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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동물의 '코주름'을 지문처럼…비문 인식 기술 개발!

2023년 11월 02일 오전 09:00
■ 양이빈 / 파이리코(UNIST 창업기업) 대표

[앵커]
사람의 지문은 제각각 다른 모양이기 때문에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수단이 되죠. 동물들도 사람처럼 지문이 아닌 코의 무니 즉 '비문'을 갖고 있어 객체 식별의 용도로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착안해 반려동물의 비문을 간편하게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든 UNIST 창업기업이 있는데요. 파이리코 양이빈 대표님과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반려동물 등록제도'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데 이게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도 있거든요, 현황은 어떤가요?

[인터뷰]
사람이 태어나면 출생 신고를 하고 주민등록등본에 기재하듯이, 강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물등록을 하면, 이 아이의 신원과 보호자 정보를 알 수 있는 '동물등록번호'를 만들어서 국가가 관리하는데요. 현재는 강아지 목걸이 형태인 외장 칩과 칩을 강아지 체내에 주사하는 내장 칩 두 가지 형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내장 칩의 경우 소중한 반려견의 체내에 삽입해야 한다는 거부감과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많은 보호자들이 외장 칩을 이용해 등록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동물등록은 2014년부터 의무화를 진행하고 있고 등록을 하지 않으면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농림부가 정책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속을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커서 아직 등록률이 부족한 상황이고, 정확히는 22년 농림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약 53% 정도 수준에 머물러있는 수준입니다.

[앵커]
그러면 개발하신 '반려견 비문인식 기술'에 대해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인터뷰]
아마 비문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실 텐데요. 비문이란 사람의 지문처럼 강아지 코에 있는 주름의 패턴을 뜻하는 생체정보입니다. 비문인식 기술은 이를 데이터화해서 분석하고 각 개체마다 다른 특징점을 인식하는 기술입니다.

지문인식은 대부분 손가락을 기기에 갖다가 대는 접촉식을 사용하지만, 강아지는 특정 기기에 코를 갖다 대게끔 강제하는 게 여간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그래서 파이리코는 보호자 분들이 모두 가지고 있으신 핸드폰 카메라로 손쉽게 촬영해서 비문을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비문 인식 기술로 동물등록을 한다면 내장형 칩을 몸에 박아야 하지도 않고, 목걸이처럼 잃어버릴 일도 없이 안전하고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앵커]
강아지 코는 많이 봤지만 주름이 독특하게 개체별로 다른지도 처음 알았는데 정말 사람의 지문 역할을 할 수 있나요?

[인터뷰]
조금 전에 비문은 사람의 지문과 비슷하다고 말씀드렸는데, 비문 역시 개체마다 모두 다른 특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의학 교과서에서 이런 특징이 개체식별에 이용될 수 있다는 부분이 실려있기도 하고 실제 캐나다에서는 1938년부터 강아지의 비문을 탁본을 떠서 관리하기도 했습니다. 21년에는 건국대 수의대가 진행한 연구에서 비글 견을 대상으로 2개월령부터 성견이 될 때까지 비문이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또 성장하면서 변형되지는 않는지 연구를 했고 결과적으로 고유성과 영속성이 모두 보존된다고 SCI급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앵커]
지금 영상 속 사진을 보니깐 정말 코를 확대해 보니깐 미세한 주름 같은 게 많네요, 이게 반려견마다 다르다는 말씀이신데, 이번에 개발하신 '반려동물 개체 식별 기술'이 국제표준으로도 채택됐다고 하던데요. 채택되기까지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인터뷰]
네 국제표준 관련 말씀을 드리려면 배경 설명이 조금 필요한데요. 파이리코의 목표는 동물등록제, 즉 법을 바꾸는 것이었기 때문에 창업 초기부터 농림부와 소통하며 비문인식 기술의 법제화에 필요한 요소를 파악해야 했고, 농림부는 가장 중요한 게 내장형 칩처럼 비문인식이 “국제표준”이 되면 된다고 한 것이 국제표준 개발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파이리코는 한국인터넷진흥원 김재성 박사님과 함께 UN 산하 국제표준화기구인 ITU에서 반려동물 비문인식 기술에 대한 신규 표준과제를 공동으로 제안했고 2020년 4월에 표준개발이 승인되면서 국가대표단으로 활동하며 표준화 과정을 리딩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저번 9월 8일을 기점으로 세계 최초의 반려동물 비문인식 기술에 대한 국제표준을 사전채택 받을 수 있었던 것이죠. 현재는 사전채택 이후 행정적인 절차인 ITU 회원국들로부터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고 곧 절차가 마무리되어 이번 달 내지 다음달 부터 전 세계에 국제표준 문서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한가지 강조 드릴 부분은 이 국제표준 과제채택은 저희 파이리코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공동제안해서 이뤄낸 성과이지만 국내에서 함께 기반문서를 작업했던 타 비문인식 기술 개발기업들의 협업도 있었습니다. 실용적인 국제표준 개발을 위해 국내에서 먼저 저희 포함 총 3개의 비문인식 기술개발 기업들의 참여하에 모두 공통 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기준을 논의해 2021년 국내표준을 제정했던 것인데요. 전문가들이 모여 탄탄하게 논의한 국내 표준문서를 기반으로 국제표준을 완성한 만큼 이번 성과가 더욱 파급력을 가지게 된 것이라 판단합니다.

[앵커]
이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된다면 국내에서는 반려동물 등록에 관한 법 개정도 달라지나요?

