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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UN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 28차 합의문 내용은?

2023년 12월 26일 오후 5:03
■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되는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는 인류가 직면한 기후 상황을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결정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는데요. 기후위기에 대한 전망이 절망적이라는 연구가 계속 나오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우리가 중단할 수 없는 것은 인류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28차 당사국총회에서 어떤 부정적·긍정적 결론이 있었는지 알아볼 텐데요.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이번 28차 당사국총회에서 최종 결론된 것이 화석연료의 감축이라는 단어 대신에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었는데요. 이렇게 결정된 배경은 무엇인지요.

[인터뷰]
2015년 파리협약부터 작년 27차 당사국총회까지 기후위기를 부르는 화석연료를 퇴출해야 한다는 논의는 계속돼왔지만,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중동 산유국과 중국과 인도 등의 반대로 26차 당사국총회에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합의했었고요. 27차 당사국총회에서도 결정하지 못하고 이번 회의로 미루어졌는데요. 이번에 당사국총회를 주최한 아랍에미레이트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초안에서 '단계적 퇴출' 대신 '소비와 생산 감소'로 물타기 된 문구를 넣었는데요.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협상이탈을 선언하자 폐막일을 하루 넘기면서 합의된 단어가 퇴출이나 감축이 아닌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 된 것이지요.

합의문에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가 "넷제로'(이산화탄소 순 배출 0)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결정적인 10년 안에 에너지 체계에서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좋든 싫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피할 수 없다. 너무 늦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려 섞인 말을 했지요.

다만 긍정적인 부분은 전환의 시기 등을 조금 더 구체화했다는 건데요. 막연하게 '2050년 이전 혹은 그즈음까지'로 썼던 것을 '결정적인 10년 안'으로 바꾼 거지요. 그러니까 1.5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 이전에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제시한 겁니다.

[앵커]
작년 이집트에서 개최되었던 27차 당사국총회에서 가장 큰 이슈가 손실과 보상 문제였는데 이번 당사국총회에서는 어떻게 결론이 지어졌나요?

[인터뷰]
당사국총회 첫날 개막식에서 아흐마드 자비르 의장이 '손실과 피해 기금' 운영 방안에 대한 결정문 채택을 선언했는데요. 기후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만드는 문제가 심각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말 의외로 결정문에 각국이 합의했지요.

원래 기금조성 초안이 5억 달러였는데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가 기금에 1억 달러, 독일 1억 달러, 이탈리아 1억 유로, 유럽연합(EU) 1억4539만 달러, 영국 5,100만 달러, 미국 1,750만 달러, 일본 1천만 달러 등을 기탁 하여 7억 달러를 넘어선 겁니다. 손실과 피해 의제에 대해서는
유엔 재난 위험 저감국과 유엔 프로젝트 서비스국이 주최하기로 합의를 했고요. 이를 통해 기후변화의 악영향에 특히 취약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 지원을 시작해 나가기로 했지요. 다만 저개발국의 손실과 피해기금으로는 너무 적다는 의견이 많았지요.

[앵커]
기후 평등으로 나아가는데 첫 걸음 뗐다는 의미는 있겠습니다. 현재 인천에 본부를 두고 있는 녹색기후기금 (GCF)에 대한 기금지원 약속도 있었다고요?

[인터뷰]
저개발국에 기금을 지원해주는 녹색기후기금에 대해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6개국이 신규 자금 지원을 약속했고요. 현재 31개국의 총 공약은 사상 최대인 128억 달러에 달하며, 추가적으로 기여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8개 공여국 정부는 현재까지 총 1억 7,400만 달러 이상의 최빈개도국 기금 및 특별 기후변화 기금에 대한 새로운 약속을 발표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청정에너지 전환, 국가 기후 계획 및 적응 노력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비용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지요.

[앵커]
이번에 긍정적인 것 중의 하나가 탈 석탄동맹이라고 하던데 내용이 무엇인지요?

[인터뷰]
'탈석탄동맹'(PPCA)은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신속히 퇴출하자며, 2017년 영국과 캐나다 주도로 결성되었는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나머지 국가들은 2040년까지 석탄 사용을 중단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지요. 그런데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미국과 체코, 키프로스, 도미니카공화국, 코소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 7개의 나라가 새로 가입했는데요. 석탄 설비 용량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미국의 대통령특사인 존 케리는 "2035년까지 무탄소 전력 100%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 우리는 탈석탄동맹과 함께 전 세계의 탈석탄화를 가속하겠다"고 밝혔지요. 현재 OECD 국가 중에서 한국과 일본, 호주, 터키 등 4개 나라만 탈석탄동맹에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목표가 이번 합의문에 들어갔다고요?

[인터뷰]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를 퇴출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이에 이번 당사국총회에서도 "세계 재생에너지 설치량 3배 증가, 평균 에너지 효율 개선율 2배 증가" 목표를 결정문에 넣은 것은 온실가스 감축에 긍정적이지요. 다만 초안에 들어있던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을 2022년 대비 3배 늘려 2030년에 1만1000GW에 도달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율은 2배 늘려 4.1%에 도달한다"는 기준점, 목표 수치가 빠진 점은 아쉽지요.

그리고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핵발전도 포함되었는데요. 합의문에는 처음으로 탄소 제거 기술에 대해선 '특히 감축이 어려운 영역의 경우인 경우 핵발전(원전)을 포함한 '무탄소·저탄소 기술을 가속화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이번 당사국총회에 참가한 일부 국가들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 발전 규모를 2050년까지 현재(2020년 기준)의 3배로 늘려야 한다고 선언했는데요. 이 선언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 20여 개국이 서명했습니다.

[앵커]
이번 28차 당사국총회 내용을 보니깐 조금 부끄러운 눈길이 가는 내용이 있던데요, 우리나라가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기후 악당'으로 뽑혔다고요?

[인터뷰]
참 부끄러운 일이죠. 먼저 세계 기후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기후 악당'들에게 수여하는 불명예스러운 상인 화석상을 한국이 받았는데요. 한국은 캐나다의 앨버타주와 노르웨이에 이어 세 번째 화석상을 받았지요. 한국은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외에도 국제 기후변화 정책 분석 전문기관인 저먼워치 등이 발표한 주요국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평가에서 한국은 유럽연합(EU)을 포함한 64개국 가운데 61위를 기록했는데요. 기후변화대응지수는 각 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 재생에너지 사용, 기후정책 등 4개 분야의 성과를 계량화한 것인데요. 이들 2005년부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에 책임이 있는 64개 나라의 지수를 산정해 순위를 발표해오고 있지요.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우리나라보다 기후 대응을 못 하는 나라는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세 나라뿐으로, 이 세 나라는 산유국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꼴찌라고 봐야 하지요. 그러니까 국제적인 기후분석기관이나 단체에서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거의 대응하지 않는 매우 불성실한 나라라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수출을 해서 먹고 사는 나라로,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불성실하다는 인식이 깊게 새겨질수록 국제사회에서 수출이나 경제협력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번 정부는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기후 대응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씀이시네요.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해 보입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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