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YTN 사이언스

검색

[과학의 달인] 계단도 끄떡없는 '로봇 휠체어'…세계 최초 개발

2023년 10월 26일 오전 09:00
■ 박찬훈 / 한국기계연구원 AI·로봇연구본부 박사

[앵커]
휠체어를 이용하는 경우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역무원을 따로 불러서 리프트를 사용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리프트 없이 휠체어 바퀴가 직접 계단을 오르고 내린다면 어떨까요?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장애물들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것뿐만 아니라 입식 생활까지 도와주는 '로봇 휠체어'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한국기계연구원 AI·로봇연구본부 박찬훈 박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평지에서는 물론 계단도 자유롭게 오르내리고, 기립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휠체어를 개발하셨다고 소개를 해드렸는데요. 어떤 휠체어인지 먼저 소개부터 해주실까요?

[인터뷰]
이번에 개발된 로봇 휠체어 기술은 하지 장애인분들이 휠체어에 탑승한 채로 계단을 오르고, 일어서서 이동하며 작업하고, 다양한 자세로 변환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기존의 휠체어기술이 이동수단 제공에 목적이 있었다면, 이번에 저희가 개발한 로봇 휠체어 기술은 하지 장애인분들이 장애를 극복하고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개발된 기술이라고 하겠습니다.

[앵커]
네. 그럼 '로봇 휠체어'를 개발하게 된 배경도 있으실까요?

[인터뷰]
로봇 휠체어는 하지 장애인분들이 일상에서 겪는 여러 가지 불편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서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하지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인프라들, 즉, 비장애인을 위한 인프라들이 거의 대부분인데요. 책장, 창문을 열고, 닫기 위한 손잡이의 위치나 이런 것들이 대부분, 비장애인들이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입식 생활을 위한 모듈이 반드시 결합이 되어있어야 그러한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는 높이까지 접근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접근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장애물들을 거쳐 가야 그 일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있고요.

이러한 이유로, 한 대의 휠체어에 어느 정도 계단의 등반기능도 가지고 있고, 입식 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기능들도 가지고 있어서, 하지 장애인분들께 꼭 필요한 기능이 모두 탑재된 로봇 휠체어기술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로봇 휠체어는 어떤 기능이 있는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로봇 휠체어는 2가지 모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계단등반모듈'과 '스탠딩모듈'인데요. 하부에는 '계단등반모듈'있고, 상부에는 '스탠딩모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계단등반모듈'은 휠체어에 탑승한 채로 계단을 오르고 내릴 수 있게 해 줍니다. '계단등반모듈'은 평상시에는 휠체어 하부에 숨어있다가, 계단을 등반하는 시점에 아래로 하강하면서 작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계단등반모듈은 '크롤러'형상으로 되어있어 계단을 짚고 올라가는 구조인데, 일반적인 크롤러가 직선형인 것과 달리 저희의 크롤러는 'ㄹ'자 형태의 독특한 구조로 되어있어서, 크롤러가 지면을 수직으로 짚으며 계단을 오르내리게 되어있어, 계단 등반 안전성이 매우 우수한 특징이 있습니다.

'스탠딩모듈'은 휠체어에 탑승한 채로 다양한 자세로 변환할 수 있게 해주고, 일어서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휠체어에 동일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 특정 부위에 압력이 집중되기 때문에 욕창 발생의 위험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혈액순환을 시켜줄 필요가 있는데, '스탠딩모듈'의 자세변환 장치는 그러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탠딩모듈'은 하지 장애인분들에게 일어서서 이동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스탠딩모듈'의 도움을 받으면 선반, 책장 등 높은 곳에 있는 물체에 접근할 수 있고, 일어서서 이동하며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일어서는 기능 없으면 계단만 등반할 수 있으면 된다 하는 경우에는 '계단등반모듈'만 적용할 수 있고요, 계단등반의 기능 없이 입식 생활의 지원만 받으면 된다 하는 경우에는 '스탠딩모듈'만 적용한 휠체어를 구성하면 됩니다. 두 모듈이 모두 적용되는 경우에는 계단의 등반과 입식 생활 지원 모두가 가능하게 됩니다.

