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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햇빛 쬐면 스스로 발열하는 결빙 방지 코팅기술 개발

2024년 01월 25일 오전 09:00
■ 김형수 /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앵커]
요즘 같은 날씨에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자동차나 집 유리창 표면에 성에가 끼거나 얼어붙어서 불편했던 적 있으실 텐데요. 국내 연구진이 햇빛을 쬐면 스스로 발열하는 필름을 개발해 성에를 쉽게 제거하고, 에너지 절약 효과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와 함께 어떤 기술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우선 빛을 쬐는 것만으로도 결빙이 방지되는 필름을 개발하셨는데요. 먼저 어떤 기술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 드리겠습니다.

[인터뷰]
요즘과 같이 겨울철엔 추운 게 항상 고역입니다. 저희 연구팀이 개발한 것은 빛을 받으면 스스로 발열을 하는 박막을 만드는 코팅 기술입니다. 박막을 만드는 코팅 잉크는 나무에서 추출한 셀룰로스 나노결정 물질을 금 나노입자와 함께 만들었고요. 이 잉크가 마르면서 코팅된 패턴은 햇빛을 쬐면 스스로 발열하는 필름이 됩니다.

[앵커]
그럼 빛을 얼마 동안 쬐어야지 온도가 올라갈까요?

[인터뷰]
-15℃ 정도의 매우 차가운 금속 표면 위에서 저희 연구팀이 개발한 필름을 올려놓으면 수십 초 이내로 필름 표면의 온도가 10℃ 이상으로 유지됩니다. 빛이 계속 조사되고 있다면 온도는 유지가 됩니다.

[앵커]
전기 공급이 없어도 빛을 쬐면 온도가 올라가 결빙을 방지해 주는 기술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햇빛이 아니라 지금 여기 있는 조명 같은 빛으로도 가능할까요?

[인터뷰]
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반 조명이나 형광등도 충분히 밝으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연구실에서는 실험용 일반 램프를 통하여 테스트를 했고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가시광선 파장의 영역에 해당하는 광원은 모두 적용이 가능하고 빛의 세기가 충분하다면 발열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영하의 날씨에서도 빛을 쬐면 좀 따뜻해질 뿐이지, 발열을 한다, 이런 개념은 전혀 없었거든요. 태양 빛이나 가시광선만 쬐어도 자체적으로 열을 발생시키는 게 어떤 원리인가요?

[인터뷰]
빛을 받아서 스스로 발열하는 자발적 광 발열 효과는 금 나노막대 입자 덕분인데요. 머리카락의 1/1000 정도 되는 금 나노막대 입자가 외부로부터 빛 에너지를 받으면 금 표면에 자유전자가 진동하는 공명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때 많은 자유 전자들은 스스로 진동하는 운동 에너지가 발생하게 되고 이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게 됩니다. 이를 우리는 '표면 플라스몬 공명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열을 발생시키고 싶은 부분에 저희 물질을 잘 도포 하고 그 표면에 적당량의 빛을 잘 조사하면, 그 물질 표면에서 자체적으로 열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양의 금 나노 막대 입자를 얼마나 균일하고 고루 코팅하느냐가 핵심 기술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금 나노막대 입자가 또 핵심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게 어떤 물질일까요?

[인터뷰]
자발적 광 발열 효과를 일컫는 플라즈모닉 공명현상 덕분에 열이 발생하는 것인데, 금뿐만 아니라 은이나 다른 금속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서 나노 크기 입자의 금속이면 모두 가능합니다. 다만, 금이 이 효과가 가장 뛰어난 특성을 보이고 화학적으로도 안정한 물질이며 생체 적합성이 높고 제조가 용이해서 많이 언급되고 사용되는 것입니다.

[앵커]
앞서서 금 나노막대 입자를 얼마나 균일하고 또 고르게 코팅하느냐가 핵심 기술이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런데 머리카락 두께 1/1000 수준의 나노입자라면 사실 눈에도 보이지 않아 패터닝 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 같은데, 필름 형태로 만드는 원리가 꽤 복잡했을 것 같아요.

