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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심상치 않은 산악빙하… "2100년에는 80%가 사라진다"

2023년 09월 05일 오전 09:00
■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산악에 위치한 산악빙하는 기후변화를 저지해주고 산악 아래 지역에 식수를 공급해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남극과 북극 빙하가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지는 이상 현상으로 산악에 있는 빙하도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산악빙하가 얼마나 심각하게 녹아내리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산악 빙하 중에서 가장 큰 게 히말라야 산맥 빙하라고 들었는데, 이 지역이 아주 빠르게 녹고 있다면서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는 남극과 북극 다음으로 빙하가 많은 곳인데요. 올해 6월에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는 최근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며 "히말라야산맥의 빙하가 2100년이 되면 약 80%가 녹아 사라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세기말까지 파리협약에서 제한한 1.5℃, 또는 2℃만 상승할 경우에는 세기말까지 빙하의 30~50%가 사라지지만, 현재 예상으로는 3℃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럴 경우 동부 히말라야의 빙하가 75% 사라지고, 만약 4℃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빙하의 80%가 사라질 것이라는 거지요.

빙하의 녹는 속도가 심각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빙하 녹는 속도가 가속된다는 것인데요. 연구팀은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는 속도가 2000년대에 비해 2010년대에 65%나 빨라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얼음이 녹는 것은 당연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면서 우려를 표했지요.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사라지면 이곳 빙하가 녹은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나라죠. 중국이라던가 인도, 파키스탄, 네팔, 부탄 동남아 국가 등 16개 국가로, 약 20억 명이 직접적인 물 부족을 겪게 됩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중국의 많은 강들에 물을 공급하는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 대부분은 금세기 말에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기후변화를 저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빙하가 급속히 녹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지역에 원래는 눈이 더 많이 오는데, 기온이 상승하면서 비가 많이 오기 때문이라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미시간대학 등의 공동연구팀은 올해 8월 과학지 네이처에 '히말라야 지역에 기후변화로 인해 눈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린다."라는 연구결과를 실었는데요.

충격적인 것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죠. 해발 8848.86m인 에베레스트 산에 비가 내린다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이 고도라면 눈이 내려야 정상이지요. 그런데 올해 6월 1일부터 8월 10일까지 에베레스트 산의 강수량은 245.5㎜였는데 이 가운데 75%는 비였다는 것이지요.

2021년과 2020년의 동기간에 강수량 중 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43%, 41%이었고요. 2022년에도 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32%였지요. 엘니뇨의 영향을 받으면서 올여름에는 비의 양이 급격히 늘어났는데요, 연구팀은 히말라야를 비롯한 전 세계 고산지대가 영상의 기온을 보이면서 최근 강우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히말라야 산맥이 기온 상승률은 전 세계보다 3배 이상 빠르지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특별 보고서에서도 기온 상승이 산악지역 강설량 감소에 영향을 준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릴 경우 히말라야 산맥에 걸쳐 있는 나라에서는 홍수나 산사태 발생이 늘어나게 됩니다.

[앵커]
히말라야 산 꼭대기에 비가 내린다고 하니까 참 충격적인데요. 또 하나의 놀라운 소식은 남미의 안데스 산맥이 올 8월에 극심한 폭염으로 많은 빙하와 눈이 녹았다고 하던데,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사실 이게 말이 안 되는 것이 남미는 6월에서 8월이 한겨울입니다. 그저 우리랑 반대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안데스산맥 기온이 37℃까지 치솟으면서 전 세계 기후과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는데요. 안데스산맥만 아니라 남미의 해발 1,000m 이상 고도에 위치한 수십 개의 기상관측소에서 전부 35℃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그림을 보시면 올해 8월 1일 남미의 기온 분포도인데요. 칠레를 중심으로 하는 안데스 산맥 쪽으로는 검붉은 색의 매우 높은 기온이 보이고 있는데요. 이에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의 라울 코르데로(Raul Cordero) 박사는 "72년 만에 칠레 북부에서 가장 따뜻한 겨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에 엘니뇨가 가져오는 덥고 건조한 바람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고온으로 인해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동부의 가뭄이 악화되고 빙하와 눈이 녹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이곳의 기후과학자들은 남반구가 여름에 가까워지면(12월-2월) 더 나쁜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엘니뇨는 보통 연말에 정점을 찍기 때문입니다. 현재 많은 엘니뇨 예측기관의 전망도 이와 유사합니다. 이런 기후변화 외에 안데스 빙하가 녹는 원인 중 하나가 아마존 열대우림의 대형산불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학 연구팀은 고갈되고 있는 안데스 빙하가 아마존에서 발생한 산불에서 배출된 검은 탄소로 인해 더욱 빨라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지요. 검은 탄소 등이 빙하의 표면을 덮게 되면 자외선이 반사되지 않고 흡수되면서 눈과 얼음이 더욱 빠르게 녹는다는 겁니다.