[앵커]
지금 영상에 나오는 거만 봐도 정말 장애인분들에게 필요한 휠체어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기존에는 전동휠체어가 있었잖아요. 이 휠체어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인터뷰]
대부분의 전동 휠체어는 평지에서의 이동을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계단등반이 가능한 휠체어 혹은 입식 생활을 지원하는 휠체어 기술도 해외에서는 개발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계단등반 위한 휠체어, 입식 생활지원을 위한 휠체어는 따로 존재했었고요. 계단등반과 입식 생활지원 모두 가능한 휠체어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계단등반을 구현하는 복잡한 메커니즘이 필요하고요, 입식 생활을 구현하는 메커니즘이 각각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너무 부피가 크고, 휠체어와 일체화된 구조로 되어있어 두 가지 기능을 하나의 휠체어서 통합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본 기술개발에서는, 두 가지 기능을 통합하기 위해서 '계단등반모듈'과 '스탠딩 모듈'의 구조를 매우 간략화하고 부피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구조적으로 완전히 모듈화가 가능하도록 구현했습니다. '계단등반모듈'은 'ㄹ'형의 크롤러 덕분에 크롤러의 상승과 하강만으로 계단을 오를 수 있어, 크롤러 이외의 추가 메커니즘이 따로 필요 없게 되어있어서 구조가 매우 단순화될 수 있었고, '스탠딩 모듈'은 복잡한 장치는 버리고 기본적으로 '평행사변형' 구조하나만 가지고 완전히 접히는 3 자유도의 로봇팔 형태로 설계되어, 의자 전체의 위치와 자세를 바꾸고, 일어서는 동작이 동시에 가능하게 하면서도, 모듈화 설계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로봇 휠체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계단등반의 기능과 일어서서 생활하는 동작의 지원을 하나의 휠체어에서 구현할 수 있었고, 이것이 기존의 기술들과의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실제로 이용하는 분들이 이걸 작동하는 게 쉬운지 그게 궁금한데, 작동법은 단순한가요?

[인터뷰]
작동법은 매우 단순합니다. 일반적인 전동휠체어가 수동 조작되는 것처럼 방향제어는 좌측팔걸이에 설치된 조이스틱으로 할 수 있고요. 계단을 승강할 때 크롤러를 내리고 올리는 동작은 우측 팔걸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동작 됩니다. 일어서는 동작, 눕는 동작, 앞으로 기울이기, 뒤로 기울이기, 의자를 높이기 등의 동작은 각각 버튼을 누르면 동작 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동작이 매우 많고 다양해서, 사용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리라고 생각됩니다.

[앵커]
앞서서 '로봇 휠체어'의 로봇 팔 형태가 설계가 됐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요. 좀 더 자세하게 '로봇 휠체어'라고 지은 이유를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저희가 개발한 휠체어는 모양이 아주 독특하게 되어있는데요. 외관상으로 봤을 때 변신하는 로봇처럼 돼 있을 수 있다는 게 저희가 '로봇 휠체어'라고 부르는 큰 이유 중 하나이고요. 로봇 팔 기술이 스탠딩 장치에 적용이 돼서 굉장히 컴팩트하게 설계가 되면서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로봇 팔구조의 '평행사변형'구조로 되어있어서 저희가 굉장히 단순한 형태로 로봇 형태로 만들 수가 있었고요. 그래서 저희가 로봇 기술들이 많이 투입된 로봇 휠체어라는 기술이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로봇 휠체어라고 지었습니다.

[앵커]
'외형적으로도 이름이 잘 어울린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속연구로 이 '로봇 휠체어'의 다른 버전을 개발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인터뷰]
저희가 이번에 계단등반과 입식 생활을 모두 지원하는 휠체어 버전보다 더 진보된 버전의 휠체어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휠체어는 평지에서는 휠로 다니고, 계단을 만나면 크롤러를 이용해서 계단을 오르는데요, 크롤러 없이 휠만으로 평지와 계단을 모두 다니는 휠체어를 차기 버전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게 달성이 되려면 아주 독특한 휠 기술이 필요합니다. 평지에서는 완벽한 원형을 유지해서 보통의 휠과 같이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고, 계단을 만나면 충분한 변형이 이루어져서 휠의 회전력만으로 계단을 오를 수 있어야 합니다.

영상을 보시면, 계단을 오르기 전에는 완전한 원형을 보이고, 계단에서는 변형되어 휠의 모서리가 계단을 형상으로 찌그러져서 휠의 회전력만으로 계단을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이것을 구현할 수 있는 '변형 휠'의 구조와 관련된 원천기술을 확보했고요. 휠의 맨 바깥쪽은 매우 여러 조각으로 구성되는 무한궤도로 구성되고, 휠의 내부는 독특한 구조의 탄성체로 이루어집니다. 이 구조를 이용해서 휠의 바깥 표면의 장력을 조절함으로써 원형의 휠과 계단을 오르기 위해 쉽게 변형되는 휠로, 휠의 특성이 변하게 됩니다. 향후 이를 이용해서 편의점과 같이 협소한 공간도 다니고 계단도 오르는 매우 컴팩트한 휠체어인데, 휠만 가지고 이루어지는 휠체어 기술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요즘 사회를 보면 장애인들을 위한 환경이 많이 구축되었다. 이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 까지는 부족한 게 현실인데요. 이런 로봇 휠체어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기계연구원 AI·로봇연구본부 박찬훈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