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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비만의 원인 '뇌'에 있었다…지방대사 조절로 살 뺀다

2023년 10월 19일 오전 09:00
■ 이창준 / IBS 인지·사회성 연구단장

[앵커]
비만 치료제의 원리는 뇌 속 식욕조절 관련 신경세포를 조절하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우려가 있는데요. 국내 연구진이 식욕은 건드리지 않고 지방 대사만 조절해 비만을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해, 새로운 비만 치료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습니다.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누리면서도 살은 찌지 않게 하는 기술! 기초과학연구원,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 이창준 단장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뇌 속 세포를 조절해 식사량 조절 없이 지방만 뺄 수 있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셨는데요. 꿈의 물질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먼저 어떤 물질인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저희가 치매 치료제로 개발 중인 'KDS2010'이라는 신약 후보 물질인데요. 놀랍게도 동물실험에서 뛰어난 항비만 효과를 보여주고 있어서 그 이유를 밝히고 연구결과를 최근 네이처 자매지에 보고하였습니다. 'KDS2010'은 'MAOB'라는 뇌에 있는 별 세포에 특위적으로 발현하고 작용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억제제로 개발되었고 MAOB는 알츠하이머 질병의 원인 인자로 밝혔고 신경 억제 신호전달물질인 GABA를 생성하여 주위의 신경세포를 억제한다고 저희가 밝혔습니다.

'KDS2010'은 'MAOB'를 억제함으로 신경세포 억제를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신경세포는 뇌에서 스위치 역할을 하는데 GABA는 이 스위치를 끄는 역할을 합니다. 'KDS2010'은 알츠하이머에서 스위치가 꺼진 신경세포들을 다시 켜줘서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 회복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데요. 같은 물질이 비만 모델 생쥐에서 스위치가 꺼진 신경세포를 다시 켜줌으로써 식사량은 차이 없고 빠르게 지방세포만 줄이는 것을 발견하고 비만 치료제로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편하게 먹으면서도 살을 뺄 수 있다니 참 신기한 물질인데요, 어떤 원리로 그게 가능한 건지 좀 자세히 설명을 좀 해주시죠.

[인터뷰]
측면 시상하부에서 지방대사를 관장하는 신경세포가 있는데 저희가 최초로 찾은 'GABRA5'를 가지고 있는 신경세포군집입니다. GABRA5 신경세포군집은 지방세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서 정상상황에서는 항상 스위치가 켜져 있고 '지방을 저장하지 말고 태워서 에너지로 사용해라'라는 신호를 계속 보냅니다. 하지만 고지방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주변에 있는 별 세포가 반응성 별 세포로 변환하면서 MAOB 효소를 통해 GABA를 만들고 분비하여 옆에 있는 'GABRA5' 신경세포들을 억제하여 스위치를 끄게 됩니다.

'GABRA5' 신경세포의 스위치가 꺼지면서 태워야 할 지방세포의 지방이 저장 모드로 가면서 빠르게 축적되는 새로운 기전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때 MAOB 효소를 억제할 수 있는 'KDS2010'을 물에 타서 생쥐한테 먹였더니 식욕은 전혀 안 건드리면서 축적된 지방세포만 쭉쭉 빠지는 놀라운 효과를 관찰하였습니다. 그 결과 지방 조직의 대사를 활성 시켜 식사량 조절 없이 체중이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지방연소를 지시하는 신경세포를 활성화시켰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 말씀해주신 말 중간중간에 '별세포'가 있었거든요, 이 '별세포'가 뭔가요?

[인터뷰]
별 세포는 이름 그대로 별 모양을 한 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세포인데 신경세포에 비해 기능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세포입니다. 이전까지는 신경세포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저희 연구를 통해 별 세포도 신경세포처럼 억제성 GABA나 흥분선 glutamate(글루탐산)와 같은 신호전달물질들을 생성하고 지속적으로 분비하며 뇌 기능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여 뇌의 다양한 기능을 느린 시간 영역(slow time scale)에서 활성 또는 억제·조절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신경세포는 빠른 시간 영역 대에서 뇌 기능을 조절하고 별 세포는 느린 시간 영역 대에서 조절하기 때문에 기능이 나눠진다고 새롭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앵커]
'GABRA5'(가브라파이브)라는 신경세포가 활성화하면 지방 조직의 열 발생이 촉진되면서 개발된 약물은 신경세포를 활발하게 해주는 그런 약물인 건가요?

