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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들의 연구실] 소리없이 찾아오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제 개발

2023년 09월 06일 오전 09:00
■ 오경진 / 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앵커]
국가가 지원하는 우리나라 대표 출연 연구기관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 분야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코너, '국대들의 연구실'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방문해보겠습니다. '간'은 우리 몸의 여러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관이죠. 알코올로 인한 간 손상은 잘 알려졌지만, 술을 먹지 않아도 찾아오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인데요, 이와 관련해 어떤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지 오경진 책임연구원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연구원님 소속된 곳이 '대사제어연구센터'인데요, 어떤 곳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당뇨와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1세기 신종전염병'이라고 경고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전 연령대에서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중요한 보건의료 문제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비만과 당뇨를 포함한 대사질환에 기인한 문제는 각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관리와 체계적 예방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반해 뚜렷한 대안이 아직 까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대사제어연구센터는 글로벌 현안인 비만과 당뇨, 그리고 이들과 관련된 질환인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을 개선하기 위해 바이오 원천기술개발과 바이오 혁신 신약개발로 국민의 건강한 삶에 이바지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대사질환과 관련된 여러 연구 중에서도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해 연구하고 계신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
지방간은 간 전체의 5%를 초과하여 지질이 축적된 상태를 말합니다. 지방간은 건강검진을 하면 쉽게 진단받지만, 장기간 방치 하면 지방간염, 간 경변,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흔히 지방간은 과다한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술을 마셔서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의 비율은 전체 지방간 질환의 약 2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비만이나 당뇨병 등과 관련된 비알코올성 지방간입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가장 흔한 간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30%가량에서 나타나며 만성 간 질환의 주요요인입니다. 최근 비알코올성 간 질환에 따른 간암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의 개선 및 치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 되고 있습니다.

[앵커]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더 많은 건데요, 지금까지 나와 있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치료방법이 있을까요?

[인터뷰]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까지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제는 전무합니다. 때문에 '피오글리타존'과 같은 당뇨병 치료제와 '스타틴'과 같은 지질 강하제, 항산화제 '비타민E' 등을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제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포함한 대사질환의 치료는 약물의 장기간 복용을 통해 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다른 질환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물을 대안적으로 사용할 경우 다양한 부작용 나타날 수 있어 저희 연구자들은 이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많은데요, 치료제 개발과 같은 연구가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실제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광범위한 임상학적, 조직학적 특징을 포함합니다. 가령 환자가 똑같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진단받더라도, 간의 지방간증, 염증, 간 경변 정도가 다르고, 유발원인도 다양하기 때문에, 질환의 이질성은 연구 결과를 표본화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간 내에는 다양한 세포군이 존재하는데, 간세포는 지질축적, 대식세포는 염증반응, 간 성상세포는 섬유화를 담당하게 됩니다. 간 질환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 세포 스스로는 대사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본연의 기능을 변화시키게 됩니다. 각 세포가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하고, 표현형 변화를 겪는 정도가 사람마다 달라서 연구 및 치료에 있어 질환과 세포의 이질성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요구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최근에 생명공학연구원에서 개발하신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치료제는 어떤 것인가요?

[인터뷰]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은 당뇨 환자 70%에서 발견될 정도로 당뇨와 밀접한 연관성을 맺으며,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환자의 경우, 대사 프로필이 불량하고, 진행성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간 경화, 간암으로 빨리 악화할 위험성이 높음에 착안하여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환자의 간 조직 내 감소되어 있는 당뇨 유전자를 표적으로 선정하여 연구하였습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 유발의 주요 2가지 원인은 외부로부터의 간세포 내로 과도한 지방산이 유입되거나, 간세포 내로의 초과된 글루코스 유입에 따른 지방산 생합성에 기인합니다.

본 연구진은 표적 당뇨 유전자가 간세포 자율 메커니즘(Cell-autonomous mechanism)을 통해 지방 생합성을 조절함으로써 비알코올성 지방간 제어에 기여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혔으며, 이는 고탄수화물 식이 및 당뇨병과 관련된 진행형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조절에 있어 유망한 조절인자 및 치료전략을 제시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한 만큼, 이번 결과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연구 분야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답변]
현재까지의 치료제 개발의 표적은 기존에 알려져 있는 요소들이거나 이들의 물성변화 및 복합제 개발을 통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때문에 오리지널 치료제를 가진 제약사에게는 지식재산권 및 특허 보유가 시장독점권 유지에 대한 방패가 되어왔고, 후속 신약 개발자들에게는 높은 장벽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팀은 국내 고유의 신규 표적을 선정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치료제로 상용화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본 표적은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이 시작되어 원천 특허 및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또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발의 주요 원인을 제어하는 기전이 명확하고 효과가 강력한 치료의 표적을 제시함으로써, 비알코올성 지방간 개선에 크게 기여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으며, 제2형 당뇨병과 비알코올성 지방간과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요소로 생각됩니다.

[앵커]
연구님께서 현재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해 연구하고 계시지만 그래도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하다던지 연구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은 임상학적·조직학적 표현형의 다양성과 이질성 때문에 치료제 개발의 난항을 겪고 있으며, 첫째 질환의 발병기전 불명확, 둘째 효과 부족, 셋째 안전성 문제가 치료제 개발의 주요 실패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유병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이며, 전 연령대의 유병률 증가와 다양한 합병증에도 불구하고, 치료제가 현재까지 없는 완벽한 블루오션 시장입니다. 치료제의 부재 속에 치료제 시장규모는 2016년부터 연평균 45%씩 성장하여, 2030년 추정 30조 원 규모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치료제 신약개발에 대한 선점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신약개발의 가시권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치료제 개발의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치료제 시장에 있어 안정성과 효능을 갖춘 새로운 개념의 표적이 필요하다고 본 연구진은 판단하고 있으며, 성과를 도출할 시에 세계 시장 선점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연구내용의 활용 방법과 계획, 전망은 어떻게 되십니까?

[인터뷰]
저희 연구진의 연구는 인체 내로 다양한 형태와 방법에 의하여 유전자를 전달하여 질환의 치료 및 예방을 유도하는 치료방법인, '유전자 치료제'로의 적용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원천기술력이 유전자 치료의 상용화까지는 인체 내 수송을 시작으로 효능 및 안전성 검증까지 짧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표적 당뇨 유전자의 간, 지방조직, 췌장과 같은 인슐린 민감성 장기에서 공통으로 포도당 및 지질대사, 그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조절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어서, 저희 연구 결과물이 다양한 질환에 적용 가능한 경제성과 혁신성을 지닌 유전자 치료의 타깃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사성 질환 분야 신약개발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신규표적의 지식재산권 및 특허 보유로 국내 오리지널리티를 갖는 표적 및 물질로 바이오 강국으로써의 국가 경쟁력 제고 및 글로벌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앵커]
네, 앞으로도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제에 대해 계속해서 좋은 연구 부탁 드리겠습니다. 생명공학연구원 오경진 책임연구원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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