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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짠맛·신맛·단맛·떫은맛 모두 느낀다…'전자 혀' 시스템 개발!

2024년 01월 11일 오전 09:00
■ 장경인 / DGIST 로봇·기계전자공학과 교수

[앵커]
사람의 혀에는 '맛 세포'가 있어 음식을 먹을 때 다양한 맛을 느끼지만, 사람의 입맛은 각각 달라 '맛'에 대한 수치를 정량화하기 어려운데요. 사람 대신 인공 '전자 혀'가 맛을 느끼고 그 맛이 어떤 맛이고, 정도는 어떤지 객관적인 평가를 한다면 어떨까요?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전자 혀'에 대해서 DGIST 로봇·기계전자공학과 장경인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우선 개발하신 '전자 혀'어떤 건지 소개부터 해주실까요?

[인터뷰]
이번에 개발한 전자 혀는 일종의 인공 미각 센서입니다. 전자 혀는 인간의 미각을 모방하여 우리가 먹고 마시는 커피, 와인 등 음식의 다양한 맛을 구분합니다. 음식의 단맛, 짠맛, 신맛, 떫은맛의 정도를 동시에 감지함은 물론이고, 대상이 되는 음식의 다양한 맛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해당 음식의 종류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와인의 종류 및 숙성도를 감별하는 소믈리에가 있다면, 저희가 이번에 개발한 전자 혀는 일종의 디지털 소믈리에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인간의 미각을 모방했다고 하셨는데요, 센서의 모양과 구조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요?

[인터뷰]
사람은 코로 음식의 향기를 맡고, 혀로 음식의 맛을 느낍니다. 이때 사람의 혀에는 표피조직 속에 다양한 맛을 느끼는 맛 세포가 분포해 있습니다. 맛 세포에서는 맛을 내는 물질을 화학적으로 감지하고 이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하여 우리의 뇌로 전달합니다. 뇌는 다양한 맛을 종합적으로 판단 및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지금 어떤 음식을 먹고 마시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전자 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센서에도 동일하게 맛을 느끼는 인공 맛 세포가 있습니다. 이 인공 맛 세포가 맛을 내는 물질을 화학적으로 감지하고 이를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하여 컴퓨터로 데이터를 전달합니다. 전자 혀 시스템의 인공지능은 측정된 미각 데이터로부터 지금 이 음식이 어떤 음식인지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앵커]
우리가 맛을 느끼는 혀도 다양한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그럼 전자형 센서는 어떤 물질, 소재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인터뷰]
인공 맛 세포를 만들기 위해 맛을 내는 물질에 화학적인 반응을 하고 전기적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질 막'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다음으로 혀의 생물학적 구조를 고분자 폴리이미드 소재를 이용하여 구현하였고, 신호측정을 위해서 소량의 금속성 소재를 사용하였습니다.

[앵커]
전자 혀 시스템이 우리가 일상에서 먹고 마시는 음식 종류 상관없이 측정이 가능한가요?

[인터뷰]
네. 저희가 개발한 전자 혀는 먹고 마실 수 있는 음식은 대부분 가능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커피, 와인, 맥주, 국, 찌게 등 음식이 액체 즉 액상의 형태이면 바로 측정 및 구분이 가능합니다. 다만, 밥이나 고기처럼 우리가 음식을 씹어서 맛을 느끼는 고체 형태의 음식들은 별도의 분쇄과정이 동반된 경우에 저희 전자 혀 시스템을 이용하여 맛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정말 절대 미각이 아닐까 싶은데요. 다양한 맛들을 구분해 낼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개발한 전자 혀는 음식의 맛을 내는 물질에 화학적으로 반응하여 맛의 세기에 따라 전기적인 신호를 만들어내는 '지질 막' 소재를 미각 센서로 이용합니다. 단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질 막은 단맛의 세기를 측정할 수 있고, 짠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질 막은 짠맛의 세기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전자 혀 시스템은 다양한 인공 지질 막들을 동시에 사용하여 음식의 단맛, 짠맛, 신맛, 떫은맛을 구분할 수 있고 그 맛의 정도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앵커]
앞서서 먹고 마시는 음식들은 거의 대부분 전자 혀 시스템으로 구분이 가능하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그럼 이게 실제로 사람의 혀처럼 특정 물질을 대고만 있어도 구분해 내는지, 아니면 담그는 형식인지 사용법도 궁금하거든요.

[인터뷰]
네, 현재 저희가 개발한 전자 혀 센서는 액체성분의 맛 물질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간편하게 커피 등 분석하고자 하는 음식에 저희 전자 혀 센서를 직접 담가서 측정할 수 있습니다. 또는 와인과 같은 주류를 센서 표면에 몇 방울만 떨어뜨려도 센서는 와인의 맛을 정확히 분석하고 고유의 맛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고체형상이긴 하지만 먹기 위해 내놓은 레몬처럼 표면에 액상의 과즙을 머금고 있는 경우에는 전자 혀를 레몬에 직접 대고 있기만 해도 정확한 측정이 가능합니다.