[인터뷰]
맞습니다. 신경세포는 활성화되면 단순하게 action potential firing이라고 하는 전기 신호를 만들어 내는데, 신경세포가 발화한다고 표현합니다. 'GABRA5' 신경세포는 보통음식을 섭취할 때는 잘 지속적으로 발화하여 지방 조직을 지속적으로 태워서 지방이 축적되지 않게 하는데 고지방 음식을 먹게 되면 'GABRA5' 주위에 있는 별 세포가 고지방에 반응하여 반응성 별 세포로 변환되면서 'MAOB'에 의해 'GABA'를 과다하게 만들게 되고 그 GABA는 분비되어 옆에 있는 'GABRA5' 신경세포를 억제하면서 발화를 못하게 되고 스위치가 꺼지면서 지방조직의 열 발생이 억제되고 체중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때 'KDS2010'으로 반응성 별세포의 MAOB를 선택적으로 억제함으로써 GABA생성과 분비를 억제하고 ABRA5 신경세포를 다시 발화하도록 유도하고 꺼진 스위치를 켜서 지방 조직의 열 발생이 촉진되면서 고 지방음식을 섭취하고 있는 중에도 체중감량을 빠르게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 식욕을 조절하는 알려진 회로는 전혀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음식섭취량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습니다.

[앵커]
원리를 듣고 보니깐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번 연구에서 생쥐에게 동물실험을 했다고 하던데요. 연구 결과로 생쥐의 체중감량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났나요?

[인터뷰]
고지방 음식을 섭취하는 생쥐 군에서 'KDS2010'을 물에 타서 자유롭게 마시게 했는데 하루에 1kg 몸무게당 30mg 정도의 양의 약물 섭취를 하게 했습니다. 이때 몸무게가 첫주부터 빠르게 빠지기 시작해서 7주 안에 35% 정도 감소 되고 보통음식을 섭취하는 생쥐와 유사하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부검한 결과 지방조직의 무게만 줄었고 다른 장기들, 근육, 간, 심장 등등은 전혀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방조직의 지방세포에서는 지방축적의 연결고리인 중성지방이 거의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런 결과를 통해 KDS2010인 선택적으로 지방세포를 특이하게 작용을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앵커]
고지방 음식 말고도 고탄수화물의 음식도 비만을 유발하는데요. 이 약을 먹으면 지방, 탄수화물 상관없이 살이 빠질 수 있는건가요?

[인터뷰]
저희 연구에서는 고지방 식이로 비만을 유도한 모델에서 효과를 보았습니다. 고탄수화물 식이로는 실험해 보지 않았습니다만, 고탄수화물 섭취 후에 대사되고 남은 부분은 중성지방으로 지방조직에 저장됩니다. KDS2010이 지방 대사에 관여를 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다음 연구주제로 연구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앵커]
이번 연구는 결국 비만의 원인이 뇌에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볼 수도 있는 건가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이전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연구가 말단에 있는 지방세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비만의 원인이 뇌에 특히 시상하부에 있다는 연구가 계속 보고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도 뇌의 식욕조절 회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지방세포를 직접 조절하는 회로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처음으로 지방세포 조절 스위치인 GABRA5 신경세포를 뇌에서 최초로 발견하였고 또한 처음으로 뇌에 있는 비 신경세포인 별 세포에 주목하였고, 반응성 별 세포가 비만의 원인임을 밝혔습니다.

[앵커]
식욕억제제도 뇌를 조절해서 비만을 치료하는 원리인데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인터뷰]
기존의 시상하부를 표적 하는 비만 치료제는 식욕 조절에 관련된 신경세포를 조절하여 식욕을 줄이는 측면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식욕 조절을 표적으로 비만을 치료하게 되면 다양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선 라이프 스타일이 많이 안 좋은 쪽으로 변하게 되고 요요현상도 일어나고 다양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 신경세포인 별 세포는 식욕의 변화 없이 지방 대사를 조절하는 것으로 비만을 치료하는 원리입니다. 지금까지 'KDS2010'은 특별한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또한, 개발 중인 치료제는 먹는 경구용 약물입니다. 기존 치료제인 주사제에 비해서 매우 복용이 편리합니다,

[앵커]
그러니깐 식욕억제제는 안 먹게 해서 살을 빼는 거고, 오늘 설명해주신 기술은 먹어도 살이 빠지게 만드는 그런 기술인데다가 경구용 약물이니깐 더 기대가 되는데, 상용화가 되어서 국내에서 시판된다면 가격은 어느 정도 될까요?

[인터뷰]
의약품의 가격은 식약처 신약승인 이후에 여러 조건들을 고려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정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존 치료제인 주사제에 비해서 비용 부담이 적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앵커]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이라는데, 오늘 설명해주신 연구가 비만 극복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IBS 이창준 인지사회성 연구단장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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