[인터뷰]
일전에도 몇 번 생체정보를 활용한 동물등록 입법의 시도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무산됐던 이유가 바로 국제표준의 부재였습니다. 내장 칩은 어떤 칩을 사용하면 되는지 국제표준으로 정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자격 미달인 칩은 통용이 안되게 인증 절차를 운영해서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데 비문인식은 개발기업이 제대로 기술개발을 했는지 평가할 수 있는 국제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법적으로 허용했다가 잘 안되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거죠.

하지만 이제는 내장형 칩과 동일하게 국제표준 규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농림부도 국제표준 규격에 맞는 비문인식 기술을 개발했는지 기업들의 기술을 인증하는 과정을 만들고 법적으로 기술을 도입할 수 있게 된 상황입니다. 때마침 '규제 샌드박스'라고 신기술을 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원래 있던 규제를 조건을 걸어서 일부 완화해주는 제도가 있는데 저희 비문인식 기술도 농림부로부터 규제 샌드박스 수용 의견을 공문으로 받았기 때문에 곧바로 비문인식 기술을 도입해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반려동물 등록제도에서 '비문 인식 기술'이 상용화가 됐을 때 실생활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인터뷰]
반려동물이 관여된 모든 실생활에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먼저 비문등록을 해둔 강아지가 길을 잃어 보호소에 입소 되면 핸드폰으로 비문을 촬영해서 손쉽게 아이와 보호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니 유기견 감소 효과가 가장 눈에 띄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요. 동물병원 진료 접수 시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처럼 강아지도 비문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면서 접종기록이나 병력을 간편하게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많은 보호자 분들이 펫 보험 가입에 관심이 있으실 텐데요. 사람처럼 보험금을 청구할 때에도 사용되는 등 많은 영역의 인프라로 기술보급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상용화가 됐다고 가정했을 때 사용 방법이 궁금하거든요. 조금 전에 옛날에 캐나다에서는 탁본을 떴다고 하셨잖아요, 이번에 개발하신 기술은 어떤 방식인가요?

[인터뷰]
저희는 특별한 방식보다 보호자들이 가장 사용하기 '쉬운' 방식으로 개발을 했습니다. 사람 지문을 등록할 때는 기기를 사용해서 손가락을 갖다 대는 접촉식을 사용하지만, 강아지는 코를 어디에 접촉할 때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저희는 스마트폰 영상촬영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요. 사진을 찍는 방식보다 영상 촬영을 하면서 캡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아이폰의 FACE ID처럼 카메라를 켜고 강아지 코에 핸드폰을 가까이 가져다 대면 알아서 코를 촬영하는 자동촬영 방식으로 등록이 되어서 훨씬 편하게 등록할 수 있습니다.

[앵커]
'동물 비문 인식 기술'의 상용화 사례가 그동안 없었나요?

[인터뷰]
국내도 그렇고 해외도 그렇고 제대로 비문인식 기술이 상용화된 적은 아직 없습니다. 2018년부터 여러 스타트업이 비문인식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뛰어들었는데요, 유기견 찾아주기 서비스 등 비문인식을 '체험'할 수 있는 정도의 앱 서비스는 나와 있지만, 실생활에 적용되어서 국가동물등록에 활용되거나, 강아지를 입양할 때 활용되거나, '펫 보험'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등의 사례는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 실생활에서 사용될 정도로 기술력이 확보되지 못해서 보호자들 또는 반려동물 산업 관계자들이 사용하기에 부족했던 점들이 있었다고 판단하는데요.

저희 파이리코는 국제표준화 과제를 운영하면서 충분한 기술 역량을 쌓고 작년부터 반려견을 입양하는 분들이 강아지의 건강상태를 인증받고 입양할 수 있게 만드는 서비스에 비문인식 기술을 접목해서 코를 촬영하면 강아지의 단순 품종, 성별 정보 뿐만이 아니라 수의사의 접종과 진료기록이 인증되는 안심 입양 시스템을 상용화한 사례가 있습니다.

[앵커]
대표님, 이건 질문지에는 없는 질문인데 고양이도 되나요?

[인터뷰]
고래를 제외한 모든 포유류 동물은 비문이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고양이도 비문이 있긴 한데 강아지보다는 옅어서 활용할 때 실질적으로 얼굴까지도 활용을 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개발하고 계신 거군요, 그렇다면 앞으로 대표님의 목표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시죠.

[인터뷰]
저는 파이리코의 비문인식 기술을 먼저 국내에서 법적으로 채택시키고 나아가 전 세계 국가에 동물등록을 비문인식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동물등록에서 더 나아가 강아지의 신원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데요. 비문을 촬영하면 강아지의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부모가 누구인지, 어디서 태어났는지, 접종은 어디서 했고 어디가 아팠었고 어떻게 치료했었는지, 성향은 어떤 성향인지 등 종합적인 이력을 관리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합니다. 마치 사람은 건강보험공단에서 그 사람의 모든 이력을 관리하고 있는 것처럼 하나의 거대한 반려동물 이력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거죠. 이렇게 반려동물의 모든 데이터를 관리하는 주체적인 기업이 된다면 파이리코가 반려동물 계의 유니콘 기업이 충분히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앵커]
오늘 이야기를 나눠보니깐 현재 동물 등록 제도에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비문인식기술이 아닐까 싶은데요. 대표님도 계속해서 노력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파이리코 양이빈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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