[앵커]
사람도 혀에서 맛을 느낄 때 화학신호가 뇌로 가서 전기적인 신호로 맛을 감지해 내는 거잖아요? 그러면 이런 전자 혀 시스템도 특정 전자 장치와 연결되어서 어떤 맛인지 알려주는 방식인가요?

[인터뷰]
저희 전자 혀 시스템은 맛 물질에 반응하여 화학적 신호를 전기적으로 변환해주는 일종의 미각 센서입니다. 전기 화학반응 시 발생하는 전류를 측정하면 되는데, 포텐시오스탯 (Potentiotat)이라고 하는 전기화학분석기를 이용하면 됩니다. 반도체 Chip의 형태의 전자 장치이며,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기기에 회로를 연결하면 맛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앵커]
맛이라는 게 사실 굉장히 단편적이지 않고 다양한 맛이 섞이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럼 전자 혀도 짠맛과 신맛을 섞어도 맛 구분을 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저희 전자 혀 시스템은 각각의 맛의 세기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습니다. 짠맛과 신맛이 섞여도 이 음식이 새콤달콤한 맛인지, 달고 짠 맛인지 그 정도가 어떠한지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정말 신기한 거 같은데요.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와인 맛을 구분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터뷰]
네, 구분이 가능합니다. 어떤 와인은 산미가 강하고, 또 어떤 와인은 달큼함이 많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소믈리에는 와인 테이스팅을 통해 와인이 가진 맛의 조합 즉 고유의 맛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와인을 감별합니다. 이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저희 전자 혀 시스템도 와인이 가진 고유의 맛을 분석하는 '맛 프로파일링 실험'을 통해 와인을 감별해냅니다.

[앵커]
맛 프로파일링 실험이라고 하셨는데, 그 실험이 뭔가요?

[인터뷰]
저희가 먹는 음식은 소금, 설탕처럼 단순한 맛도 있지만 와인, 음료수, 국처럼 대부분 다양한 맛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고유의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자 혀 시스템은 음식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맛을 각각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취합하여 음식이 가진 고유의 맛을 알아냅니다. 이 맛 정보를 저희 전자 혀 시스템의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모델에 적용하면 음식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는데, 저희는 이를 '맛 프로파일링'이라고 부릅니다.

[앵커]
정말 식품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 같은데요. 그런데 인간의 미각을 모방한 미각 센서가 기존에 많이 개발됐었는데, 이번에 개발하신 건 기존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인터뷰]
기존의 미각 센서는 단일 맛을 느끼는 데에 기술개발의 주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이번에 저희가 개발한 전자 혀 시스템은 와인이나 커피 몇 방울만 가지고도 단맛, 짠맛, 신맛, 떫은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통합형 미각 센서입니다. 저희 시스템은 단순히 맛을 계측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미각에 특화된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음식이 가진 총체적인 맛, 또는 고유의 맛으로 음식의 종류를 인지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고도의 수련이 필요한 소믈리에처럼 와인의 종류까지 맞출 수 있는 높은 미각 지능을 가졌습니다. 추가로 이번에 개발한 전자 혀 시스템은 기존의 기술과 다르게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음식의 온도까지 동시에 측정 가능하여, 차가운 커피인지 따뜻한 국인지 도 구분이 가능합니다.

[앵커]
요리사들이 좀 무서워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맛이라는 게 4가지 맛 외 복잡한 맛도 파악해야 하고 어느 정도 달고 어느 정도 신지, 그런 맛의 정도가 있는데 그런 것도 파악이 가능한가요?

[인터뷰]
네, 현재는 단맛, 짠맛, 신맛, 떫은맛 총 4가지 맛의 측정이 가능합니다. 이 음식이 얼마나 짠 음식인지 그리고 얼마나 단 음식인지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재 4개의 기본적인 맛으로도 충분히 많은 종류의 음식을 구분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좀 더 완벽한 맛을 느끼는 전자 혀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쓴맛, 통증으로 분류되는 매운맛 등을 측정할 수 있는 미각 센서를 추가로 개발 및 통합하려는 계획이 있습니다.

[앵커]
지금 맛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전자 혀 시스템이 음식 산업에도 많이 도움이 될 거 같은데, 또 어떤 부분에 활용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먼저 식품산업 분야의 활용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품 생산공정에서 가공된 식품의 맛을 의도한 대로 그리고 균일한 맛이 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저희 전자 혀 시스템이 제품생산공정의 품질관리 분야에 활용된다면, 제조하고 있는 식품의 맛을 실시간으로 판별함으로써 균일한 품질의 식품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음으로, 로봇산업 분야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주된 산업영역으로 분류된 이 분야는 로봇이 달리거나 점프를 뛰는 활동성뿐만 아니라 인간처럼 오감을 느끼게 하는 센싱 분야도 중요한 화두입니다. 로봇에 시각을 부여하는 카메라나 청각을 부여하는 마이크처럼, 저희가 개발한 전자 혀 시스템이 차세대 로봇에 미각의 기능을 새롭게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은 절대 미각이죠, 전자 혀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우리 식품 산업을 넘어서, 또 로봇 산업 향상에 큰 기여를 하기를 바랍니다. DGIST 로봇, 기계전자공학과 장경인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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