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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매번 실패하는 다이어트…숨겨진 심리적 요소는?

2023년 07월 18일 오전 09:00
■ 조연주 / 미디어심리학자

[앵커]
다이어트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죠. 하지만 다이어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법과 관점이 필요한데요. 식단 관리와 운동만큼이나 심리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다이어트와 관련된 심리적 요소를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다이어트 심리전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아마 오늘 귀가 쫑긋한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사실 다이어트의 실패 요인하면 먹는 걸 못 참는다 정도로만 생각을 했는데 심리적 요인이 아주 크다는 얘기가 아주 흥미롭게 들립니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요소의 심리적인 부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시죠.

[인터뷰]
네, 혹시 지금 다이어트 중이신가요? 라는 질문에 한국인 2명 중 1명이 다이어트 중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다이어트에 성공한 경험이 많은 가요, 실패한 경험이 많은가요? 라는 질문에는 실패의 경험이 80%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열 번 도전해서 한 번 성공하기도 힘든 것이 다이어트인데요. 특히 여름은 가만히 있어도 몸에 힘이 빠지고, 높아지는 불쾌지수에 운동할 생각만 해도 힘들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요즘처럼 장마까지 겪게 된다면 심리적으로도 무기력해져서 다이어트에 대한 욕구나 의지가 무너지기 쉬운데요. 이렇게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진짜 주범은 우리 내면에 숨어 있는 ‘감정’입니다.

[앵커]
다이어트에는 술자리 약속이나 야식 같은 것들이 방해요소라고 생각했는데, 감정이 방해요소라고 하니 새로운 것 같아요. 대체로 어떤 감정들이 다이어트에 방해가 될까요?

[인터뷰]
심리치료사이자 식습관 코치인 캐런 쾨닝은 내면에 숨어 있는 7가지 ‘감정’이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진짜 주범이라고 지목했습니다. 그 감정들은 죄책감, 수치심, 무력감, 불안감, 실망감, 혼란, 외로움인데요. 이렇게 7가지 감정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와 과거 인간관계에서 일어난 좋지 않은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고 나서 달콤한 케이크나 쿠키 같은 음식으로 마음을 달래본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신생아 시절의 경험을 예로 들면, 배고플 때 아기는 목청껏 울어대죠. 이럴 때 엄마는 아기를 안아서 젖병을 물려 줍니다. 우유의 트립토판(tryptophan)이라는 성분이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화학작용을 하기 때문에 아기의 머릿속에는 저절로 ‘음식은 곧 심리적 안정’이라는 공식이 성립됩니다.

태어난 이후 수천 번씩 이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인간은 자연스럽게 음식이 내면의 고통을 완화 시켜주는 수단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일이 잘 안 풀릴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7가지 감정이 자신을 괴롭힐 때, 음식으로 위로받으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7가지 감정을 느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다이어트 심리전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내 감정 코칭의 기술'에 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 연구팀을 비롯해 여러 명의 심리학자들은 심리적으로 안정적이며 스스로를 사랑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다이어트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 모두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으니까 절대 무시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잘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감정을 수용한다는 것은 녹초가 될 때까지 그 감정에 휘둘리거나, 불안하고 때로는 불쾌한 상처가 되는 감정들을 좋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불안과 상처를 인정하고, 유쾌한 감정들처럼 불쾌한 감정들에도 왔다 갈 권리만 주면 되는데요. 감정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그 안에 푹 빠지고, 가슴으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앵커]
자신의 심리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가 다이어트 때 끊지 못하는 그런 식욕도 조절할 수 있게 될까요?

