]
감사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인 개념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는데요. 조금 전에 감사도 노력과 연습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렇다면 일상에서 우리가 감사성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인터뷰]
네. 뉴스나 신문, 방송을 통해 '감사일기'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보신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감사일기는 감사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감사하지 않은 것은 감사할 일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감사할 일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기 때문에 매일 감사한 일을 찾고 정리하는 작업을 통해 감사성향을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일기장을 마련해서 매일 감사일기를 쓸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번거롭고 어렵다면 우리와 늘 함께하는 휴대전화 메모장에 감사한 일을 생각날 때마다 업데이트하거나 자신의 SNS에 감사일기를 써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감사일기는 감사성향을 늘려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꾸준하게 무엇인가를 한다는 만족감과 성취감,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의지도 높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유명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도 '불행한 어린 시절을 딛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여성이 된 건, 매일 작은 감사 5개를 일기에 적었던 것에서 가능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새해부터는 감사일기를 쓰면서 감사함을 발견해봐야 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감정인 감사함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고요?

[인터뷰]
송영미와 미즈시마 히로코의 감사 연구를 살펴보면, 서구에서는 감사한 마음은 빚진 느낌과 구분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큰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신세를 졌다, 신세를 갚겠다'로 감사의 말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타인의 도움에 부채의식 갖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감사전문가인 심리학자 로버트 에먼스의 감사의 정의를 보면, 감사는 '우리에게 유익을 주는 좋은 것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긍정'과 '그 좋은 것을 우리에게 주기 위해 함께하는 타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참 감사는 '타인에 대한 겸허한 의존'을 수용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 우리가 타인에게 좋은 것을 받을만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감사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요인이 됩니다.

또 개인적 목표를 정해 10주간 주 1회 감사일기를 쓴 집단이 감사일기를 작성하지 않은 집단보다 목표 달성률이 20%나 높았다는 것에서 감사는 오히려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도록 만드는 요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감사는 빚이 아니다라고 꼭 명심을 해야 할 거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한해를 마감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갖고 또 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도 조언을 해주시죠.

[인터뷰]
아주 특별하고 아주 새로운 것이 등장해야 삶이 바뀔 것이라는 건 굉장한 착각입니다. 우리가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추구하는 작은 변화야말로 우리의 삶을 바꿉니다. 앞서 말씀드린 4가지 감사성향, 즉 얼마나 자주 감사하는지, 밀도가 높은 감사를 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구체적으로 감사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삶의 여러 영역에서 감사하는지를 돌아보시면 좋겠고요.

한 해를 마무리 지으시면서 한번 시작된 감사는 잊고 있던 고마운 마음과 즐거움, 기쁨, 설레임 등의 긍정적 정서와 기억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또 긍정 정서의 핵심인 행복에 닿게 된다는 것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수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뇌의 기제까지도 이타적인 뇌로 바꾸는 힘이 있다고 하니 여러분께서 하시는 매일의 작은 감사들이 큰 날갯짓으로 돌아와 나비효과를 일으키게 될 겁니다.

[앵커]
네, 지금 이 순간 저희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참 감사한 하루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임지숙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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