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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시] 리스본! 블록체인 커뮤니티 활발…서울과 닮은 도시

2024년 02월 05일 오전 09:00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도시로 떠나볼까요?

[기자]
오늘은 둘러볼 곳은 서울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울과 닮은 점이 많은 도시인데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의 허브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도시입니다. 준비된 영상 보시고 어디인지 감 잡아보시겠습니다.

[기자]
오늘의 과학도시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입니다. 포르투갈은 이베리아 반도 서쪽 끝에 있는데, 동쪽·북쪽은 스페인과, 서쪽·남쪽은 대서양과 닿아있습니다. 수도인 리스본은 포르투갈 서쪽 해안가 도시인데,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경관 덕분에 인기 여행지이자, 부자들의 노후 정착지로도 꼽힙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상자산 부호들이 리스본에 몰리면서 세계 최대 블록체인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는데요. 오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앵커]
앞선 영상에서 리스본이 우리나라와 닮은 모습이 많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런가요?

[기자]
일단 인천과 리스본은 직항이 없어서 그런 의미의 접점은 없지만요, 또 과거 2019년 한때 리스본 직항이 있었지만, 그때도 유럽 항로 중 가장 먼 항로로 꼽히는 멀게 느껴지는 도시이기도 한데요. 포르투갈과 우리나라, 그리고, 리스본과 서울의 닮은 점을 몇 가지 꼽을 수 있습니다. 일단 포르투갈 면적이 9만2천㎢로 우리나라의 10만㎢와 비슷하고요, 우리나라와 포르투갈 모두 바다와 닿아 있고, 내륙은 산지로 가득하다는 지형이 닮았습니다.

또 이런 지형 때문인지 리스본 광역권에 포르투갈의 인구의 3분의 1이 몰려 있어서 도시 과밀이 심각한 점이 서울과 닮았고요, 유럽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도시 중 하나가 리스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리스본은 부동산 가격이 포르투갈 다른 지역보다 매우 비싼 편인데요, 최근 외지인의 부동산 매입이 더 활발해져서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더 오르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부동산 흐름도 닮았고, 저출산, 도시 집중, 그리고 바다와 맞닿아있는 점이 우리나라와 같은데요. 그런데 리스본이 최근 부자들이 주목하는 도시가 됐다고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포르투갈은 15세기에서 17세기 수많은 식민지를 만들었고, 전 세계를 제패했다, 그 가운데 항구도시였던 리스본이 있었다, 이렇게 알려졌는데, 18세기 중반 리스본 대지진으로 당시 리스본의 건물 85%가 초토화되면서 도시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지금의 포르투갈은 1인당 GDP가 세계 40위권이고, 유럽에서는 빈국에 속하는데요, 그런데 최근 들어 유명한 부호들이 리스본으로 몰려들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포르투갈이 지난 2012년부터 외국인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투자 이민을 적극적으로 장려했기 때문인데요, 골든 비자 제도라고, 외국인이 50만 유로, 그러니까 우리 돈 약 7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포르투갈에 직접 투자하면 장기 비자를 발급해주는 겁니다. 골든 비자 제도로 10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포르투갈에 유입됐고요, 포르투갈의 이민자 수는 지난 2022년 기준 70만 명을 돌파했는데, 인구의 거의 10%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앵커]
그런데 특히 가상자산 부자들이 몰려든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한 업체가 지난 2년간 포르투갈에 유명 가상자산 투자가 수백 명이 이주했다며, 전 재산을 비트코인으로 바꾼 것으로 유명한 디디 타이후투도 그중 한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가상자산 부호들이 몰린 큰 이유는 가상자산에 대한 세금 혜택 때문인데요. 유럽 곳곳이 일찍부터 가상자산 세금 정책을 내놨거든요. 심한 곳은 가상자산으로 인한 수입에 대한 세율이 50%까지도 달했는데, 그에 반해 포르투갈은 2022년 말까지도 가상자산을 현금화할 때 세금을 매기지 않았고, 가상자산 거래에서 발생한 이득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매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가상자산으로 얻은 이익에 대해 28%의 세율로 과세하기로 했는데, 이마저도 가상자산을 12개월 이상 보유했다면 과세하지 않기로 해서 여전히 세금 혜택이 큽니다. 포르투갈도 법인의 경우는 가상자산으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매겨왔는데요, 법인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세율이 20% 내외로 유럽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으로 인식돼 부호들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매력적인 도시로 꼽힌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말씀 들어보니까 가상자산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도시일 수밖에 없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가상자산 부호들이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산업도 발달했겠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리스본에서는 거의 매일 밤 주간 단위의 블록체인과 가상 자산 관련 모임이 열린다고 하고요, 웹 서밋과 니어콘이라는 세계적인 규모의 IT 블록체인 컨퍼런스가 2020년 이후로 매년 리스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경제 매체 CNBC는 리스본의 공유 오피스에도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들이 많이 입주해있다는 현지 관계자의 인터뷰를 보도했습니다.

특히 유럽의 가상자산 전문 벤처캐피털인 그린필드 캐피탈의 조사 결과 유럽의 가상자산 관련 창업자들이 유럽의 가상자산 허브로 포르투갈 리스본을 압도적인 1위로 꼽았고, 베를린과 파리가 뒤를 이었습니다. 경제 매체 CNBC는 가상자산 스타트업 관계자의 말을 빌려 리스본에 블록체인 산업이 발달한 이유가 아름다운 건축물과 고급 레스토랑, 좋은 날씨와 함께 가상자산 관계자들의 커뮤니티가 잘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밖에도 포르투갈 정부가 블록체인 스타트업 육성을 장려하기 위해서 2019년부터 블록체인 기업들의 정보 교환을 위한 플랫폼 도입하고, 2021년엔 블록체인 기술자유구역 조성을 위한 법령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벨벳포뮬라와 판타스마 체인 등 이름은 생소하지만, 블록체인 업계에선 유망하다고 꼽히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아직 리스본에서 비트코인 가상자산을 화폐로 받는 것이 일반화돼 있지는 않지만, 일부 소상공인이나 병원에서는 비트코인 결제도 된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항상 명이 존재하면 암도 존재하는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이 발달하는 것은 좋지만, 현지인들은 또 다른 고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들었어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리스본에 가상자산 부호들을 포함해서 날씨나 도시 분위기에 이끌려서 이민 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도시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는데요, 바로 부동산값 폭등입니다. 투자 이민을 온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들이고, 공유숙박업체들도 많이 들어서면서 2022년에만 리스본의 임대료가 일 년 만에 40%가량 상승했고, 매매 가격도 급등했습니다. 이에 국민의 시위까지 벌어지면서 포르투갈 정부는 투자 이민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하고, 부동산 투자를 통한 골든 비자 발급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베를린과 파리가 리스본을 제치고 가상 자산 허브로 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지금은 블록체인 관련 산업의 대부분이 가상자산과 관련돼 있지만요, 미래에 블록체인이 금융이나 의료 등 다른 산업에서 획기적인 활용처를 찾게 된다면, 블록체인 산업이 자연스럽게 주목받을 텐데요, 그날이 올 때까지 리스본이 가상자산의 허브로 남아있을지, 베를린이나 파리 등 다른 도시에 자리를 넘겨 줄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리스본이 지금 안고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장점을 어떻게 극대화할지도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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