[인터뷰]
이 부분이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입니다. 세균의 크기가 1에서 5마이크론이고 코로나바이러스가 대략 100나노미터 정도입니다. 눈으로 보기 힘들죠. 우리가 밀리미터 사이즈의 쌀알을 차곡차곡 쌓거나 골고루 펴서 펼친다고 생각해도 시간이 꽤 걸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입자를 특정 형태로 패터닝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죠. 마이크로 나노 입자들은 특정 환경에서 스스로 뭉쳐지는 현상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입자들의 자가조립현상을 이용하였고, 자가조립하고자 하는 물질을 잘 알고 그 조성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셀룰로스 나노결정, CNC라는 나무에서 추출한 나노입자를 이용하였고, 이 CNC라는 물질이 규칙적인 자가조립과 자가정렬을 스스로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현상만 발견되었다면 저희는 CNC가 규칙적이고 균일하게 코팅이 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CNC라는 물질은 친환경 소재이기도 하고 여러 좋은 장점들이 있어서 최근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요. 이 CNC라는 물질은 금 나노막대 입자와 함께 자가결합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CNC로 긴 막대 형태인데, 금 나노막대 입자가 이 CNC 막대 입자에 나란히 붙게 됩니다. 결론적으론 CNC와 금 나노막대 입자를 잘 섞어서 코팅하게 되면 CNC가 균일하게 코팅되면서 금 나노막대 입자도 같이 균일하게 코팅이 되게 되는 원리입니다.

[앵커]
균일하게 코팅이 되는 원리이면 필름이라고 하면 붙이는 형식인가요?

[인터뷰]
지금 코팅한 패턴이 대략 머리카락의 1/10 정도 되는 10마이크론 미만의 얇은 박막이기 때문에 필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개발한 기술은 이 박막의 소재를 개발한 것이고요. 잉크라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차후에 프린팅된 이 코팅 패턴을 다른 쪽으로 전사시키게 되면 필름처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필요하다면, 필름과 같은 재료에 직접 잉크를 코팅해서 진짜 필름처럼 만들면 유리창과 같은 곳에 썬팅지처럼 부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적용하고자 하는 곳에 따라 코팅하는 기술을 달리 적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실험 영상을 계속해서 나오는 걸 보면 개발한 필름이 검은색으로 보이는데요. 저희가 필름이라고 하면 투명해야 많은 곳에 쓰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인터뷰]
네, 맞는 말씀이십니다. 지금 바로 쓸 수 있는 곳도 있는데요. 사실 투명할 필요가 없고 얼음이 얼지 못하도록 하는 방빙 효과가 필요한 비행기 표면이나 실외 벽 주택이나 아파트 외부 동파가 걱정되는 노출된 관에 사용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편으론 가시성이 보장돼야 하는 투명한 창 같은 곳에 쓰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원천 기술을 개발한 기초단계라 "균일하게 코팅이 되는지?" 그리고 "발열이 잘 되는지?" 에 대한 처음 확인한 상태입니다. 말씀해 주신 바와 같이 실제 자동차 및 주거 공간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필름 구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희 연구팀은 휴대폰이나 패드의 터치스크린을 제작하는 코팅 응용으로 확장하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현재 대면적으로 투명하면서 발열하는 필름 개발하려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도 더 무궁무진한 발전이 있는 기술일 것 같은데요. 말씀하신 비행기 표면이나 아파트 외부 동파를 방지하기 위한 관 외에 또 어느 분야에 쓰일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저희가 개발한 소재와 코팅 기술은 금 나노막대 입자 덕분에 빛만으로 발열할 수 있는 소재이고 대량생산이 유용한 코팅 기술이라 매우 다양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빛을 받는 조건에서 열이 필요한 분야에는 다양하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비행기 표면, 외장 페인트, 그리고 저희 코팅 기술의 장점이 유연한 소재에도 코팅이 가능한 기술이라 겨울철 아웃도어와 장비같이 추운 환경에 노출되는 다양한 표면에 적용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나노 금 막대 입자를 썼는데, 이것 대신에 다른 기능을 가진 신소재로 교체하여 확장 사용한다면 또 다른 기능을 가진 필름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요. 나노입자들의 자가 정열 패터닝 기술을 좀 더 확장하면 다양한 패터닝 기술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어려운 연구를 잘 이끌어준 편정수 박사과정, 박순모 박사, 그리고 공동연구에 큰 기여 해주신 윤동기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앵커]
네, 외부에 주차하시는 분들 정말 이러한 '성에'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 많으시잖아요. 뿐만 아니라, 말씀하신 동파와 관련된 문제들도 이 기술로 어느 정도 불편함을 좀 상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도 좋은 연구 계속해서 부탁 드리겠습니다. KAIST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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