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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원자력연, 사용후핵연료 저장 핵심 소재 국산화 이뤄

2023년 12월 21일 오전 09:00
■ 천영범 /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앵커]
원자력 발전을 하고 난 뒤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그대로 두면 위험할 수 있어 저장 공간 확보와 설비 구축이 중요한데요. 저장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핵심 소재를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습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해외 소재 대비 성능은 더 좋고 경제적인 '중성자 흡수재'개발해, 국산으로의 대체는 물론 세계 시장 공략의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재료안전기술연구부 천영범 책임연구원과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사님께서 사용후핵연료에 쓰이는 '중성자 흡수재'를 개발하셨는데요. 먼저 '사용후핵연료'란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원자력발전은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데, 발전에 사용되었던 우라늄 연료를 사용후핵연료라고 합니다.

원자력발전에 쓰이는 우라늄 핵연료에는 우라늄-235(U-235)가 약 3~5% 정도 들어 있습니다. 원자로에서 4년 정도 사용하면, 우라늄-235가 약 1%로 줄어들어 더 이상 발전에 사용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연료로 바꿔주어야 합니다. 이때 교체되어 나온 우라늄 핵연료인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열과 방사능을 가지므로 안전을 위해서 특별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앵커]
원자력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은데 그러면 우리나라도 원자력 발전을 많이 하잖아요, 우리나라의 발생량은 얼마나 되나요?

[인터뷰]
사용후핵연료는 매년 750톤 정도 발생합니다. 2023년 기준, 국내에서는 약 18,0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누적 발생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24기의 상업용 원자로(경수로형 21기, 중수로형 3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농축우라늄을 사용하는 경수로형 발전소에서는 약 21,00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였고, 천연우라늄을 사용하는 중수로형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약 500,00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저장시설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의 양이 저장시설의 최대 저장용량에 근접하고 있어서 새로운 저장시설 및 시설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앵커]
사용후핵연료를 저장 관리 하는데 있어서 중성자 흡수재가 왜 필요한가요?

[인터뷰]
원자력발전은 우라늄의 핵분열 반응을 통해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이때 우라늄의 핵분열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보시는 바와 같이, 중성자가 우라늄 원자를 때려줘야 하는데요, 이때 핵분열이 일어나면 중성자가 평균 2.5개 정도 새롭게 생성되고, 이렇게 생성된 중성자들이 다른 우라늄 원자를 핵분열시켜, 보시는 바와 같이 핵분열 반응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자발적인 핵분열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상황은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그런데 사용후핵연료에도 여전히 우라늄과 플루토늄 같은 핵분열이 가능한 물질들이 남아 있습니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이러한 방사성 핵종들이 중성자와 충돌하여 핵분열을 일으키기 시작하면 많은 방사선과 열이 발생하여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즉 연쇄적인 핵분열 반응을 막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다발 사이에 중성자 흡수재를 삽입하게 되는데요, 삽입된 중성자 흡수재가 생성된 중성자들을 흡수하면서 연쇄적인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게 되는 것입니다.

[앵커]
사용후핵연료라는 것이 가만 둬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는데요, 박사님이 어떤 중성자 흡수재를 개발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중성자 흡수재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소재이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발한 'KONAS'는 기존 중성자 흡수능만 보유한 해외 수입소재와는 달리 중성자흡수 성능뿐만 아니라 구조성능까지 겸비한 신소재입니다.

기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스템에서는 보시는 바와 같이, 사용후핵연료를 지지하고 중성자를 흡수하는 기능을 갖는 바스켓을 만들기 위해 그림과 같이, 스테인레이스 강과 같은 구조재로 사각 튜브를 만들고, 이 표면에 구조재를 활용하여 포켓을 만든 후, 그 사이에 중성자 흡수재를 끼워 넣는 즉, 3중 벽 형태로 제작하였습니다. 이는 상용 중성자 흡수재인 Al-B4C 복합소재 기반 중성자 흡수재가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구조적 지지를 위해 별도의 스테인레스 강 구조재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중성자 흡수재가 중성자 흡수능과 함께 사용후핵연료를 지지할 수 있는 구조지지 성능을 모두 갖춘다면, 중성자 흡수재 단일 벽을 갖는 바스켓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장시스템의 효율성과 제작경제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장시설의 소형화 경량화, 열적 안정성 향상까지 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 세계 중성자 흡수재 산업체에서는 이러한 구조성능과 중성자 흡수능을 모두 갖춘 '중성자흡수 구조재'를 개발하고자 했지만, 쉽게 부서지는 성질인 취성을 극복하지 못해 모두 실패하였습니다. 저희 연구팀에서는 기존의 중성자 흡수재와는 달리 새로운 금속과 새로운 중성자 독, 즉 중성자를 흡수하는 물질의 조합을 개발하여 구조지지 성능과 중성자 흡수능을 만족시킬 수 있는 'KONAS'라는 "중성자흡수 구조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였습니다.