[인터뷰]
네, 우리는 음식 앞에서 약해지기 쉽죠. 그래서 다이어트는 심리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음식을 조절한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강력한 욕구 중 하나인 '식욕'과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의미거든요.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어떤 이유로 포식하게 되면 포만감보다는 죄책감이 앞섭니다. 다이어트는 전적으로 본능에 대한 자기 의지와 싸움입니다. 그래서 실패했을 때 나의 의지, 즉 나의 자아에 화살로 돌아오게 되죠. 이렇게 먹는 행복은 고도의 자기 조절 능력이 요구되고, 많은 유혹을 참아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동반됩니다.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은 먹는 행복을 포기하면 체중이 감소하는 '성취감'을 대체재로 삼는데요. 그러다 감량 정체기가 오면 그 성취감이 약화 됩니다. '식욕의 지연'을 오랫동안 버텨낼 수 있는 방법으로 긍정심리학에서는 '습관화'하면 좀 더 수월해진다고 하는데요. 이 습관화는 평균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1년은 지속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는 얘기죠. 무리한 목표 설정과 식이조절, 지속하기 어려운 운동 계획을 설정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잡고 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단 말씀인데요, 또 다이어트 할 때 어떤 음식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는지도 중요할 것 같아요. 자세히 설명해주실까요?

[인터뷰]
네, 여러분은 식사를 어떻게 하시나요? 자신이 식사하는 모습을 잘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책을 보는 사람도 있고,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먹는 사람들도 있죠. 이런 경우는 다음 식사를 더 많이 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미국의 행동 과학자 알렉산드라 로그 박사는 여자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식사하는 동안 먹는 음식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는 그룹, 식사하는 동안 음식 관련 신문기사를 읽은 그룹,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음식을 먹는 데만 집중한 그룹,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눈 뒤 이들이 다음 식사에서 얼마나 음식을 섭취하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세 번째 그룹인 식사에만 집중한 대학원생들이 그다음 식사 때 음식을 덜 먹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식사에 대한 기억이 식사 후에 먹는 섭취량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다른 일을 하느라 음식을 먹은 기억이 잘 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배고픔을 느끼고 다음 식사를 많이 하게 된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모든 것들을 이기고 다이어트에 성공을 해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하잖아요. 이런 요요현상도 심리적으로 작용이 되는 걸까요?

[인터뷰]
요요 현상이 일어나면 근육량이 줄어서 다시 다이어트를 할 때 전보다 더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요요현상을 육체적인 부분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요요 현상이 옵니다.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 데서 오는 자책감이 우리 마음을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어떤 것을 마주하고 어떤 것을 피해야 하는지 잘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는 유혹을 피하고 자책을 마주하는 경향이 강한데요. 다이어트에서는 유혹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자책을 피해야 합니다.

우리 몸과 뇌의 메커니즘은 목표를 달성하고, 본인의 체중으로 정착시키려면 적어도 6개월은 유지해야 하는데요. 그전에는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뇌에서는 '거짓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 신호를 그대로 따르면 몸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게 되는데요. 이때 거짓 배고픔 말고도 내면의 유혹도 끊임없이 들려옵니다.

"한 번 감량해봤으니까 금방 또 뺄 수 있을 거야." "그동안 고생했으니 하루쯤 먹는 건 괜찮아."

이렇게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본능의 유혹인지, 이성적인 판단인지에 대해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이건 사실 모든 심리의 기본인데요. 다이어트에서도 자기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앵커]
다이어트의 진짜 적은 마음의 요요다. 명심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다이어트의 강박을 조정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다이어트를 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인터뷰]
미디어 속 연예인들의 마른 몸매가 정상이고, 살이 찐 체형은 부정적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는 젊은 층이 과도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콘텐츠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하는 다이어트 방법은 건강하지 못한 방법이고, 극단적이면서 과도한 다이어트는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되어 건강을 위협합니다. 문제는 이런 영상을 본 사람들이 건전한 '비판'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기보다는 무조건 '모방'을 하겠다는 분위기가 더 많다는 점입니다.

단기간의 체중 감량 목표를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시도하겠다는 댓글들이 경쟁하듯 달리는 데요. 기억하셔야 할 점은 다이어트는 절대 '경쟁'이 아니라는 겁니다. 다이어트는 그리스어 디아이타 (diaita)에서 유래했고, 디아이타는 총체적 생활양식이라는 넓은 의미를 지녔습니다. 곧 '건강한 삶'을 위한 것인데요. 건강한 삶에는 몸과 마음의 건강, 인간관계의 건강이 모두 포함됩니다. 단순히 체중 감량을 위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한 다이어트를 하시길 바랍니다.

[앵커]
네, 말씀하신 것처럼 건강해지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하는 건데, 건강한 마음가짐으로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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