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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최근 비싸진 맥주…가격 인상 주범은 기후변화

2023년 12월 12일 오전 09:00
■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요즘 물가를 보면 맥주 한 병에 삼사천 원은 옛말이고 이젠 6천 원은 줘야 마실 수 있는데요. 맥주 가격을 올린 주범이 바로 '기후변화'라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오늘은 기후변화와 맥주 이야기를 해볼 텐데요.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기후변화 때문에 맥주값이 오른다, 어떤 관련이 있는 건가요?

[인터뷰]
맥주 가격이 오르는 원인 중 하나는 원재료 가격이 오른다는 건데요. 물, 보리의 가격상승과 함께 맥주의 주재료인 홉, 홉은 전량 수입하는데, 가격이 해마다 오르고 있습니다. 3분기 기준으로 ㎏당 2020년 23,709원에서 2021년 25,530원, 2022년에는 33,340원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맥주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홉이 기후변화, 특히 가뭄에 민감하기 때문이지요. 이 같은 추세라면 홉의 생산량이 최대 35%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앵커]
물과 보리, 홉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이 중에 또 물은 물 부족이 심해지면서 가격이 비싸지고 있는 거겠죠?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맥주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원료는 물입니다. 맥주 광고를 보면 어느 지역의 물을 사용한다는 광고를 할 만큼 맥주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요.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물이 부족해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2023년 6월 기네스 영국의 모회사 디아지오는 기후변화에 따른 수자원 감소가 맥주 생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었는데요. 디아지오는 산하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양조장 가운데 2022년 기준 43곳이 물 부족 지역 내에 위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최대 맥주 수출국 중 하나가 멕시코인데요. 멕시코 북부에 심각한 가뭄이 들어 주민들은 어려움을 겪는데 맥주 회사들이 맥주 생산을 하자 멕시코 대통령은 맥주를 비롯한 술 생산을 중지하라고 요구했지요. 또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벨기에-브라질계의 다국적 회사 앤호이저-부쉬(Anheuser-Busch)사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는 맥주 1배럴 (약 159ℓ)을 만드는데 약 3.5배럴의 물을 소비했는데 최근 가뭄으로 인해 물 소비를 줄이면서 맥주 1배럴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을 3.15배럴까지 낮추었는데요. 지속되는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은 생산단가를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리고 맥주 하면 보리가 먼저 생각나는데, 보리도 중요한 재료라고 할 수 있겠죠?

[인터뷰]
그렇죠. 맥주를 생산하는데 두 번째로 중요한 원료가 보리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최근 보리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맥주보리는 특정한 품질 변수를 충족해야 맥주의 풍미를 더해주기 때문에 너무 기온이 오르거나 가물 경우 이런 품질을 충족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재 자연 발효 맥주의 양조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벨기에 북부 지방인데요. 벨기에의 연평균 기온은 1830년의 평균 기온보다 현재는 2.3℃ 높아졌으며, 강우량은 10년에 평균 5mm 증가했고, 가을에 강우량이 더 많고, 여름에는 적어지는 등 보리수확에 어려움을 겪는 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거지요.

올해 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에 직면하고 있는 유럽 국가의 경우 최대 38%가량 보리 수확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요. 보리 공급이 줄어들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양조사인 SAB 밀러 사는 궁여지책으로 보리의 대체재인 카사바로 맥주를 만드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지요. 연구에 의하면 1년에 폭염이 31% 정도 발생하는 경우 보리 생산량은 17%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 맥주 가격이 2배 이상 오르게 되면 맥주 소비도 약 16%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앵커]
그럼 이 외에도 중요한 재료가 또 있을까요?

