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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보험 배상액으로 돌아본 지난해 기후재난 규모는?

2023년 02월 14일 오전 09:00
■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지난해에도 역대 8번째로 높은 기온을 비롯해 여러 가지 기후 재난이 많았던 해였는데요, 기후변화로 발생한 피해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세계적인 재보험사인 뮨헨 리(Munich Re)가 '2022년 기후변화로 발생한 경제피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하는데요. 오늘 '날씨학개론'에서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네, 안녕하세요.

[앵커]
갈수록 계속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늘어나는 듯한 느낌인데 지난 한 해에 경제적 손실은 최근 5년간 평균치와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뮨헨 리가 추정한 2022년의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피해 추정치는 약 2,700억 달러로 작년보다는 다소 작았지만 최근 5년간 평균피해액과는 비슷한 수치를 보였는데요. 뮨헨리는 재보험사이다 보니 보험 손실도 같이 추정을 합니다. 2022년의 경우 보험손실액이 1,200억 달러에 달했다고 말하면서 보험 손실만 놓고 보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고 합니다.

"2022년 자연재해 수치를 고려할 때 두 가지 요소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우리는 3년 연속 라니냐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이것은 북아메리카의 허리케인, 호주의 홍수, 중국의 가뭄과 폭염, 그리고 남아시아의 일부 지역의 더 큰 몬순 강우의 가능성을 증가시켰다."라고 뮨헨 리의 수석 기후 과학자죠. 에른스트 라우치는 말하고 있는데요.

뮨헨 리의 재난담당자들도 2022년의 기후재난 수치를 보면 재난 숫자보다는 강도가 더 큰 기후 현상이 발생을 하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말하는데요, 이들은 기후재난이 특히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는 더욱 극심한 피해를 주었기 때문에 이런 나라들일수록 보험의 형태로 피해 예방 혹은 재정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지난해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건수보다 강도가 셌고 피해를 저개발국가가 더 많이 받았다는 거네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사실 기후재난에는 기후 정의가 없습니다. 상당히 불공정하죠. 저개발국가는 탄소배출에 대한 책임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가장 크게 받고 있거든요. 또 피해를 입고나서 복구할 재원이 없다 보니까 재난이 아주 치명적이 되는 것이지요.

이번에 뮨헨 리가 발표한 2022년 최악의 자연재해는 미국을 강타했던 슈퍼허리케인 이안 이었는데요. 2022년에 발생한 경제적 손실의 3분의 1 이상 그리고 보험 손실의 약 절반을 차지한 재난이었습니다. 슈퍼허리케인 이안은 2022년 9월에 시속 250km의 최대풍속으로 플로리다의 서해안에 상륙했는데요. 약 1,000억 달러의 경제적인 피해가 발생을 했고요, 그중에서 600억 달러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경제적 피해가 컸던 기후재난은 파키스탄의 대홍수였는데요. 평년의 거의 5배에서 7배 사이의 엄청난 비가 내리면서 1,700명의 사망자와 함께 경제적 손실은 150억 달러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GDP 규모를 감안할 때 엄청난 액수인 데다가 이 나라 사람들은 아무런 보험에 가입되지 않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모든 재산을 잃어버리고 말았지요.

[앵커]
미국의 허리케인 이안과 파키스탄의 대홍수를 짚어주셨는데 또 다른 강력한 재난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인터뷰]
보험사 입장에서는 2022년 단일 자연재해 중 두 번째로 비용이 많이 들었던 것은 2022년 2월과 3월 호주 남동부에서 발생한 홍수입니다. 당시에 브리즈번과 시드니의 주요 인구 밀집지에 영향을 주었고요. 또 10월에 다시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2022년 호주의 홍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81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세 번째로, 미국의 경우 강력한 폭풍인 토네이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평년 치와 비슷했는데요. 약 1,200개의 토네이도 또 심각한 뇌우로 인해서 약 32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그중 3분의 2 이상이 보험에 가입되어 230억 달러의 보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6월에 토네이도와 우박이 동반된 단 하나의 폭풍 전선으로만 3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가져오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번 피해에 집계되지 않은 강력한 기후재난이 두 가지가 있죠. 폭탄 저기압과 혹한, 폭설이 강타했던 2022년 연말 미국 동부지역의 피해 그리고 미국 서부지역의 대홍수 피해입니다. 이 지역 피해까지 집계될 경우 2022년 기후재난 총집계 피해액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정말 이상기후가 인명피해뿐 아니라 엄청난 경제적 피해까지 가져오는 거 같은데요. 또 지난해 이상기후 하면 유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폭염과 가뭄, 대형산불도 심각했었는데요. 이 지역의 경제적 피해 어느 정도일까요?

