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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잠깐만요] 신발이 보물만큼 소중한 애호가들의 세계 '와디의 신발장'

2023년 08월 03일 오전 09:00
■ 와디 / 스니커즈 전문 유튜버·컬렉터

[앵커]
누군가에게 신발은 그저 걸을 때 사용하는 소모품에 지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보물만큼 소중한 소장품이 되기도 하는데요. 바로 신발 애호가의 세계 '스니커 신'에 대한 얘기입니다. 이 스니커 신이 세계로 확산하는 데는 우리나라 신발 산업의 역할이 컸다고 하는데요. '저기 잠깐만요' 오늘은 신발이 좋아 대기업까지 그만둔 진정한 신발 마니아, 와디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우선 사이언스 투데이 시청자께 자기소개부터 해주실까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유튜브 와디의 신발장이라는 채널을 9년째 운영하고 있는 와디라고 합니다. 한남동에 있는 애글릿이라는 신발 편집매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앵커]
와디는 어떤 뜻인가요?

[인터뷰]
제 이름이 고영대인데, 영대의 이니셜을 따서 YD라고 짓고 지금까지 닉네임으로 쓰고 있습니다.

[앵커]
신발 얘기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와디님의 역사부터 이야기를 할까 하는데대학 시절에는 래퍼로 활동하다가 나중에는 삼성전자까지 가시고 지금은 또 어떤 길을 걸어 오셨는지 부탁드릴게요.

[인터뷰]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힙합 음악에 빠져 뮤지션으로 활동해왔는데요. 이걸 계기로 랩을 조금씩 진행해오다가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2006년에 '메가패스'라는 TV CF도 찍게 됐습니다. 뮤직뱅크에도 나가보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러다 학군장교로 임관해 중위로 전역했는데요. 이후 운이 좋았는지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모바일 컨텐츠 마케팅 일을 하면서 평소 좋아하던 운동화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는데요. 일과 유튜브를 병행하다 10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어떻게 신발의 세계에 빠지게 됐는지 계기가 궁급합니다.

[인터뷰]
제 또래 마니아들은 보통 농구를 좋아해서 혹은 마이클 조던이나 어떤 선수를 좋아해서 시작한 경우가 많습니다. 90년대 NBA가 굉장히 공격적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했거든요. 이때 전 세계 청소년들이 조던과 농구 스타들을 동경하게 됐고, 만화책 슬램덩크가 나오면서 농구 문화 붐이 일었습니다. 저도 그때 열광하던 아이 중 하나였고, 특히 농구화, 신발에 매료됐습니다.

[앵커]
오늘 저희가 와디님을 모신 만큼 들어오실 때부터 신발을 봤는데요, 멋진 파란색 스니커즈를 신고 오셨습니다. 그럼 대체 신발을 왜 모으는 건지, 신발의 매력이 뭔지 들려주시죠.

[인터뷰]
회사 생활을 하다가 피곤하고 힘든 날이 가끔 있죠. 그럴 때 저는 장롱 위장 올려둔 신발을 삭~ 꺼내서 돌려봅니다. 디자인과 스토리, 제품의 소재와 질감을 느끼고 냄새도 한번 맡아요. 그럴 때 정말 행복합니다. 한번은 그러고 있는 장면을 아내에게 들켰는데,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더라고요. 그때 이런 신발 사랑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선백자를 전 비유합니다. 옛날에 우리 조상들도 조선백자를 미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하려고 비싼 돈 주고 사서 전시만 해뒀잖아요. 저에게 신발은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앵커]
바로 이해가 됩니다. 신발 애호가들의 세계, 이른바 스니커 신이라고 하던데, 스니커 신의 역사를 간략하게 알려주시죠.