[인터뷰]
세 번째로 중요한 원료가 홉입니다. 호프라고 우리가 부르는 건데, 맥주는 보리를 싹 틔운 맥아로 맥아즙을 만들고 여기에 홉을 첨가해 발효하는 방식으로 제조되는데요. 맥주 특유의 쓴맛과 풍미, 거품을 내는 성분이 들어있는 필수 원료가 바로 홉인데요. 생맥주를 주로 판매하는 '호프집'도 이 홉에서 비롯됐을 정도이며, 생맥주, 특히 수제 맥주의 맛은 홉의 품질에 따라 달라집니다.

2023년 10월 10일 체코 과학아카데미 글로벌변화연구소와 영국 로담스테드연구소는 기후변화가 맥주의 핵심 성분인 홉 재배에 악영향을 미쳐 맥주 맛을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는데요.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진행되면 맥주 발효의 핵심성분인 '홉' 생산은 18% 넘게 줄고 쌉싸름한 맛을 내는 성분인 알파산은 3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지요. 연구진은 1971년부터 2050년까지 진행됐거나 향후 예상되는 기후변화가 홉의 생산량과 성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요, 조사 대상 지역은 세계 홉 재배의 90%를 차지하는 독일, 체코, 슬로베니아이었습니다. 홉은 주로 위도 33~35도, 이른바 '맥주 벨트'로 불리는 지역에서 생산되는데요. 그중에서도 유럽의 독일, 체코, 슬로베니아 등지는 연 평균 기온 8~10도, 강수량 550~1,050㎜의 온화한 대륙성 기후를 갖춰 최적의 홉 재배지로 알려져 있죠.

[앵커]
그런데 이렇게 '홉'의 대부분을 일정 지역 나라들에서 생산을 하다 보니까 기후변화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 같아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이미 홉 생산량 감소는 진행되고 있는데요. 연구진은 1971~1994년과 1995~2018년 두 기간 홉의 연평균 생산량을 비교한 결과 헥타르(ha)당 0.13~0.27톤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는데요. 연평균 홉 수확량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슬로베니아 셀예 지역으로 19.4%의 감소율을 보였고요. 독일 슈팔트, 할러타우, 테트낭에서는 각각 19.1%, 13.7%, 9.5% 홉 생산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연구진은 이를 '상당한 생산량 감소'라고 설명하고 있지요.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체코가 원산지로서 라거와 필스너 생산에 사용되는 고급 홉 사츠(Saaz)는 1954년부터 지속적으로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유럽 전역에 걸쳐있는 홉 재배지에서 공통 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유럽 전 지역에서 2021~2050년까지 홉 생산량이 12~3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슬로베니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부 유럽에서 감소 폭이 컸다고 합니다. 이 지역들은 최근 폭염과 가뭄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역이지요.

[앵커]
그러니까 맥주의 주원료인 물과 보리, 그리고 홉의 가격이 폭등할 것이고 그럼 맥주값도 오르기 때문에 분명히 소비에도 영향을 줄 것 같거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식량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맥주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결국 이는 맥주 가격 폭등과 더불어 전 세계 맥주 소비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학술지 '네이처 플랜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실패할 경우 맥주 주요 생산국인 아일랜드, 벨기에, 체코의 맥주 소비량이 3분의 1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고요. 만일 기후변화를 성공적으로 막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감하더라도 아일랜드, 벨기에, 체코 등의 맥주 소비량은 9∼13% 감소하고 캐나다와 독일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의 스티븐 데이비스 교수는 "장래 기후와 이로 인한 가격책정 여건에 따라 전 세계 수억 명이 맥주를 즐길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지요. 그래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맥주보리나 홉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더 서늘하고 물이 많은 지역으로 재배지를 옮기거나 혹은 물 공급하는 관개 시설을 새로 구축하는 방식으로 기온 상승과 가뭄에 대처하고 있고요. 맥주 회사들은 홉 대체재를 발굴하는 작업도 하고 있는데요. 연구진들은 홉의 정상적 생산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앵커]
맥주 가격과 기후변화가 무슨 상관일까 궁금했던 분도 있었을 텐데요. 오늘 설명을 들으면서 기후변화가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됐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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