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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레드카펫] 죽음 권하는 초고령화 사회, 영화 '플랜 75'…노화·노쇠 막는 과학기술

2024년 02월 16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사이언스 레드카펫'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영화를 준비하셨나요?

[기자]
네 오늘은 일본 영화 '플랜75'를 준비했습니다.
이 영화는 일종의 SF로, 배경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까운 미래의 일본입니다.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기면서 청년층의 부담은 늘어가고, 노인 혐오 범죄까지 전국에서 일어나자 일본 정부는 '플랜 75'라는 정책을 발표합니다. 75세 이상 일본 국민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대신 국가가 준비금 10만 엔, 약 90만 원도 주고, 개인별 맞춤 상담, 장례 절차 지원 등 각종 혜택까지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정책입니다. 영화는 '플랜 75' 신청을 고민하는 주인공과 플랜 75에 관련된 상담사, 공무원, 유품관리사 등을 통해 초고령사회의 실태를 다양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앵커]
국가가 죽음을 지원한다는 게 섬뜩하기도 한데, 지금 나오는 영상도 그렇고 포스터도 보면 SF 영화 느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이 영화,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함이 계속 유지되는데요. 그 덕분에 오히려 '플랜 75'이라는 정책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SF지만 비현실적이지 않고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공포감도 극대화됐습니다. 경제나 생산성이 인간의 존엄성보다 더 중시되는 사회는 어쩌면 영화 속 상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현재의 모습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감독 역시 그럴듯한 말로 보기 좋게 꾸미고, 친절한 얼굴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플랜 75가 어쩌면 학살보다 더 위험한 존재로 그려진다고 말했는데요. 갈수록 심각해지는 저출산에 늘어가는 고령층, 각종 연금 고갈과 세대 갈등 등 이 영화가 그려낸 초고령사회의 문제점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앵커]
이 영화가 좀 더 와 닿는 이유가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큰 이슈지만,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지난해 말 19%를 넘어섰습니다. 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7% 이상일 때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지금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기 바로 직전 상태인데, 통계청은 내년, 2025년에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속도입니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 사회에 도달하는 연수는 7년인데,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나서 오스트리아 53년,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 10년 등에 비해 굉장히 빠른 상황입니다.

[앵커]
정말 초고령사회에 맞는 대비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은데요. 노화를 극복하려는 과학자들의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이제 노화는 자연적 현상에서 예방과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고요. 실제로 2018년 세계보건기구 WHO는 노화에 질병코드를 부여했는데요. 우선 노화 역전, 이른바 회춘과 관련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초, 미 하버드대 연구진이 유전자 돌연변이 없이도 노화를 유발하는 새로운 경로를 찾아내 늙고 병든 쥐를 젊고 건강하게 되돌리는 데 성공한 바 있었는데요. 연구진은 DNA 손상이 노화의 원인이라고 봤던 기존 이론과 달리, DNA를 수리하는 단백질의 기능 저하를 노화의 주요 원인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DNA 돌연변이를 고쳐주는 단백질이 오작동 없이 정확한 위치로 이동하게 하는 유전자 세 종류를 섞어 주입했더니 생쥐가 이른바 회춘했던 거죠. 바로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현재는 영장류 대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오는 2028년까지 총 200억 원을 투입해 노화 역전 연구에 도전할 예정인데요. 성균관대 김동익 교수팀은 노화를 일으키는 인자와 유전자를 밝혀내고,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는 적혈구의 노화를 개선하기 위해 조혈모 줄기세포 기반의 신약 개발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직 연구는 계속돼야 할 거 같지만 그래도 반가운 소식인 거 같은데요. 노화 자체를 어쩐지 막을 순 없을 것 같은데,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은 있을까요?

[기자]
과학자들은 노화 자체를 막는 것보다 더 중요한 노쇠를 막는 것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노화는 나이 들면서 신체에 발생하는 정상적인 기능 저하로,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돼 체감 어렵고 인위적으로 막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노쇠는 노화나 질병 등으로 일생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신체 기능이 수개월 내에 급격하게 떨어지는 상태를 말하는데요. 흔히 노쇠의 주요 원인은 근육의 양과 힘이 줄어드는 근 감소증입니다. 근육량과 근력은 30세에 최대에 이른 뒤 40대부터 줄어드는데요. 70세가 넘어가면 2배씩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20세부터 90세 사이 약 50% 정도가 감소합니다. 근감소증은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는 물론 당뇨, 암 등에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치료제는 없는 상태거든요. 그래서 최근 국내외적으로 노쇠의 전 단계인 근감소증의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팀은 전기자극을 통해 노인의 근 감소증을 완화하는 치료 방법을 찾았고, 스위스의 한 헬스케어 기업은 근감소증을 완화하는 약물 임상시험도 진행 중입니다.

[앵커]
근감소증 치료제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노쇠를 늦추려면 생활습관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결국 운동과 영양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난해 10월 칠레 연구진은 85세 이후 근력 운동을 시작해도 건강상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연구팀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주 3회 12주 동안 근육 강화 운동을 했더니 85세 이상에서도 근육량과 근력, 신체활동이 개선된 것을 확인한 건데요. 즉, 운동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거죠. 근력 운동과 함께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균형 있는 식사 등도 중요하지만, 구강 건강도 노쇠를 늦추기 위해서는 꼭 신경 써야 합니다. 구강 내 세균 감염이 반복되거나 염증이 생기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도 있었거든요. 구강 기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전체적인 노쇠나 장애, 사망률까지 높아진다고 하니 구강 건강에도 신경 써야겠습니다.

[앵커]
네, 오래 사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잘 사는 게 더 중요하지 않습니까? 건강히 잘 살기 위해서 건강관리 잘 해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오늘 '플랜 75' 영화와 함께 노화, 노쇠 막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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