[인터뷰]
스니커라는 자체가 원래 신발은 가죽이나 나무로 만들었다가 고무를 사용하면서 밑창에 고무를 대기 시작합니다. Sneak는 '살금살금 다가오다'라는 뜻인데요. 고무를 밑창으로 사용하니깐 '너네 소리가 안나?' '너네 Sneaker구나!' Sneakers라는 의미가 그때부터 시작이 됐고 이 스니커즈 시장이 커지면서 컨버스, 아디다스, 푸마, 아식스 등의 브랜드가 뛰어들었는데요. 이때부터 신발에 디자인 등 심미적 요소가 본격적으로 적용됐죠. 푸마 스웨이드를 시작으로 아디다스의 슈퍼스타, 나이키 제품들로 이어집니다.

이후 도시별 한정 컬러 같은, 특정 시장을 위한 ‘별도주문’, 이른바 ‘별주’모델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한국에서 미국 별주 모델을 살 수없는거죠. 여기에 브랜드간 협업이 이어지면서‘구하기 어렵지만 갖고 싶은 신발'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런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신발 소장 문화가 움트기 시작했고, 리셀, 즉 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위가 이어지면서 리셀시장까지 형성됩니다.

이렇게 신발이 '소모품'이 아니라 '소장품'이 된 거죠. 사실 스니커씬이 시작된 곳이 한국입니다. 우리나라는 부산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브랜드의 신발을 제작해 수출해왔는데요. 1985년 나이키의 조던1 신발 깔창을 뜯어보면 가끔 한글로 ‘최고의 품질을!'이라고 적혀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앵커]
말씀 하신 리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하는 데요, 드랍하는 곳을 가보면 텐트 치고 줄 서셔서 물건을 얻은 다음에 다시 파는 그런 것들도 있더라고요. 리셀 현황도 알려주시죠.

[인터뷰]
신발이 돈이 된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5년 전부터 리셀 시장이 활성화됐는데요. 한정판에 당첨된 사람들이 곧바로 되팔거나, 아예 직업적으로 리셀을 하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관련 플랫폼도 여러 개 생겼고요.

하지만 작년부터는 추세가 조금 꺾였다고 봅니다. 사실 스니커 씬은 신발 마니아끼리의 놀이 같은 재미가 있던 분야인데, 돈을 위한 리셀 문화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이 늘었거든요. 또 경기 침체로 이런 소장품에 대한 관심이 좀 사그라들기도 했죠. 요즘 미술품이나 코인, NFT 가격이 많이 떨어졌잖아요? 재미있게도 신발 리셀 가격도 같이 떨어졌습니다. 신발을 투자로 보고 들어온 자본이 상당했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현재는 특정한 모델 외에는 큰 리셀가를 형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제가 잘 모르지만 이렇게 거래되는 신발 대부분 보면 나이키가 많더라고요, 왜 이렇게 나이키가 사랑을 받는걸 까요?

[인터뷰]
스티브 잡스가 ‘나이키는 세계 최고의 마케팅 회사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나이키가 제조회사가 아니라는 거죠. 대신 나이키는 그들의 역량을 운영이나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운도 상당히 좋았는데요. 창사 초기 아식스와의 상표권 분쟁에서 이기면서 독자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마이클 조던과의 만남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나이키는 당시 농구화 시장에서 3위 기업이었는데, 당시 루키였던 마이클 조던과 후원 계약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 조던이 역사상 최고의, 신화적인 선수가 되면서 나이키는 어마어마한 홍보 효과를 거두게 됐죠.

또 마침 90년대 NBA는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는데요. 이때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와 함께 늘 전면에 등장합니다. 아마 역사상 가장 성공한 후원 사례가 아닐까 싶은데요. 나이키는 지금도 콜라보를 가장 잘하는 브랜드로 꼽힙니다. 그만큼 지금까지 감도 있는 픽업 실력을 갖추고 있는거죠.

[앵커]
어떤 신발이 소장가치가 높은 건가요?