[앵커]
정말 히말라야랑 안데스 산맥 외에도 많은 산악지역 눈이 빠르게 녹고 있다, 이런 기사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올해 초에 유럽에도 이상고온 현상으로 스키장에 눈이 없다, 이런 기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게 알프스 산맥 많은 스키장이 문을 닫는다 이런 이야기인데, 알프스 산맥도 지금 마찬가지로 심각한 상태인가요?

[인터뷰]
지난달에 빙하가 녹으면서 37년 전에 실종되었던 산악인의 유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던 것이 좋은 예라고 봅니다. 7월 27일 스위스 남부 발레 주(州) 경찰은 "남부 체어마트의 마터호른 정상 부근 테오둘 빙하에서 등산객들이 발견한 유해가 1986년 9월 실종된 독일 산악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는데요. 바로 등산객의 사체가 발견된 테오돌 빙하는 한여름에도 스키를 탈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유명한 빙하였지만 현재는 빙하량이 줄어들어 작년 여름에는 스키장 운영이 중단되었는데요.

스위스 국립기후서비스센터(NCCS)는 "2022년의 스위스 빙하의 양은 1850년의 40%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스위스의 기온상승이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상승한 영향이다."라고 밝혔지요. 세기말이면 알프스의 빙하가 사라질 것이라고 하는데요. 테오돌 빙하가 녹음으로 인해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선도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양국 간의 국경이 테오돌 빙하의 물줄기가 기준이었는데 빙하가 40년 동안에 75% 이상 줄어들면서 물줄기 위치가 이탈리아 쪽으로 100m 정도 이동했다고 하죠.

[앵커]
그런가 하면 알래스카 지역도 산악빙하가 급격하게 녹으면서 대홍수가 발생했다면서요?

[인터뷰]
알래스카도 빙하가 급격히 녹고 있는데요. 이것은 이 지역이 미국의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 해양대기청은 기온이 상승하는 추세가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미 워싱턴대 등의 연구진이 알래스카 주의 키나이피오르 국립공원 내 빙하 19개의 위성사진을 분석해보니 크기가 커진 곳은 2곳인데 반해 크게 작아진 곳은 13곳이나 되었다고 하지요.

알래스카 기후 과학 센터는 특히 1980년대 빙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이처럼 빙하가 급격히 녹음으로 인한 빙하호수의 폭발홍수가 올해 8월에 발생했는데요. 알래스카의 남쪽인 주도 주노 인근에 위치한 멘덴홀 빙하에 의해 녹은 물이 채워져 있다가 자연적인 댐이 폭발적으로 무너지면서 물과 얼음이 갑자기 방출되어 하류로 흘러 내려와 주도인 주노에 큰 피해를 주었지요.

물과 얼음의 흐름이 절정에 달했던 8월 5일에는 하천 흐름이 초당 25,200 입방피트 였다고 미국지질조사국이 밝혔는데요. 그림처럼 이전에 가장 하천 흐름이 강했을 때가 2016년 7월 1일이었는데, 그때보다 1.5배 이상 강한 하천홍수가 발생한 것이지요. 학자들은 이런 돌발홍수가 발생할 확률이 500분의 1이라고 합니다. 기후변화가 빙하를 급격하게 녹이면서 발생하게 된 것이지요, 산악빙하가 많이 녹게 되면 기후변화가 더 많이 가속되고요. 많은 인류가 사용하는 식수가 사라지며, 해수면이 상승하고, 끔찍한 빙하홍수가 발생하게 됩니다. 정말로 기후변화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빙하가 녹는 자체로도 굉장히 위험하지만, 그것들이 가져올 연쇄 재해들이 정말 무시무시할 것 같은데요. 이러한 현상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하나가 되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K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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