[앵커]
구조성능까지 겸비한 중성자흡수재라는 말씀이신데 현재 사용되고 있는 '중성자흡수재'에 비해서 어떤 점이 더 좋아졌나요?

[인터뷰]
저희가 개발한 KONAS 중성자흡수 구조재는 상용 중성자 흡수재인 소재 보다, 강도는 2.5배 파괴되지 않고 잘 늘어나는 성질은 연성은 16배 충격에 대한 저항성은 9배 및 중성자 흡수능은 2.5배 향상되었습니다. 'KONAS'의 최대 장점은 기존의 복잡한 3중 벽 구조의 바스켓을 제작하지 않고, 단일 벽 형태의 바스켓을 제작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입니다. 즉, 설계 제작을 단순화 함으로서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스템의 경제성과 성능을 모두 향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말 그대로 모든 면에서 우월한 소재를 개발하셨다고 이해하면 될 텐데 그런데 그동안 이 중성자 흡수재를 만들지 않고 수입에 의존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기간 원자력발전을 하면서도 중성자 흡수재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해 사용후핵연료 저장에 필요한 중성자 흡수재를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해왔습니다. 기존 Al-B4C 복합소재는 이미 1950년 이전에 개발되어 미국, 일본, 유럽, 캐나다 등의 원자력 선진국에서는 이를 상용화를 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소재에 대한 원천기술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산업체 자체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중성자 흡수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요.

또한, 동일한 소재를 국내에서 상용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해외에서 기술우위를 가지고 있고 사용 경험도 많기 때문에 국내 산업체가 시장에 진입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세계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더 저렴하거나 더 우수한 성능을 갖는 중성자 흡수재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앵커]
국산화가 됐다면 기존 수입재보다 가격이 더 저렴해야 할 텐데요. 경제적인 면은 어떤가요?

[인터뷰]
실제 중성자 흡수재 가격 자체만 비교해보면 기존 Al-B4C 복합소재보다 'KONAS'가 약 1.3배 정도 비쌉니다. 그러나 'KONAS'를 적용하여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스템을 제작하면, 3중 벽 구조의 바스켓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제작비용 대비 훨씬 저렴하게 바스켓을 제작할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는 제작 경제성이 향상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KONAS'를 사용할 경우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스템의 크기를 줄일 수 있어 저장시스템 제작에 소요되는 원 소재의 양도 줄여 경제성을 추가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앵커]
충분히 경제성도 갖춘 소재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사용후핵연료의 저장방식이 습식과 건식으로 나뉜다고 하던데요. 정확히 어떤 방법이며, 개발하신 물질은 어떤 저장방식으로 적용하나요?

[인터뷰]
습식저장은 물로 채워진 수조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열과 방사선량이 낮아지도록 보관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장 수조는 모든 원전에 설치되어 있으며,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에 내벽이 스테인리스강 등으로 구성된 이중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반면, 건식저장은 사용후핵연료를 물이 아닌 공기로 식히는 것을 말하며, 이미 세계적으로 상용화되어 안전하게 운영 중입니다. 원자로에서 나온 직후의 사용후핵연료는 물로 식혀야 하지만, 5년 이상 지나면 공기로 식혀도 충분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중수로형 건식저장 시설이 1992년부터 운영되고 있습니다. 건식저장은 습식저장에 비해 장기관리, 운전관리비용, 확장 용이성 등에 있어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제가 개발한 KONAS의 경우 건식저장을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내식성 또한 우수하여 건식저장과 습식저장시설 모두에 적용될 수가 있습니다.

[앵커]
구조, 흡수 서능도 굉장히 좋은 그런 KONAS인 거 같은데 개발하신 물질의 핵심 소재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최적의 배합을 찾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하셨는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저희가 개발한 'KONAS'는 타이타늄이라는 경량금속을 기반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이러한 경량금속에 특허가 공개되지 않은 관계로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다양한 종류의 중성자를 흡수하는 원소, 즉 중성자 독들을 복합적으로 첨가하여 개발한 소재입니다. 이러한 타이타늄과 중성자 독들의 조합을 찾아내기 위해 열역학 계산을 기반으로 하는 이론적 연구와 이론적 계산을 토대로 예측된 합금조성에 대해 실제로 소형합금을 제조하여 평가하는 실험적 연구를 병행하여 최적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합금조성의 조합을 도출하였습니다.

[앵커]
상용화는 언제부터 예상하십니까?

[인터뷰]
저희가 개발한 KONAS를 상용하기 위해서는 이 소재를 용해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산업체가 있어야 하는데요, 국내에는 중소기업을 포함하여 5개 산업체가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습니다. 현재 필요한 일은 실험실적으로 제조된 소재를 산업체 규모의 대용량으로 제조하는 즉 scale-up 과정의 최적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를 위해 현재 국내 중견 산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산업체와의 기술이전 협의를 완료하면 향후 5년 이내에 상용화가 가능합니다.

[앵커]
원자력 발전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우리가 원전 기술의 독립을 넘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앞으로도 많이 애써주시길 바랍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천영범 책임연구원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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