[인터뷰]
'소장가치'라는 말부터 정의를 내려야 할 것 같은데요. 사실 상대적인 개념이니까요. 저에게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한 달이나 졸라 샀던 에어맥스 97'이라는 모델의 소장가치가 높습니다. 가격은 저렴한데요,만약 가치 상승이라는 의미의 소장가치라면, 뭐가 얼마나 가격이 오를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예측할 수 있었다면 제가 다 사두었겠죠?

그런데 어떤 아티스트나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사실 두 번 발매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신발이 내가 보았을 때 예쁘고, 그것이 컬래버레이션 제품이라면 도전해 볼만하죠.

[앵커]
우리나라의 보이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나이키와 협업해 만든 이른바 '지디포스'가 굉장히 귀한 신발이라고 들었는데, 88명의 지인에게만 나눠줬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시죠.

[인터뷰]
나이키와 지드래곤의 컬래버 제품이라 큰 화제를 모았죠. 이게 세 가지 버전으로 발매됐는데요. 하나는 스우시(나이키 로고)가 흰색인 버전, 이건 전 세계에서 발매를 했고요.

[앵커]
스우시가 로고를 말씀하시는 거죠?

[인터뷰]
우리가 알고 있는 나이키 로고입니다. 그 다음에 빨간색 스우시가 있는 제품이 한국에서만 818켤레가 발매됐고, 말씀하신 지디의 88명의 지인에게만 제공된 제품은 노란색 스우시가 있습니다.말 그대로‘Friends and Family',이걸 'F&F'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지디의 가족과 지인들에게만 나누어 준거죠.

스니커 신에는 이런 사례가 자주 있습니다. 아티스트가 나이키와 특별한 버전을 만들어 지인과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고, 그걸 받은 사람들은 굉장한 영광으로 생각하죠. 마케팅 측면에서도 그들의 커뮤니티를 이용하기 때문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이중에서 의절을 한 건지, 생활이 어려워져서인지 매물로 나오는 신발들이 꽤 있습니다. 실제로 V lone이라는 브랜드와 나이키가 협업해 만든 F&F 제품 중 여러 개가 국내외 여러 스토어에 나와있는데요. 이런 제품은 보통 박스에 받은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그 이름을 지우고 파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죠. 지디포스의 노란색 스우시도 하나 팔렸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어요.

[앵커]
와디님은 신발을 몇 켤레나 갖고 있는지 그게 제일 궁금해요.

[인터뷰]
한때 500켤레 정도 소장했지만 지금은 약 200켤레가 남아있습니다. 사무실이 포화상태라 어쩔 수 없이 일부를 처분하고 있는데요. 제가 갖고 있는 신발 가운데 시가 기준으로 가장 비싼 신발은 '에어디올'이라는 조던1 제품입니다. 나이키와 크리스챤 디올의 콜라보 제품이고, 천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호가로 따지면 2019년 세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 선수의 친필 싸인이 있는 '코비1' 제품을 꼽을 수 있는데요. 이 신발은 값을 매기기 어려운 제품입니다.

[앵커]
혹시 신으셨나요?

[인터뷰]
아직 못 신고 있습니다.

[앵커]
저희가 시간이 많이 지나서 마지막 질문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와디님의 목표나 꿈에 대해서도 들려주실까요?

[인터뷰]
저는 이태원에서 애글릿이라는 편집샵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신발뿐 아니라 의류도 전시하고 판매하는데, 대부분 규모가 작은 한국 브랜드 제품입니다. 저는 이 제품들을 가지고 해외로 나가는 게 꿈입니다. 한류 영향으로 세계가 한국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국내 브랜드 중에서도 규모가 큰 브랜드는 이미 성공 가능성을 보고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요. 저는 유명한 브랜드뿐 아니라 작은 브랜드도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앵커]
오늘 스니커즈 과외를 집중적으로 받은 것 같은데요. 시청자 분들도 와디님을 통해서 스니커즈에 대한 사랑이 뿜뿜 넘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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