[인터뷰]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서, 작년 여름 같은 경우는 폭염이 심했죠. 폭염과 가뭄이 굉장히 심했고 또 이어서 우박과 함께 강력한 뇌우 현상이 자주 발생했는데요. 영국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기온이 40°C 이상으로 올라갔고요. 또 가뭄으로 인해서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강물 수위가 너무 낮아지면서 상업적인 선박 운항이 심각하게 제한되기도 했습니다. 고온건조한 날씨는 대형산불을 불러왔고요, 유럽연합에서 2022년에 태운 80만 헥타르(8,000㎢)는 지난 15년간 연평균의 2.5배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지역에서는 테니스공 크기의 우박을 동반한 폭우로 인해서 매우 큰 피해가 발생했는데, 우박 폭풍은 아주 국지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에만 72억 달러의 매우 높은 경제적 피해를 가져왔고, 이 금액 중 56억 달러가 보험에 들어 있었다고 해요. 또한, 2월에 몰아친 겨울 폭풍으로 인해 유럽 북부지역에서 56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고, 그중 43억 달러가 보험으로 보상을 받았죠.

[앵커]
말씀을 들어보니까 확실히 보험사 집계라서 그런지 다 같은 재앙에 가까운 사건이 많았지만, 선진국에서는 경제적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는 걸 알 수가 있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지역도 이런 기후재난 피해액이 컸다고요?

[인터뷰]
기후재난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기후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약 700억 달러로 증가했고요. 보험 손실은 약 100억 달러 정도였다고 추계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 동북부지방에서 발생한 지진은 이 지역에서 보험 손실이 가장 큰 재난이었는데요.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규모 7.4로 전체 88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요, 이 중 28억 달러가 보험에 들었다고 합니다.

전체적인 손실 면에서, 지난해 일본 지진은 파키스탄의 홍수 다음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자연 재난이었죠.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인 재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8월 초 수도권 지역의 대홍수로 약 4천억 원의 재산 피해 또 9월 동남부지방을 강타했던 태풍 힌남노로 인해서 1조 7,300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지요.

[앵커]
이번 보고서를 발표한 '뮌헨 리'가 아무래도 재보험사이기 때문에 재난을 경제적 피해나 보험보상금 위주로 연구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앞으로 강력한 재난에 어떤 대응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인터뷰]
일단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선진국들은 상당히 보험에 많이 가입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개인파산이 많지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보험으로 피해비용의 57%를 배상을 받았고요, 유럽은 77%, 호주는 50% 정도가 되는 데 반해서 아시아는 평균 14% 정도인데 그나마도 일본이나 싱가폴, 홍콩, 한국 정도만 보험지급이 약간 이루어지는 정도입니다. 아시아 저개발국가라든가 중남미, 아프리카에서는 강력한 재난이 발생하면 국민들이 거의 파산에 이르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지요.

올해 1월 30일에 스탠퍼드 대학 등이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예측을 해 본 결과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기온이 1.5도 상승하는 시기가 2030년대 초반이 될 것이다라고 발표했었는데요. 1.5도가 넘어서면 기후재난이 연이어 발생하는 기후이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기후변화를 저지하는 노력과 함께 국민들이 기후재난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전액 보상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보험체계를 검토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기후위기가 새로운 일상, 그러니까 뉴노멀이 되어가고 있는 만큼 이런 변화에 우리 사회도 제도를 맞춰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날씨학개론,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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