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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기후변화로 늘어나는 산사태…원인과 대책은?

2023년 08월 01일 오전 09:00
■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7월 13일부터 17일까지 전국을 강타한 폭우로 인해 2011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49명의 사망· 실종자가 발생했습니다. 폭우 때 발생하는 범람이나 침수피해도 매우 컸지만, 산사태 피해도 역대로 많이 발생했는데요.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기후변화로 계속 늘어나는 산사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산사태, 말 그대로 산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알고 있지만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원인을 먼저 자세히 설명해주실까요?

[인터뷰]
산사태는 중력 때문에 토양이나 암석 덩어리가 아래로 이동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인데요. 직접적 원인은 토양이나 암석을 구성하는 여러 층 사이의 마찰력 감소나 비탈이 받는 중력의 증가 중 하나로서 마찰력이 중력보다 작아지면 산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마찰력이 작아지는 것은 많은 비가 내릴 때입니다. 1시간 강우량이 30mm 이상 그리고 일 강우량이 150mm, 연속 강우량이 200mm 이상이 될 때 산사태 발생률이 높아지는데요. 비가 단시간에 많이 내리게 되면 토양 내부에 빗물이 가득 차게 됩니다. 그러면 토양 내부의 무게는 무거워지고 그다음에 토양과 암반의 경계 사이에 마찰력은 포화 된 흙에 의해서 부력이 생겨서 마찰력은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강한 비가 내리게 되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이지요. 특히 우리나라의 산은 산사태가 잘 일어날 수밖에 없는 지형인데요. 암석층 위에 흙이 1m 안팎만 쌓여 있어 큰비라도 내리면 빗물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면서 암석층과 흙층 사이에 미끄럼이 발생합니다. 빗물이 땅속 암석층과 흙 사이로 흐르면서 그 위 흙은 그대로 미끄러져 내리게 되는 것이지요.

[앵커]
정부가 이런 산사태를 줄이기 위해 산림청에서 취약 지역 지정을 하는데 이번 예천 산사태 지역은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니었다고 해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산림청에선 산사태 취약지구를 지정하고 있지만, 이번 산사태 피해가 집중된 곳들은 취약지구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사망자만 5명이 발생하는 등 예천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효자면 백석리를 비롯해 감천면 진평리, 벌방1리, 용문면 사부리 등은 모두 산사태 취약지구가 아니었거든요. 경북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집중호우 피해 사망자 19명 중 14명이 산사태(매몰)로 숨졌고요. 사망 피해는 산사태가 발생한 예천(9명)에 집중됐으며 실종자 8명 역시 모두 예천 주민입니다.

그렇다 보니 산림청의 산사태 관련 대책이 미흡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현재 산사태 취약지역의 지정은 산사태 발생 우려 지역에 대해서 산림청이 현지 조사를 하고 위험 우선순위에 따라서 지자체가 조례에 의해서 지정을 하게 되는데요. 산림청은 전국 산지를 대상으로 산사태 위험지도, 토속력 피해 예측 지도 등을 가지고 지도에서 가장 위험하고 피해 취약성이 큰 지역을 추출해 내는데요. 사람이 많이 산다든지 아니면 재산 피해가 큰 지역을 먼저 선정해서 실태조사를 한 후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그렇다 보니 사람이 별로 살지 않고 경제적 피해가 적은 예천 등의 시골 지역은 우선순위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보완할 점이 있어 보이는데요, 토석류 산사태였다고 하던데요. 이게 일반 유형과는 다른 것이라고 하던데 이 토석류 산사태는 무엇을 말하나요?

[인터뷰]
토석류 산사태는 많은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경우 비가 산에 스며들지 못하고, 빗물이 계곡을 형성하며 흙이나 바위와 함께 매우 빠른 속도로 흘러내리는 형태를 말합니다. 산림청에서도 예천 산사태의 경우 흙이 먼저 붕괴 되지 않고, 산 위에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계곡을 만들며 쏟아져 내린 형태라고 말하고 있지요. 이 같은 형태를 산 홍수라고도 부르는데요.

