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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시] 홍콩! IT신도시의 시초…지금은 엑소더스 위기

2024년 04월 08일 오후 5:12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과학도시는 어딘가요?

[기자]
오늘 둘러볼 곳은 면적은 작지만, 동서양의 모습을 모두 갖추고 있는 매력적인 곳인데요. 한때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 테크 중심지로도 주목받았지만, 최근 인재와 자본이 모두 빠지고 있는 위기에 처한 곳입니다. 준비된 영상 보시고 어디인지 감 잡아보시겠습니다.


오늘 둘러볼 곳은 홍콩입니다. 홍콩은 엄밀히 말하면 도시라기보다는 중국의 특별행정구인데요, 면적은 천백㎢로 런던이나 뉴욕과 같은 세계 주요 도시보다 조금 작은 수준으로 영락없는 도시 같지만, 외교적으로는 국가처럼 다른 나라들과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식적인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달리 중국에 속해서 주권 행사에 제약을 가진 특이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아시아의 금융 자본이 몰리는 곳으로서 수십 년간 번성해왔지만, 코로나19 이후로는 활기를 잃어가고 있어서 오늘 이 내용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앵커]
홍콩은 금융 중심지인 건 잘 알려졌는데, 테크 허브, 과학도시로도 알려졌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동안 과학도시에서 언급된 것처럼 자본이 몰리는 곳에는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이 몰려들면서 과학이 함께 발전하곤 했는데요, 홍콩도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자금이 몰리면서 벤처캐피털 투자와 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습니다.

홍콩의 공용어가 영어이면서, 홍콩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가 용이하다는 이유 등으로 투자자들이 주목했는데요, 특히 홍콩 정부가 2004년 홍콩 남부에 과학기술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산업단지 사이버포트를 설립했습니다. 홍콩의 실리콘 밸리이자, 아시아 최초의 IT 신도시인데요, 아이디어가 있으면 2년 동안 무상에 가까울 정도로 저렴한 임대료만 내고 사이버포트 내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법인세 혜택 등을 주면서 벤처기업들을 육성한 건데요, 2022년 기준 테크기업 1,800여 개 사가 들어섰고, 핀테크 기업뿐 아니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사이버 보안, e-스포츠 등 다양한 IT 기업들이 입주했습니다.

1998년도 금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디지털 경제를 육성한 건데, 창업과 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규모가 점점 커졌습니다. 이후 일본에서도 사이버포트를 본떠서 오다이바 테크노파크가 들어섰고, 중국에서는 선전 시와 광저우시에 대규모 테크노밸리가 들어섰습니다. 우리나라 판교테크노밸리 사업의 모델이 되기도 했을 정도로 성공적인 IT 신도시 모델이 된 셈입니다.

[앵커]
세계 곳곳에서 본 딸 정도로 금융 허브에서 더 나아가 IT 허브로서도 성공적인 성과를 보였는데, 홍콩 상황이 2020년대 들어서 달라졌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2020년 중국 정부가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도입하면서 표현의 자유 등이 제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요, 자유의 나라로 불리던 홍콩이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고 여겨지면서 해외 자본과 외국인 인력들도 점차 빠져나가게 됐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중국의 강력한 봉쇄 정책인 제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인력과 자본이 빠르게 빠져나갔고, 홍콩의 중국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미·중 갈등까지 더 심화 되면서 상황이 안 좋아진 건데요, 이 기간 홍콩 자본시장의 IPO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홍콩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자본 조달액도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그러면서 현지 투자은행업계에 대규모 정리해고 바람이 불었고, 홍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외신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서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지위도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위기가 이어지면서, 학계의 인재들까지 떠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홍콩의 공립대학에서 학생과 교수진의 이탈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홍콩 대학을 떠나는 교수가 20년 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2022~2023년 홍콩 8대 공립대에서 학교를 떠난 교직원의 이직률은 7.6%로, 20년 만에 가장 높았고요, 특히 홍콩이공대의 이직률이 13%로 가장 높았는데, 이 같은 현상에 대해서 홍콩 내에선 연구인력의 이탈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등 정치환경 변화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외신에 따르면, 전직 홍콩이공대 총장은 인터뷰를 통해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홍콩의 정치환경 변화로 자발적으로 홍콩을 떠나려는 학자들이 있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학생들도 이탈하고 있는데요, 2021~2022년도에 2,300명의 학부생이 조기에 학업을 중단하여 이전 연도에 비해 4%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홍콩 8개 정부 지원 대학에서 이전에 기록된 조기 이탈자 수 2,212명을 초과하는 최대 수치라고 전해졌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인재들이 홍콩을 떠나서 새로 자리 잡는 곳은 어디인가요?

[기자]
반사효과로 싱가포르가 홍콩의 대안으로 떠올랐는데요, 캐나다 공공정책 연구기관 프레이저연구소는 2023년 보고서에서 홍콩이 1970년 후 처음으로 세계 최고로 자유로운 경제 지역 자리를 싱가포르에 내줬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팬데믹 지난 3년간 홍콩을 떠난 사람은 20만 명이 넘지만, 싱가포르의 외국인 체류자는 16만 명이 늘어났다는 보고도 나왔습니다. 홍콩 정부는 이 같은 인재와 자본 이탈을 막기 위해서 정책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요. 비자 요구 사항을 완화하고 새로운 채용 계획을 도입하는 등 인재 유치를 위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떠났던 외국인들이 다시 홍콩으로 들어오거나, 홍콩의 인재들이 다시 돌아오기보다는 중국 본토의 사람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집계에 따르면 홍콩의 비자 승인된 모든 사람 중 90% 이상이 중국 본토 출신입니다. 이 때문에 홍콩의 중국화가 더욱 가속화되면, 미·중 갈등에 따라 홍콩이 전처럼 글로벌하고 자유로운 도시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앵커]
네, 오늘 만나본 도시 홍콩이었습니다. 여행지로도 많이들 찾으시는데, 앞으로도 명성을 지켜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최소라 기자,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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