2011년 서울 서초구에서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역시 토석류 산사태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토석류 산사태는 장마가 장기화하거나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더욱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데요. 최정해 경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수십㎜ 규모의 비가 한꺼번에 내리는 소낙성 강수가 잦아지면, 흙더미가 흘러 내려가지 않도록 막는 흙 입자 사이 마찰력도 점점 낮아지면서 토석류 산사태도 앞으로 점점 더 흔한 유형이 될 것이다. 특히 산과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산지 인근에 있는 전국 모든 지역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제 기후변화로 인해 더 많은 산사태가 일어날 것이란 얘기가 있어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가 자주 발생하면서 변칙적인 '극한 호우'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데요. 호우빈도가 증가하게 되면 결국 산사태는 늘어날 수밖에 없지요. 7월 18일 산림청의 ‘최근 10년간 산사태 피해 규모’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산사태 피해 면적은 372㏊로 지난 10년간 평균 244㏊와 비교해 약 34% 증가했으며 피해 복구비 역시 749억 원을 나타내 10년 평균 583억 원보다 28% 늘어났습니다.

평균적으로도 늘어나고 있지만, 장마 일수가 길어 더 많은 비가 내리는 해에는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요. 2020년 중부지방에 54일간 장마가 지속 되면서 산사태 피해면적은 1343㏊ 이였고, 피해 복구비도 169억 원에서 3,317억 원으로 20배가량 뛰었거든요.

서울연구원은 2030년에는 수도권에 극한 호우가 20% 이상 더 발생하면서 산사태 발생 확률이 최대 5배 높아질 것이라면서 이젠 서울 등 대도시도 안전하지 않다고 분석하는데요. 우리나라는 전체 국토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63%에 이르고, 지형 특성상 생활권에 인접해 있는 산지 사면이 많은데, 서울, 부산 등 대도시도 예외가 아니라는 거지요. 특히 인위적 개발이 이루어진 곳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앵커]
최근 기후변화로 산불 발생이 늘어나고 있는데 산불이 난 지역에는 산사태가 더 잘 발생한다고 하던데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나무와 풀이 불에 타버린 산지는 표토(겉흙) 가 그대로 노출되고 비가 왔을 때 빗물이 지표면 아래로 스며들 수 없는 '불투수층'이 증가하는데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산불로 인해 흙이 깎이는 토층 침식 가능성이 200배 증가하면서 산사태 안전율이 20%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산불이 일어난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산사태가 일어날 확률이 80%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이들은 산불로 수목이 불탔기 때문에 산사태가 잘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 토양의 성질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요.

부산대 손문 교수는 "산불이 나면 지표면 흙이 열기에 의해 구워져 표면 아래 흙과 분리된다. 이때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안쪽까지 스며들지 못하고 중력에 의해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대한지질공학회에서는 큰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 양양 지역을 조사한 결과 평균 20cm 깊이까지 토질이 바뀌면서 산불 피해 지역의 산사태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지요. 이기환 등의 연구에서는 산불 피해 지역에서 산사태 위험은 산불로부터 5년 이내 산화된 사면이 지피식물로 덮이면서 서서히 감소하게 되지만 이후에도 10년까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사태 발생위험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앵커]
최근 산불도 많이 발생하고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극한 호우도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이 되면서 앞으로 산사태는 더욱 자주 그리고 강하게 발생할 텐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을까요?

[인터뷰]
산림청에서는 산사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세우는 대책에는 사방 구조물 대책과 비 구조물 대책이 있는데요. 구조물 대책은 사방댐과 같은 구조물을 설치해서 산사태가 직접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고요. 비 구조물 대책은 산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정보를 취약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전파해서 산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피난을 시키는 건데요. 현실적으로 사방 구조물 대책도 미흡하고 사전에 산사태 정보를 취약지역 주민에게 전파한다는 것도 미흡하지요.

산사태를 막기 위한 예산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산사태 예방사업 예산액이 2016년 258억 원에서 2020년 108억 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는데요. 그렇다 보니 산사태 예방시설인 사방댐 역시 전국 산사태 취약지역 2만7948곳 중 1만3867곳만 설치돼 있는 실정이죠.

그리고 산사태 취약지구 지정도 문제점이 있는데요. 현재는 산에 도로 등 인위적 공사가 이뤄진 경우엔 취약지역에서 제외되며, 논밭 역시 취약지역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산을 건드리면 산사태 위험성이 더욱 커지는데도 불구하고 취약지역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문제가 매우 큰 것이지요.

따라서 첫째, 앞으로 산사태 예방예산을 늘려야 하고요. 둘째, 정확한 취약지역을 지정한 후 사물인터넷(IoT) 기술 기반의 산사태 무인 원격 감시시스템을 설치하는 지역을 늘려나가야 하고요. 셋째, 취약지역을 정확하게 지도형태로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봅니다. 넷째, 산사태 위험정보를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체계도 만들어야 산사태를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달라진 기후 환경에 맞게 재난 대응 시스템도 보완이 필요하겠습니다. K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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